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펜서

어느 날 나는 그녀의 이름을 백사장에 썼으나

파도가 몰려와 씻어 버리고 말았네.

나는 또다시 그 이름을 모래 위에 썼으나

다시금 내 수고를 삼켜 버리고 말았다네.

그녀는 말하기를 우쭐대는 분, 헛된 짓을 말아요.

언젠가 죽을 운명인데 불멸의 것으로 하지 말아요.

나 자신도 언젠가는 파멸되어 이 모래처럼 되고

내 이름 또한 그처럼 씻겨 지워지겠지요.

나는 대답하기를, 그렇지 않소. 천한 것은 죽어 흙으로 돌아갈지라도

당신은 명성에 의해 계속 살게 되오리다.

내 노래는 비할 바 없는 당신의 미덕을 길이 전하고

당신의 빛나는 이름을 하늘에 새길 것이오.

아아, 설령 죽음이 온 세계를 다스려도

우리 사랑은 남아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되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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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조의 대표적 시인인 에드먼드 스펜서(Edmund

Spenser;1552__99)가 뒷날 아내로 맞은 엘리자베스 보일(Elizabeth Boyle)에

대한 사랑을 노래한 소네트 연작 '아모레티' (Amoretti 전, 89편)중에 수록된

것이다.

그의 시집으로는 '양치기의 달력', '요정의 여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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