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시아 시대의 연변과 조선족> 곽승지 저

0. 인구감소 문제

중국은 급격한 인구감소 문제로 새로운 고민에 쌓여있다. 1970년대 이후 인구의 과잉증가를 해소하기 위해 인위적인 산아제한정책을 취해왔는데 이것이 오늘날에는 부메랑이 되어 급격한 인구감소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개혁개방에 따른 사회경제적 환경변화가 가져온 결과이다.

조선족사회 역시 이러한 현상으로 신음하고 있다. 인구감소의 속도와 내용이 훨씬 더 심각한 상황에 있다. 더욱 관심을 끄는 것은 조선족의 급격한 인구감소가 연변조선족자치주의 장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광복 무렵 중국동북지역에 살던 조선인은 약 2백16만 명으로 추정된다. 당시 한반도 전체 인구 2천5백만 명의 10%에 육박하는 수치이다. 그러나 일제의 항복 이후 절반 정도가 귀국하고 1940년대 말 중국거주 조선인은 대략 1백11만 명 정도로 추정됐다.(이재달, 2004) 연변지역에도 70만 여명이 살았으나 수십만 명이 한반도로 귀국하였다. 그 결과 조선족자치구가 수립된 1952년 연변지역의 조선족인구는 약 53만 명으로 자치구 전체 인구의 62퍼센트를 차지했다.

이후 조선족 인구는 점점 증가하여 1987년에는 80만 명을 돌파하였다. 호구조사에서 연변조선족자치주의 조선족인구가 가장 많았던 해는 1995년으로 86만 여명에 이르렀다. 이후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2004년에는 82만 여명으로 줄었다.

전체 조선족인구 수는 1995년 이후 감소하였지만 연변조선족자치주내 조선족 비율은 1952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조선족 인구증가에 비해 한족 등 타민족의 유입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1952년 62퍼센트에서 1975년에 40.18퍼센트로, 1995년에 38.55퍼센트로, 그리고 2004년에 37.68퍼센트로 낮아졌다. 길림성 인구 및 계획생육심사조가 조사한 한 통계에 따르면 2007년 9월 현재 조선족자치주 인구는 2백23만 3천1백44명이고 조선족은 82만6백92명으로 전체인구의 36.75%를 기록했다. 37%대가 깨진 것이다.

연변조선족자치주의 인구감소 추세는 중국 내 조선족 인구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한중수교이전인 1990년 중국 제4차 인구조사 통계에 따르면 조선족인구는 2백9만7천,9백2명이었다. 그러나 2007년 2월 중국 소수민족 인구통계는 조선족인구를 17만7천여 명이 줄어든 1백92만5백97명으로 기록했다.

조선족인구의 감소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가능하지만 주된 이유는 조선족의 출생률이 낮은 때문이다. 연변조선족자치주 통계연감에 따르면 1990년 연변 조선족의 출생인구는 1만1천6백여 명으로 출생률이 13.83퍼센트였으나 2003년에는 2천9백여 명으로 3.53퍼센트에 불과했다. 자연출생인구와 사망자와의 관계를 나타내는 인구자연증가율은 1996년부터 이미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출생률이 낮은 이유는 조선족 여성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중국당국이 소수민족에 대한 우대정책의 일환으로 아이를 2명까지 낳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선족여성들은 대부분 한명만 낳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경제문제를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경제력을 중요하게 인식하는 중국사회의 풍조에 따라 경제적 여건을 따져 아이 낳는 것을 스스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임여성들의 해외로의 혼인이주 증가도 인구감소의 주된 원인의 하나이다. 1992년 한중수교 이후 많은 조선족 여성들이 새로운 기회를 찾아 한국으로 혼인이주를 떠났다. 2006년 6월 흑룡강신문이 중국 관련부서의 통계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2005년 한해 동안 한국남성과 결혼한 중국여성은 2만6백35명에 이른다. 한국남성과 외국인 여성 간 전체 결혼건수의 66퍼센트에 해당한다. 물론 대부분이 조선족여성이다. 1990년부터 2005년 4월까지 한국으로 혼인이주한 조선족여성은 무려 7만여 명이 넘는다. 가임여성의 해외 혼인이주가 늘어남에 따라 연변에는 장가를 가지 못한 조선족 노총각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일부에서는 연변 조선족사회의 경제적 어려움을 인구감소 요인으로 꼽기도 한다. 연변 조선족동포들 중에는 중국의 개혁개방과 한국열풍의 과실을 맛보지 못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한쪽에서는 충만한 과실을 맛보며 흥청망청 낭비하는가 하면 다른 쪽에서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빈곤의 나락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연변조선족자치주 전체 빈곤인구의 58퍼센트에 이르는 14만2천6백82명이 조선족동포이다. 이는 연변의 전체 조선족의 17.39퍼센트나 되는 수치이다.

조선족동포들이 혼인을 위해서든 돈을 벌기 위해서든 해외로 나가는 것은 자본주의화 된 사회에서 막을 수 없다. 이것은 세계적인 추세로서 어쩌면 자연스런 현상이다. 1970년대 말 중국이 개혁개방정책을 취한 이후 1천8백만여 명의 중국인이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세계 1백50여개국가로 떠났다. 세계 어느 곳에 가든 손쉽게 중국인을 만날 수 있는 이유이다. 또 한족 자본가나 농민들이 투자할 곳을 찾아 또는 일거리를 찾아 연변을 찾는 것 역시 자연스런 현상이다. 인구 13억의 중국에서 약 2억여 명이 농촌에서 도시로 일자리를 찾아 떠났다는 통계가 이를 반증한다. 인구이동이 자유로워진 상황에서 수요가 있는 한 이를 막을 수는 없다.

문제는 연변조선족자치주 내에서 조선족 인구비율이 급속히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변조선족자치주의 국민경제 및 사회발전계획과 2010년 전망계획에 따르면 두만강 하류지역의 개발과 관련해 연변지역 인구는 2010년에 250만 명, 2020년에 280만 명, 2050년에 380만 명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조선족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추세에 비추어 볼 때 인구증가는 한족중심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조선족 자치주에서 조선족 인구비율은 2010년에 대략 25%, 2020년에 20%, 2050년에 15%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조룡호․박문일,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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