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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만 해도 산들의 무게가 가슴에 묵직하게 안겨왔다. 산등성이에 구름들이 잠시 머물렀다가 가는곳, 숭산(嵩山)은 어마어마한 자태로 창호와 나래를 맞았다. 흰눈이 덮인듯 희끔희끔한 바위를 드러내고있는 숭산의 산발들은 저으기 위압적이고 우울해보였다. 오악(五嶽)중의 중악(中嶽)으로 일컬어지는 숭산이 창호와 나래에게 주는 감탄은 산악이 주는 그 웅위로운 자태만은 아니였다. 수천년의 력사를 한순간에 한가슴에 안을수 있는곳, 이곳에서 현실은 오히려 미소하고 볼품이 없어보였다. 산마루 하나, 촌락 하나, 비석 하나에서도 시간은 수천, 또는 천년의 기록을 계기로 숨쉬고있었다.

창호가 나래를 데리고 여기 소림사로 찾아온것은 우연중의 우연이였다. 북경에서 관광을 하던중 소림무술을 주제로 한 영화의 포스터를 우연히 보게 되였고 창호는 단순히 나래를 기쁘게 하려는 기분에서 소림사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소림사에 대한 지식이라야 <<소림사>>라는 영화 한편, 그리고 소림사와 소림무술을 소개한 다큐멘터리 한편을 본 지식이 전부였지만 창호는 아주 전문가가 되여 한바탕 불어댔다. 그런데 나래가 엉뚱한 제의를 해왔다.

<<그럼 우리 소림사로 가요.>>

이러구러해서 그들은 정주행비행기를 탔고 비행기에서 내리자 택시를 세내여 소림사로 가는 길에 올랐다.

창호와 나래가 소림사의 관문에서 표를 떼고 관광구역으로 들어갔을 때에는 이미 저녁때가 되여가고있었다. 당일 코스로 온 관광객들은 이미 다 가버린 후라 관광구는 오히려 시골답게 한적하고 평화로왔다. 소림사의 산문은 이미 닫겨져있었고 붉은 담장안에서 노래하듯 승려들의 경읽는 소리가 랑랑하게 들려왔다. 비다싶이한 소림사의 산문앞 광장의 측백나무아래서 한가로운 로인들 몇몇이 차잔을 앞에 놓고 한가로운 이야기를 나누고있었고 그 옆에서 구운만두며 떡을 파는 아낙이 오가는 손님들에게 싸구려도 부르지 않고 로인들의 이야기에 귀를 팔고있었다.

창호는 저녁어둠이 들이닥치는 소림사의 산문을 배경으로 나래에게 사진을 찎어주었다. 그리고는 나래가 바꾸어서 창호를 찍어주었다.

<<저 <소림사>라는 편액의 글은 강희황제의 어필이야. 그만큼 력사가 길고 명사찰이라는 뜻이지. 중국에서는 어필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재액을 말린다는 속설이 있기도 해. 우리 함께 한장 박을가?...>>

나래가 선선히 대답했다.

<<그러죠 뭐. 살풀이라면 마다할것 있어요? 근데 강희황제는 누구죠?>>

<<청나라를 가장 강성하게 통치한 황제지. 그때는 태평성세라 길가에 물건을 두어도 주어가는 사람이 없었고 집을 비워도 문을 잠그는 법을 몰랐대...>>

나래가 쿡쿡 웃었다.

<<지금은 아니야?>>

<<지금은 도둑놈들이 욱실거리지.>>

창호는 대답을 해놓고 우스운지 소리를 내여 웃었다.

<<이거 날이 어둡는데 사진 찍어줄 사람조차 찾기 힘들구나...>>

창호는 사진기의 샤터를 눌러줄만한 사람을 찾았다. 그러나 산문앞은 횡뎅그렁하기만했다. 창호는 큰길쪽에 오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창호는 길가는 사람이라도 잡을 생각으로 큰길쪽으로 나갔다. 중등키에 여위여보이는 사람이 걸어오고있었다. 검정바지에 곤색 와이셔츠만 입은 사나이는 시골냄새를 확 풍기고 있었으나 탄력있는 걸음걸이가 시골사람보다는 다른 냄새를 풍기고있었다. 창호는 그 사나이를 향해 걸어갔다.

<<죄송합니다. 사진 한장 찍어주시겠습니까? 샤터를 누르기만 하면 되는데요...>>

사나이는 힐끗 창호를 쳐다보고는 창호의 손에서 사진기를 받았다.

<<샤터를 누르기만 하면 되지요? 잘 찍겠는지 모르겠어요.>>

<<괜찬습니다. 배경에 저 <소림사>라는 글자만 나오면 되니까요... 두번 눌러주십시오...>>

창호와 나래가 포즈를 취하고 서자 사나이는 사진기의 경물창에 눈을 대고 좋은 각도를 찾느라고 앉았다 섰다 했다. 하는 양이 숙맥은 아니였다.

<<자, 웃으세요. 찍습니다...>>

사진을 찍고 사나이는 사진기를 창호에게 넘겨주었다. 창호가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감사합니다!>>

창호의 얼굴을 쳐다보던 사나이는 머리를 갸우뚱했다.

<<혹시?...>>

<<무슨 일이 있습니까?>>

사나이가 머리를 저으며 신심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저 면목이 있는것 같아서... 그럴수도 있지요. 여기 소림사에 처음 오십니까?>>

창호는 오리무중이 되면서 대답했다.

<<네, 처음입니다.>>

사나이는 창호의 얼굴을 자세히 뜯어보면서 말했다.

<<혹시 공산사에 오신적 있으시지 않습니까?>>

공산사! 창호는 숨이 탁 막히는것 같았다. 번개같이 기억이 튀여올랐다.

<<허루이!?...>>

사나이가 덥석 창호의 손을 잡았다.

<<맛아요. 저 허루이입니다. 시주께서는 조선족이고, 렴...>>

<<렴창호입니다. 이렇게 만나다니요?! 아니, 여기서 만날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는데... 찡관스님은요? 잘계시구요?...>>

창호는 숨이 차게 질문을 하다가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나래의 손을 잡아끌었다.

<<인사해. 허루이씨야. 공산사의 찡관스님의 사제인데...>>

창호의 소개는 두서가 없었다. 나래로서는 공산사가 어디에 있는지, 찡관스님이란 승려가 누구인지 알길이 없었다. 아무튼 인사는 해야 했다.

<<안녕하세요? 처음 뵈여요. 반가와요...>>

허루이가 나래의 인사말을 알아들을리가 없었다. 다소곳이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하는 나래를 바라보던 허루이는 구원을 청하듯 창호를 바라보았다. 그제야 창호는 장면이 이상하게 되였다는 느낌을 받고 서로의 대화를 번역해주었다.

<<처음 만나서 반갑다고 합니다.>>

허루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까? 외국인인가 보지요?>>

<<네, 한국손님입니다. 중국 관광나왔다가 소림사가 유명한 사찰이라는 소문을 듣고 놀러왔지요.>>

허루이는 나래에게 굽실 허리를 굽혔다.

<<잘 오셨습니다. 소림사는 지금이 제일 관광하기 좋은 때입니다. 좀 지나면 더워서 숨이 막히지요. 환영합니다....>>

창호가 나래에게 허루이의 말을 번역해주었다. 나래가 대답했다.

<<고마와요. 이런 곳에서 오빠와 인연이 있는 분을 만난다는게 너무 좋아요. 그리고 중국사람은 처음 이렇게 대화를 해보는데 오빠와 아는 사이라니 친구처럼 느껴지네요.>>

창호는 허루이에게 번역을 하면서 오빠라는 말을 선생으로 바꾸었다. 허루이도 감동한 얼굴이였다.

<<아마 전생에 그런 인연이 이어졌는가 보아집니다. 소림사의 정기가 우릴 여기로 불렀는지 모르죠. 그렇지 않습니까? 로형?>>

창호는 여기서 허루이를 만나리라는것을 생각지 못했다. 아니, 공산사를 떠나는 그날 아침 창호는 허루이의 인사를 받으며 다시는 이 얼굴을 보지 못할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인연이란 이렇게 끈질긴것이였다. 그때 창호는 경희와의 리별만을 생각하고있었고 찡관스님이 인연이 다하다라는 말만을 기억하고있었을 뿐이였다.

<<참 그렇네요. 여기서 만나니 인연이란 말이 더 새삼습니다. 근데 여기 소림사는 어떻게 오셨습니까? 관광을 오신것 같지는 않고?...>>

허루이가 창호의 말에 대답을 않고 되물었다.

<<이때가 되였는데 안돌아가신걸 보면 여기 잠자리를 잡은것 같은데 어디에 잡았습니까?>>

<<아직 잡지 않았습니다. 금방 들어서는 걸음이였으니까요.>>

허루이가 반색을 하며 말했다.

<<그럼 잘됐습니다.>>

<<네?>>

허루이가 설명을 했다.

<<실은 저 여기서 숙박집을 꾸리고있습니다. 방이 크지 않아도 깨끗하고 불편이 없을겁니다.>>

창호는 여기서 허루이를 만났다는것이 놀라웠는데 숙박집까지 꾸리고있다니 세상사는 알기 어렵다는 감탄이 나왔다.

<<려관을 꾸리고있다구요? 언제 여기 오셨습니까?... 아참 그럼 찡관스님은 지금 어디 계십니까?>>

허루이가 나래의 손에서 짐을 잡으며 대답했다.

<<숙박집은 사실 찡관스님이 꾸린것입니다. 저가 봐주고있는거구요.>>

<<그래요? 그럼 스님을 만날수 있게 되였군요.>>

허루이가 머리를 저었다.

<<스프께서는 지금 소림사에 안계시고 등봉(登封)에 무술학교 교감으로 계십니다.>>

창호는 부풀었던 희망이 시드는것이 아쉬웠다. 있다면 꼭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싶었다.

<<참 유감이군요. 계시다면 만났으면 좋겠는데요...>>

허루이가 흥분해서 대답했다.

<<근심 마십시오. 저가 스프에게 전화를 할게요. 여기서 한시간도 안되는 거리니까 인차 올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꼭 련락을 해주십시오. 여기서 다시 찡관스님을 만날수 있다는것이 꿈만같군요.>>

찡관스님이 꾸리고있다는 려관은 이층으로 된 크지 않은 양옥이였다. <<소실려관>>이라고 쓴 상호의 글이 어느 유명인의 글을 받은것인지 간판에 인장까지 박혀있었다. 방은 크지 않았지만 허루이의 말대로 깨끗하고 화장실도 아담하게 잘 꾸며져있었다.

<<밖에서 보기와는 틀리네요.>>

나래가 방안은 둘러보며 신기다하는 어조로 말했다.

창호가 나래의 말에 대답했다.

<<관광지니까, 표준을 높이려고 했겠지...>>

허루이가 보온병에 물을 가지고 들어왔다.

<<루추하지만 잠자는데는 불편이 없을겁니다. 불편한 점이 있으면 말씀을 하시구요... 그리구 찡관스님하고는 금방 통화가 되였습니다. 렴선생이 오셨다니까 인차 떠난다고 하시며 잘 접대를 하라고 부탁을 해왔습니다... 아마 둬시간 뒤면 도착하실겁니다.>>

창호는 찡관스님의 탄탄한 체구와 세속을 해탈한듯한 눈길을 회상했다.

<<여기서 스님의 페를 끼치다니, 어떻게 인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허루이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끄덕 했다.

<<다 인연이 아니겠습니까. 우리 스프도 렴선생이 오셨다니까 어떻게 기뻐하시는지... 막 달려온다고 하시더러구요... 저, 잠간 저녁준비를 시키고 올게요. 일단은 씻고 쉬십시오.>>

허루이는 차잔에 차까지 타놓는것을 잊지 않고 나갔다. 허루이가 문을 닫고 나가자 나래가 창호에게 물었다.

<<잘 아시는분 같은데, 어떻게 이렇게 먼곳에 사람과 인연이 맺어졌지? 비행기를 타고도 다섯시간 거리인데... 난 딴 나라로 가는줄 알았잖아.>>

창호는 혼귀석과 공산사, 그리고 우울하던 초봄의 바다를 생각했다.

<<그런 일이 있었지. 재작년인가 어떤 일이 계기가 되여 절강의 공산이라는 곳의 공산사에서 하루밤 신세를 진적이 있었어. 그때 알게 된 사람이야...>>

창호는 공산사로 올라야 했던 원인을 삭제했다. 경희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스란히 아픔이 서려올랐다. 그것을 털어버리려는듯 창호는 나래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금방 허루이가 인연이라고 했거든. 바로 그 인연인거야. 먼저 씻어. 그렇잖음 같이 씻을가?>>

나래가 눈을 흘겼다.

<<싫어. 오빠 뜯어보는 눈길이 싫단말이야...>>

<<그럼 얼른 씻어. 나 집구경이나 할거니까.>>

창호는 방문을 열고 나왔다. 어느새 소실산의 우중충한 바위우에 석양의 마지막 노을이 비껴 피빛으로 타고있었다. 관광지답지 않게 개들이 짖는 소리가 들려왔고 우리를 찾는 닭들이 구구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려관의 이층 양옥은 크지는 않았지만 황하류역의 기품을 닮아 창문도 큼직하게 냈고 처마도 건뜩 들려 당당한 품위가 있었다. 산기슭을 의지하고 지은 집이였지만 려관정원은 넓다랗게 차지하고있었고 정원수와 화초들로 잘 다듬어져있었다.

관광객이 빠져나간 소림사의 거리는 오히려 시골풍으로 다분했고 한적함이 깃들어있었다. 창호는 이런 한적함이 깃든 소림사의 분위기에 다소 적응이 안되고있었다. 어디로 가나 관광지라면 인산인해를 이루고있었고 경관보다 사람구경이 더 많은 관광에 습관이 되여서인지 창호는 오히려 어떤 불안을 느끼고있었다. 그 불안이 어디서 온것인지 확실함이 없었지만 창호는 그 불안으로 해서 가슴이 조였다. 찡관스님을 만나게 된다는 격동때문일가? 아니, 그런것 같지도 않았다. 사실 찡관스님은 순간의 스쳐간 인연일뿐이였다. 하루밤 신세를 지고, 알둥말둥한 선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고, 그리고 세대의 아픔에 대한 나름대로의 대화가 있었고, 그것뿐이였다. 그렇다면 경희때문에? 그럴수도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희와의 인연이 아니라면 여기 찡관스님이나 허루이를 만날 길이 없었고 경희와의 사랑이 없었다면 어쩌면 오늘의 소림사행도 있을수 없을지 몰랐다. 운명이였을가? 그래서 사람들은 숙명을 믿고있는것일가?

경희는 지금 어디에 있을가?

우연했지만 그 경희와의 만남이 있음으로 해서 창호는 자신의 인생궤적이 바뀌고있다고 생각하고있었다. 그 사랑이 없었다면 지금쯤 창호는 일보사의 기자로 일하고있을것이고 이맘때면 집에서 판에 박힌 저녁식사를 끝내고있을지 몰랐다. 찡관스님이 말이 기억이 났다. 인연이 다하다. 인연이 다했는데 왜 여기 고향과 수천키로메터 떨어진 곳에서, 태여나서 처음 밟아보는 이 땅에서, 고색 창연한 사찰이 과거와 숨쉬는 이곳에서 그 인연으로 이어진 인연과 다시 만나는것일가? 이제 찡관스님을 만나면 스님은 무어라고 할가?...

창호는 마음이 무거워지는것을 느꼈다. 정원의 석류나무밑에 돌로 만든 차탁과 걸상이 있었다. 창호는 걸상에 앉았다. 어둠이 짙어가자 정원에 불이 켜졌다. 중원지방답게 해가 넘어갔지만 더위는 여전히 숨막혔다.

허루이가 창호가 앉아있는것을 보고 물기 묻은 손을 닦으며 그에게로 걸어왔다.

<<스프께서는 이제 시간 푼하면 돌아오실겁니다. 차를 가져올가요? 금방 더위가 시작인데 여긴 이렇게 무더워요...>>

그리고는 집안에 대고 복무원을 불러 차를 가져오라고 시키고는 창호를 마주하고 앉았다.

<<스프께서 귀한 손님이니 준비를 잘하라고 해서... 꿩을 잡았습니다. 여기 소실산에서 나는 야생꿩입니다. 얻기가 쉽지 않지요. 사양하는것은 많지만 야생은 단속이 심해서 여간 구하기가 힘들어요. 스프께서 꼭 야생꿩을 구하하라고 부탁하길래 갔다 왔거든요. 시장하시더라도 참으십시오...>>

창호는 찡관스님에 대한 감동으로 가득차올랐다.

<<너무 심려를 끼쳐들어 미안합니다. 만나는것만 해도 반가운에 이렇게 접대까지... 어떻게 말씀드릴지 모르겠습니다.>>

허루이가 손을 저었다.

<<그럴만한 인연이 있으니까 그러는거지요. 얼마나 먼곳에서 오셨습니까? 한번 나오기가 어디 쉬운 일이겠습니까? 그런데다 한국손님까지 모시고 오지 않았습니까...>>

창호는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고맙다는 말 내놓고 더 이루다 말할수 없습니다.>>

<<너무 사양하지 마십시오.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허루이는 바쁘다고 일어나 집안으로 들어갔다. 창호는 찡관스님이 등봉에서 온다고 할 때부터 버거운감이 없지 않았다. 그런가고, 잘 접대해 보내라고 부탁하고 자신이 집적 오지 않는대도 창호로서는 감지덕지할 일이였다. 그런데 본인이 집적 오고 아주 귀빈을 대접하듯 하는것이 어딘가 마음에 불안하고 부담스러웠다.

창호는 나래가 다 씻을 때가 되였다고 느껴지자 방으로 돌아갔다. 나래는 이미 씻고나서 화장을 하는중이였다. 창호가 들어서는것을 보고 나래가 말했다.

<<오빠, 빨리 샤워해요. 나 씻은지 오래 되였는데, 어디 멀리로 간줄 알았잖아...>>

<<알았어. 대충 샤워만 할거야. 찡관스님이 오셔서 접대를 할거니까 너무 드러나는 옷 입지 마. 캐쥬얼도 좋지만...>>

나래가 창호를 살짝 흘겼다.

<<관광인데 신경이 씌여? 파티에 가는거 아니잖아...>>

<<알아서 해. 하긴 중국 사람들 옷에 너무 신경쓰지 않으니까 괜찮을거야...>>

창호는 욕실로 들어갔다.

창호가 샤워를 끝내고 머리를 빗고있는데 허루이가 방문을 두드렸다.

<<준비가 되였습니까? 일단 준비가 되였으면 정원에 나가 바람이나 쏘이면서 기다지요. 금방 스프께서 도착하실겁니다. 정원에 저녁상을 준비했거든요.>>

저녁상은 창호가 앉았던 석류나무밑의 돌상우에 준비되여있었다. 석류나무우에 조명이 켜져있었고 상우에는 수저, 접시, 컵, 등이 다섯개가 놓여있었다. 그러니까 창호와 나래, 허루이, 찡관스님하고도 또 한사람이 있다는 말이였다.

나래가 상을 바라보며 좀은 들뜨고 긴장한 어조로 말했다.

<<오빠, 나 중국 사람들하고 처음 식사해봐. 오빠 신경 많이 써줘. 잘 모르니까...>>

<<근심 마. 어련히 잘되지 않을라고? 실수하더라도 보아줄거야. 외국인이니까. 알았어?>>

<<몰라. 나 오빠한테 맡겼어.>>

나래는 어깨로 가볍게 창호의 가슴을 밀쳤다. 창호는 나 오빠한테 맡겼어라는 말에 묘한 뉴앙스를 느끼며 미소를 지었다.

<<알았어. 다 맡을거니까 시기는대로 해. 로마에 가면 로마의 풍속을 따르라고 했잖아? 중국에도 그와 비슷한 말이 있거든. 절에 가면 스님이 시키는대로 하라고...>>

나래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피여올랐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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