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시아 시대의 연변과 조선족>

0. 조선족자치주의 미래

중국의 소수민족 정책은 중국 특유의 정책 중의 하나이다. 소수민족의 사회문화적 특성을 인정하는 토대위에서 이들이 중국국민의 일원으로 중국발전에 기여케 하는 이 정책은 지금까지는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조선족동포들과 관련해서도 같은 평가가 가능하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조선족동포들이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국가관을 지니고 있는 데서 입증된다.

그러나 중국이 개혁개방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소수민족정책도 새로운 도전을 받고 있다. 정치경제적 환경변화로 인한 개개인의 사회적 욕구가 강화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정치적 민주화와 경제적 발전이 소수민족들의 삶에 변화를 가져왔고 이러한 변화가 기존의 소수민족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소수민족정책의 핵심은 각 민족들이 고유의 문화와 풍습을 유지하면서 집단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특별지역을 설정한 제한적 범위에서의 자치지역 제도이다. 조선족동포의 경우 연변조선족자치주와 장백조선족자치현 그리고 각 지역의 조선족 집거구를 중심으로 형성된 조선족 자치향이 있다. 이와 함께 조선족과 만족을 묶어 조선족 만족 연합 자치 향 및 진도 설치되어 있다.

중국의 소수민족정책과 관련해 최근 조선족동포들에게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연변조선족자치주가 지속적으로 유지 발전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연변지역에 거주하는 조선족의 비율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 원인이다. 연변조선족자치주가 설립될 당시 조선족 비율은 63퍼센트를 넘었었다. 그러나 지금은 호구조사 결과로 37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조선족 비율이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더 낮을 것이라는 점이다. 연변조선족자치주의 조선족 인구가 2050년에는 50만 명으로, 그리고 21세기 말이 되면 불과 19만 명으로 줄어들게 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연변조선족자치주에서 조선족 인구비율이 줄어드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조선족 스스로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한족의 연변으로의 유입문제이다.

조선족 자체의 문제는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조선족동포들이 출산을 기피하는 경향과 관련된다. 중국은 소수민족 우대정책의 일환으로 산아제한정책을 펴면서도 소수민족은 두 명의 자녀를 둘 수 있도록 배려해 왔다. 그러나 조선족 동포들은 경제사회적 이유를 들어 대부분 한 명의 자녀만 두고 있다. 조선족여성들의 출산율이 한족보다 낮다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둘째, 조선족 여성들이 한국 등지로 나가 결혼하는 국외혼인이 증가함에 따라 가임여성이 줄고 있는 점이다. 1990년대 중반이후 대체로 연평균 2000여명의 가임적령 조선족 여성이 중국을 떠난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셋째, 새로운 직업을 찾아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급격하게 늘고 있는 점이다. 물론 한국 등지로의 해외이주자들이 늘어나는 것도 포함된다.

한족을 비롯한 비조선족들의 연변 이주는 조선족동포들의 경우와는 상반된 현상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경우 역시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중국 남방지역의 거대자본이 아직 저발전된 연변지역을 새로운 개발 대상지로 인식해 투자를 늘리고 있는 점이다. 연길시내에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고층빌딩들은 대부분 남방지역의 자본에 의해 건설되고 있다. 자본이 가는 곳에는 사람이 따라가게 마련이다. 다른 하나는 조선족동포들이 빠져나간 연변의 빈공간을 특별한 경제적 기회를 잡지 못한 한족들이 메우고 있는 점이다. 예컨대 연변 농촌지역에는 조선족동포들이 농사짓다 빠져 나가 버려진 땅들이 많이 있는데 한족들이 이 땅을 헐값에 사들여 새롭게 둥지를 틀고 있다. 이제는 조선족 집거마을에서도 한족세대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최근 연변조선족자치주의 미래에 부정적인 정책들이 제시되고 있는 것도 걱정을 더하게 하는 대목이다. 백두산지역의 관리를 자치주로부터 분리한 것 등이 구체적 사례이다. 연길과 용정 도문시를 묶어 이른바 연용도라는 광역도시를 세우려는 계획이 구체화되고 있는데 일부에서는 이 역시 자치주를 새로운 광역도시로 대체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연변조선족자치주 조례 제1장 2조는 “연변조선족자치주는 길림성 관할 구역 내의 조선족 인민이 구역 자치를 실행하는 것이다”고 규정하고 있다. 자치주 조례에 자치주 성립요건으로서 조선족 비율이 얼마여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그러나 그 비중이 현저히 낮을 경우 규범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자치주의 존립문제는 심각한 도전을 받게 될 것이다.

다음에 계속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