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시아 시대의 연변과 조선족> 곽승지 저

. 지역 및 계층 간 부의 불균형

연변지역과 조선족 사회의 경제적 여건은 매우 극단적으로 나뉜다. 지역적으로는 물론 계층 간에도 부의 불균형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연길을 비롯한 몇몇 도시는 번성하고 있는 반면 여타 농촌지역은 점점 빈궁해지는 지역 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주민들의 경우에도 연해도시나 해외에 나가 돈을 벌 수 있는 사람들은 비교적 여유있는 생활을 하지만 그런 기회를 갖지 못하는 사람들은 상대적 박탈감까지 겹쳐 물질적 정신적으로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다. 지역 간에는 물론 주민들 사이에도 빈부의 차가 극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역적으로 몇몇 도시만 번성하고 있는 현상은 연해도시와 한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돈을 번 사람들이 마땅히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발전되고 또 투자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연길 등 도시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돈을 번 연변지역 조선족동포들의 경우 자신이 성장한 곳보다 연길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려는 경향이 많다. 이는 발전도상에 있는 나라들이 일반적으로 겪는 도시화 현상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지만 연변의 경우 보다 빠르고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지역 간 불균형 발전과 함께 조선족사회 내에서도 부의 편중현상이 심각하다. 개인 간 부의 불균형은 개개인의 능력보다 한국과의 연고가 있느냐의 여부와 직결되고 있다. 즉, 한국에 연고가 있으면 한국을 방문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갖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고가 없는 사람들은 비정상적인 방법을 찾게 되는데 정상적으로 한국을 방문해 돈을 버는 사람에 비해 힘은 더 들며 돈은 더 못 버는 이중고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한국을 방문하려다 잘못되어 돈만 날린 사람이나 한국을 방문한 후 불법체류자가 되어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한국방문을 추진하다 사기를 당해 고통 받은 사람들이 한때 1만5천명에 달했었다는 것이 이러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한국과의 관계가 연변과 조선족사회의 전체적인 부를 키우는 데는 도움이 되었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는 셈이다.

. 관광 및 소비향락 산업 편향성

연변은 90년대 중반 한국으로부터 관광객이 물밀듯이 들어오면서 경제적으로 호황기를 맞았다. 이를 계기로 연변조선족자치주 정부는 경제정책을 2차 산업 대신 관광산업 중심으로 재편했다.

90년대 까지만 해도 연변의 관광산업은 한국인이 주 대상이었다. 한국인들의 연변에 대한 향수와 백두산에 대한 경외심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그리고 2000년대에 들어 남방지역의 중국인들도 백두산지역에 대한 관광에 가세하면서 관광수요는 크게 증가했다. 이러한 현상은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어 관광산업은 연변지역의 핵심 산업으로 자리매김 했다.

관광산업이 활성화되면서 소비향락 산업도 덩달아 발전했다. 일차적으로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한국과 연해도시에서 돈을 벌어온 조선족들이 앞을 다투어 소비향락 산업에 집중 투자하고 또 이용함으로써 소비향락 산업은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 연길시내에 음식점과 함께 다방 발마사지방 등이 번창하고 있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연길시는 2004년에 소비산업의 비약적 발전으로 중국의 100대 발전도시의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었다.

이러한 현상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개개인이 외국에서 벌어오는 돈의 액수가 적어 기업형 투자를 하기에 적합지 않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소자본으로 투자할 것을 찾다보니 소비향략 산업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으로부터 송금되는 돈이 넘치면서 주민들의 씀씀이가 커져 상대적으로 소비향락 산업이 호황을 누릴 수 있는 여건이 되어 있기도 하다. 둘째, 특별한 기술이 없는 상태에서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는 조선족사회의 분위기도 소비향락 산업에 돈이 몰리는 이유이다. 투자비가 적을 뿐 아니라 인건비가 싸 운영비가 적게 든다는 것도 이런 심리를 부채질 하는 요인으로 지적할 수 있다. 셋째, 연변지역에서 할 수 있는 사업이 제한적인 점을 들 수 있다. 연변의 전체면적은 남한의 절반에 가깝지만 여기에 살고 있는 사람은 불과 2백17만5천명에 불과하다. 따라서 시장이 형성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농업을 제외하고는 자체적으로 산업 발달을 꾀하는 데 한계가 있다.

관광산업과 소비향락 산업 중심의 이러한 연변경제가 최근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으로부터의 관광객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남북한이 백두산관광을 위해 2008년 5월부터 직항로를 개설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한국에서 직항로를 이용한 백두산관광이 이루어지면 연변지역이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될 것은 불문가지다. 또 백두산지역 관할권이 길림성 산하 특별기구로 이관되고 백두산 인근의 통화시에 공항이 건설되고 있다. 이럴 경우 연변 관광산업의 주 대상인 한국인과 남방지역 중국인 모두 급격히 줄어들게 될 것이다.

. 한국 의존 심화

연변조선족자치주는 지역적 범위에 비해 인구밀도가 현저히 낮다. 남한면적의 42퍼센트가 넘지만 인구는 고작 2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따라서 대부분의 조선족동포들은 전통적으로 농업에 종사하며 안분지족하는 삶을 살아왔다. 그러나 한중수교 이후 한국과 새로운 관계맺기가 시작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그들에게 한국은 마음속에 그리던 모국일 뿐 아니라 당장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신천지였다. 미국의 서부개척시대에 너나할 것 없이 금광을 찾아 서부로 달려가듯 조선족 동포들도 새로운 꿈과 희망을 품고 한국으로 몸과 마음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현재 한국에 진출한 조선족동포들은 조선족 전체 인구의 15퍼센트에 해당하는 30만 명에 이른다. 이들 중 약 7만 여명은 결혼이주이며 나머지는 대부분 돈을 벌기위한 노동이주이다. 약 3만 여명은 불법체류자이다.

중국 내 한국관련 기업에 종사하고 있는 조선족동포들도 적지 않다. 산동성을 비롯한 연해도시에 약 50만 명의 조선족동포들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들 중 다수가 한국과 관련된 기업에 종사하고 있다. 조선족동포들의 한국의존도가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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