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시아 시대의 연변과 조선족> 곽승지 저

연변경제는 한국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조선족동포들이 한국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연변경제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변경제의 한국 의존도는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이 지역과의 특별한 인연에도 불구하고 한국기업의 연변지역 진출은 제한적이다. 산동성 등지의 연해지역은 물론 내륙지역인 흑룡강성 보다도 오히려 적다. 연변지역의 지리적 한계가 투자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대기업이 투자한 연변기업은 거의 없다.

남한의 절반 가까운 면적에 고작 217만5천여 명의 인구를 가진 연변조선족자치주는 2차 산업을 유지할만한 내수시장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은 데다 지리적으로도 내륙에 위치해 있어 물류수송이 어렵다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자연 지리적 조건과 사회적 여건으로 인해 경제적 이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 한국기업들의 투자를 막는 가장 큰 이유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2006년 현재 연변에 진출해 있는 한국기업은 414개로 총투자액이 23,935만 달러에 이른다.(이승률, 2007) 연변에 투자한 전체 외자기업의 실제 총투자액의 58퍼센트에 해당하는 것이다. 비중은 절반을 넘지만 내용은 그다지 평가할만하지 못하다. 연변에 투자한 한국기업은 공업 농업 식품 및 의료 위생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있다.

2004년에 발표된 한 통계에 의하면 연변지역에 투자한 비교적 큰 규모의 한국기업을 업종별로 분류하면 공업생산기업이 323개로 가장 많고 농업부문이 267개로 뒤를 이었다. 그리고 요식업 43개, 부동산관련업 11개 등이었다. 지역적으로는 연길시에 투자가 집중되어 있으며 북한 및 러시아와의 국경무역이 가능한 훈춘에도 상대적으로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연길과 훈춘을 제외한 지역에는 한국기업의 진출이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한국기업의 연변투자는 1992년부터 시작됐다. 갑을방직(현 대경방직)이 한국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연변에 투자했다. 이어 의류 방직 등 노동집약형 제조업체와 대우호텔 등 서비스업체가 잇따라 진출했다. 연변한국상인회에 따르면 이 지역의 역사성과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관광차 오는 한국인들은 많으나 투자하거나 정착하는 사람들은 적다. 2006년 말 현재 연변지역에 정착한 한국인은 약 1만 여명에 이르는데 상당수가 소자본을 투자한 생계형 이주자들이다.

한국기업의 연변진출은 제한적이지만 조선족동포들이 한국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은 연변경제를 떠받치는 중추이다. 2006년 한 해 동안 해외에서 연변으로 송금된 돈이 무려 10억5천만 달러에 이르는데 이중 한국에서 송금된 것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 연변경제의 미래

개혁개방 이전 중국의 지방기업은 지역 내 경쟁자가 없었으므로 규모의 경제라는 경제원리가 무시되어 명맥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중국이 시장경제를 강화하면서 지역 간 경계가 허물어지게 되어 타 지역 업체들과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 지면서 연변의 2차 산업 역시 어려움에 직면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술력을 제고하거나 규모의 경제를 통해 중국 내 역외수출이나 해외수출 등을 모색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러한 여건을 갖추기 어려운 실정에 있어 연변 2차 산업의 제품경쟁력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연변조선족자치주정부가 90년대 이후 관광산업을 중심으로 한 3차 산업 위주의 지역경제 개발정책을 추진함으로써 2차 산업에 대한 투자가 상대적으로 소홀해진 것도 연변의 2차 산업이 위축되게 된 원인으로 지적할 수 있다.

주목되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연변의 주력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3차 산업 발전에도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중국정부가 길림성 산하에 직할기구를 설치해 연변조선족자치주 관할 하에 있던 백두산지구를 관할토록하고 백두산에 인접한 통화시에 비행장 건설을 서두르는 등 연변지역의 관광산업 발전에 부정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이는 연변의 3차 산업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임을 예고한다. 더욱이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한 간 교류협력 확대를 추진하는 가운데 현대아산그룹이 2008년 5월부터 직항로를 통해 백두산관광을 시작하기로 북한측과 합의함에 따라 연변지역의 관광산업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겪이다. 따라서 연변이 지금처럼 3차 산업 중심으로 경제발전을 도모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향후 연변은 지역 특산물과 지역적 특성을 결합한 2차 산업 중심의 발전전략을 수립하여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즉 연변의 경제여건을 감안할 때 2차 산업 중심의 산업전략을 펴야하며 이를 위해서는 2차 산업 구조의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여 이를 재조정함으로써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연변조선족자치주 정부도 최근 이런 현실을 감안해 연해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낙후되어 있는 연변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한 노력의 하나로 과학기술 인력 양성을 통한 IT산업을 특화시키려 하고 있다. 연변의 특성에 맞는 기술집약적이고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IT산업을 선택한 것이다. 과학기술이 국가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점에서 과학기술을 통해 국가경제 또는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려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연변조선족자치주 정부도 그런 점에서 다를 바 없다.

이를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과 기술 및 인적 자원이 필요하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연변은 한국과의 특수한 관계를 활용함으로써 그러한 가능성을 현실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연변은 동북아시아공동체 형성의 핵심지역으로서 동북아시아 경제공동체를 적극 추구하고 있는 한국정부와 한국의 우수한 IT기업으로부터 선진기술을 유인하기에 유리한 입장에 있다.

실제 한국사회와 연변 조선족사회 간에 IT부문에서의 협력문제가 심도있게 논의되고 있다. 연길시정부와 길림성 정보상업청 등은 2007년 9월 6-8일 연변조선족자치주 연길시 백산호텔에서 한중IT포럼을 개최하고 한국IT벤처기업연합회(KOIVA)와 한중소프트웨어산업단지 조성에 협력키로 합의했다. 이 포럼에서는 연길정보산업협회와 연변대학이 KOIVA와 IT인력 양성 및 교류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였으며 연변대학 졸업생 1백여명을 대상으로 한국 IT기업 취업설명회도 가졌다. 연변조선족자치주정부는 연길시 첨단기술개발구에 36만4천평방미터 규모의 한중소프트웨어단지를 조성하고 앞으로 200-300개의 한국 IT기업을 유치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도문시에도 북한 IT 기술인력이 참여하는 또 다른 소프트웨어산업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연합뉴스, 2007.9.11)

연길시 IT벨리 투자관리위원회 한 책임자는 “IT가 연변의 미런라며 “IT야말로 연변 조선족사회의 미래 먹거리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IT산업에 주목하는 것은 조선족동포들이 상대적으로 IT환경에 잘 적응하고 연변 내에 IT관련 교육기관이 다수 자리잡고 있는 것 때문이다. 연변 자체의 IT 인력과 함께 북한의 고급 IT인력을 끌어들이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한국의 앞선 IT산업과의 연계 가능성도 있다. 한국 IT기업들이 연변을 교두보로 하여 중국의 거대한 IT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연변경제의 미래를 위해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농업부문을 특화하는 것이다. 중국에서 농사짓는 일은 당장은 매력적이지 못하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무조건 농사를 외면하며 토지를 버리고 일거리를 찾아 대도시로 또는 한국 등 외국으로 떠나기보다 중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해 토양과 기후에 적합한 농산물 재배를 특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국 남방지역 등지에서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농촌에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것이나 조선족 농민들이 떠난 자리를 꿰차고 묵묵하게 농사짓고 있는 한족들을 눈여겨봐야 한다.

연변지역은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콩 농사에 적합한 토질과 기후조건을 갖추고 있어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미 한국의 유수한 식품회사가 연변지역에서 대규모 콩농장을 경영하고 있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연변지역은 지리적으로 북한 및 러시아와 맞닿아 있는 변경지역이다. 따라서 이러한 지리적 여건을 활용하여 인접국가와의 월경협력을 통한 무역을 주력산업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2005년 한 해 동안 연변조선족자치주의 대외무역액은 6억8천만 달러에 이른다. 이중 북한과의 무역이 2억5천만 달러를 넘어 전체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과의 무역도 1억 달러에 이르는 적지 않은 규모다. 최근 중국은 연해주지역에서 러시아와의 교류협력을 강화하고 있는데 연변지역도 훈춘을 거점으로 한 국경무역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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