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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내린 뒤의 화창한 날이였다. 은백색으로 뒤덮인 산야에 깊은 상념이 살아 무언가를 이야기하고있는듯 고즈넉함이 깃들고있었다. 따구쟈방향으로 가는 뻐스는 눈때문에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창호는 삼림렬차를 타려고 옛날에는 목재저장소가 있던 청구진의 서쪽 외곽으로 걸어갔다. 다니는 차들과 사람들의 발에 내린 눈들이 다져져 빙판처럼 미끌거렸다. 청구진의 중심가라지만 졻고도 어지러웠다. 이십여년전의 건물들도 드믄히 보였다. 그러나 친근감은 없었다. 창호는 멋대로인, 도시의 간판들과는 너무나 뒤떨어진 간판들을 보면서 길을 걸었다. 건물들만이 새로와졌을 뿐 청구진은 크기에는 변화가 없었다. 삼림렬차역이 있는 목재저장소까지는 십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목재저장소는 텅 비여있다싶었다. 옛날 창호가 청구역을 거쳐 다닐 때에는 청구진의 풍경은 바로 이 목재저장소였다. 언제나 맞춤하게 절단된 통나무들이 산더미를 이루고있었고 누구나 그 많은 나무들을 보고는 혀를 내두르지 않을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이 목재저장소는 한산하기 짝이 없었다. 목재를 차바곤에 싣는 기중기는 녹쓸어있었고 넓은 광장처럼 되여버린 눈덮인 목재저장소에는 얼마 안되는 통나무들이 널려있고 사람의 그림자는 찾아볼수가 없었다.

창호는 격세지감을 느끼며 삼림렬차역을 찾았다. 여전히 이십여전의 그 역사였으나 창문에는 유리창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고 들어가는 문짝도 언제 떨어졌는지 보이지 않았다. 대합실 안에 십여명이 될가말가한 사람들이 추위에 쪼들렸는지 몸을 웅숭그리고있었다. 창호는 삼림렬차가 분명 통한다는것을 확인하고 왔었다. 시발역이였기에 렬차가 있어야 했지만 보이지 않았다.

<<차를 여기서 타는게 맞습니까?>>

창호는 림산로동자인듯한 사람을 붙들고 물었다. 그러자 그 사람은 이상하다는 눈치를 보이며 대답했다.

<<예, 맞습니다.>>

<<그럼 기차표는 어디서 팝니까?>>

<<기차표요?>>

그 사람은 어정쩡한 모양이였다. 그러다 무엇을 깨달았는지 빙긋 웃었다.

<<차에 올라서 사면 됩니다. 처음 소화차(小火車)를 타보시는 모양이군요?>>

여기 사람들은 옛날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삼림렬차를 작은 기차라는 뜻의 <<소화차>>라고 부르고있었다. 친근감이 느껴졌다.

<<예, 그렇습니다.>>

젊은 시절, 창호는 이 <<소화차>>를 얼마나 탔는지 몰랐다. 주요한 교통수단이였던 삼림렬차는 수림과 밖을 이어주는 전천후의 끈이기도 했으니까. 그러나 창호는 이 사나이의 호기심에 실망을 주기 싫어 그렇다고 대답한것이였다.

사내는 수다를 부르고싶었던 모양, 그렇지 않으면 동행이 없는 심심함에 동료가 생겼다는 쾌감이였는지 창호에게 물어왔다.

<<어디로 가시는지요?>>

<<따구쟈에요.>>

<<아 그렇습니까? 따구쟈면 대전자역에서 내리면 됩니다. 내려서 남쪽으로 또 이십리를 걸어야 하는데... 마중나오는 사람이라도 있습니까?... 없다구요? 그럼 저녁편에야 마을에 들어서겠군요. 참 그곳에 아직도 사람이 사는지 몰라...>>

그 사내는 상심한듯한 어조로 수다를 떨고있었다. 이때 삼림렬차가 플래트홈으로 들어서고있었다. 그러나 기관차가 끌고온 풀빛의 바곤은 두대뿐이였다. 창호가 햐향을 했던 그때에는 바곤도 십여개였고 언제나 만원이여서 늦게 표를 사면 몇시간이고 서서 가야 했었다. 려객들이 차에 오르고있었다. 그러나 서두르는 사람은 없었다. 바곤 하나에 사십여명이 탈수 있는데 비해 려객은 이십명이 되나마나였다.

차바곤은 많이 낡아있었다. 렬차의 난방이 안되는지 바곤의 중간에 작은 난로를 피워놓고있었다. 장작이 타는 냄새가 려객들이 남긴 냄새에 섞이여 이상한 냄새를 피우고있었다. 낡은 려행가방과 비닐마대가 창호의 발치에 툭 놓였다. 창호는 역에서 잠간 이야기를 나눈 그 사나이가 그를 보고 벌쭉 웃은것을 보았다.

<<여기 앉으십시오.>>

창호는 자리를 내주었다.

왝 기적을 토하며 렬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창호는 기적소리를 듣는 순간 창호는 새삼스러움을 실감하며 과거 인상들이 아직까지 작은 알갱이처럼 살아있음에 놀랐다. 따구쟈로 하향을 하던 그날, 처음으로 삼림렬차에 앉아 꼬맹이기관차의 기적소리를 들었을 때 창호는 기적소리가 신경질이 난 어떤 녀자가 지르는 비명소리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 추억속의 알갱이가 톡 하고 튀여서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잔고기가 고요한 수면을 튀여오르듯 잠간사이에 사라졌지만 그것은 그토록 확실하고 실감적이였다. 그 파문의 여운을 지우며 옆에 앉은 사내가 말을 걸어왔다.

<<따구쟈는 친척집으로 가는 길입니까?>>

그 사내는 창호도 자기와 같은 한족쯤으로 알고있는 모양이였다. 창호가 알기로는 이 삼림렬차가 지나가는 철로연선에는 조선족마을이라고는 없었다. 그러니까 이 렬차에 앉은 승객중 조선족이라고는 유일하게 창호뿐일것이였다. 그러니 시골사람같지 않은 창호에게 친척집으로 다녀오는 사람쯤으로 생각하는건 당연한 일이였다.

<<아, 아... 네, 그렇습니다.>>

창호는 잡담에 걸려들고싶지 않아 그쯤으로 대답을 했다.

<<귀성(貴姓)은요? 저는 관씨올시다.>>

<<아, 네, 렴씨입니다.>>

사내는 창호의 도시냄새를 맡았는지 기어이 한번 이야기를 나누겠다는 잡도리였다.

<<아, 그럼 그 렴상건이라는 렴씨입니까? 친척쯤 될지 모르겠네요? 그렇습니까?>>

창호는 뚱딴지같은 사내의 말에 실소를 머금었다. 중국사람의 속담에 여덟자막대기를 휘둘러도 걸쳐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그런 소리였다. 렴상건이란 중국공산당이 로동운동을 할 때 국민당에 의해 죽은 로동운동가의 이름이였다. 문화혁명전과 문화혁명시기에 혁명사상을 고양하기 위하여 렴상건이 어떻게 로동자들을 이끌고 국민당과 싸웠고 죽었는가를 하는 사적을 많이 선전했었다. 물론 소학교교과서에도 있었다. 문화혁명후에 태여난 사람에게는 생소한 이름이였지만 문화혁명을 거친 사람이라면 기억에서 떠오를만 하였다. 아마 사내는 창호가 도시사람이라는것을 의식하고 아는체를 하고싶었는 모양이였다. 그런데 그 사람과 친척쯤이라니?...

창호는 웃으며 머리를 저었다.

<<그 사람과 친척이나 되였으면 지금쯤은 횡재도 했겠는데요?...>>

사내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고 눈을 껌뻑껌뻑 했다.

<<네?!...>>

<<그 사람과 친척이 되면 지금이야 간부노릇을 할거고 그러면 횡재를 하기야 쉽지 않습니까?>>

사내는 알아들었는지 손벽을 쩍쩍 쳤다.

<<아, 그렇구만요. 참 그럴수도 있겠습니다?...>>

그때에야 창호는 사내를 찬찬히 뜯어보았다. 나이는 오십대정도로 보였고 순박함이 묻어날듯 하였다. 우에는 때국이 묻은 아마천 검정솜옷을 입었는데 가슴 웃 호주머우에 흰 글자의 흔적이 있었다. 창호는 그것을 보고 옷이 림산로동자들이 작업할 때 입는 로동복이라고 생각했고 사내의 신분을 농촌사람이 아니라 림산작업소의 로동자정도로 판단했던것이였다.

<<림장에 계십니까?>>

관씨는 수다의 기회가 차례지자 놓칠세라 창호의 말을 받았다.

<<예, 그렇습니다. 삼십년 림장에서 일했지요. 지금이야 하릴없어 밀려났지만. 지금은 림장이란 림장은 다 망했다니까요. 벌목을 하지 못하게 하니까 벌목공들이 할 일이 뭐 있습니까? 벌목공들이 살던 집들이 다 비였다니까요. 다 갔어요. 도시로 가고, 연해지방으로 가고... 젊은 놈들은 씨가 말랐습니다. 저도 애가 셋인데 다 갔어요. 하긴 시골서 뭘 하겠습니까? 한놈은 도시에서 식당 주방으로 일하고 한놈은 광주라는곳에 갔는데 뭘 하는지 돈도 안보내고 소식도 없고... 자식 키워받대야 득될놈 하나도 없어요. 작은 년은 기숙제 중학교를 졸업하자 도시로 간다고 훌쩍 떠나더니 그래도 돈은 잘 보내줍니다. 지금은 무슨 세상인지 도시에는 녀자애들은 일자리가 많은데 남자들이 통 할일이 없다네요... 그렇습니까? 이거 세상 잘못되는거 아닙니까? 타마디(제길할)!... 전에는 언제 그랬습니까? 녀자애들 월급쟁이 만들려면 얼마나 힘들었습니까? 근데 이게 무슨 세상입니까? 보십시오. 이 <소화차>도 옛날에는 얼마나 멋졌는지 모릅니다. 매일 통나무를 실은 바곤을 수십량씩 끌어냈다구요. 객차도 바곤을 열량이나 끌고 다녔구요. 춘절기간에는 열량도 넘었지만 사람이 바글바글 했답니다. 그땐 림장마다 젊은 놈들이 와글와글 했었지요. 장가를 못간 젊은 놈들이 처녀들만 보면 눈에 빛이 번쩍번쩍 났다구요. 제기, 암퇘지를 봐도 사타구니가 근질거릴 그런 젊은 놈들이였지요... 그런데 이게 뭡니까? 씨가 말랐어요. 늙은이들만 남았어요. 할일도 없구요. 나무나 심고 다종경영이라고 약재나 심고 뭐 버섯이나 따고... 그게 어디 혈기 왕성한 놈들이 할 일입니까?... 나라에 정책이 있기나 한지 모르겠습니다. 그 많은 나무들을 벌목하게 못하면 벌목공들은 뭘 먹고 살라는겁니까? 퇴직월급도 지금은 기본월급밖에 없습니다. 개혁을 한다고 림장에서 자체로 해결하라는데 벌목을 못하면 어떻게 돈이 나옵니까? 산에 나무를 두고 돈이 없다니... 기가 막혀서!... 지금은 림산작업소에서 온 사람들이라면 시내사람들 쳐다도 안보더라구요. 옛날에는 벌목공들이 산에서 내려가면 도시사람들 침을 흘렸어요. 식당에 가서 한상에 오십원을 쓰고도 눈 깜짝 안하는 사람들이였지요. 그때 도시 사람들 월급이 십팔원 오십전짜리가 있을 때였으니까요. 초우타마디(네미씹할)!... 세상 더럽게 좆같이 변했다니까요...>>

관씨의 입가에 허연 거품이 일고있었다. 좆같은 세상이라고 욕은 하고있었지만 얼굴에 분노의 표정은 없이 도도한 흥이 돋아있었다. 창호는 이제 더 들어줄 흥미가 없었다. 하찮은 불평정도였으니까.

<<성씨가 관씨인걸 보니 아마 한족은 같지 않은데요?>>

관씨는 소매로 입가를 닦고나서 입을 헤벌쭉 벌리며 웃었다.

<<귀신같이 맞추네요? 그렇습니다. 전 만족입니다. 만족이지요. 성이 관씨면 다 만족입니다. 청나라때 저의 증조할아버지는 팔기군의 정팔기였답니다. 심양성을 지키고있었지요.>>

관씨는 조상에 대한 긍지가 있는 모양이였다.

<<그렇습니까? 조상들께서 어떻게 여기 시골로 오셨습니까? 관형은 지금 어느 림장에 계십니까?>>

<<조상들 일이야 저도 모르지요. 저는 황꺼우에서 태여나 그곳에서 쭉 자랐으니까요.>>

황꺼우라는 말에 창호의 졸고있던 신경이 현금처럼 팽팽해졌다.

<<황꺼우요?>>

황꺼우, 카이란이 시집을 간곳, 바로 그곳의 림산로동자에로 카이란은 시집을 갔었다.

창호의 얼굴에서 무엇을 찾으려는듯 관씨는 눈을 동그라니 만들었다.

<<황꺼우에 아는 사람이도 계십니까?>>

<<아, 아니요. 전에 성씨가 막씨라는 사람이 있었다고 알고있는데요, 아마 막씨가 맞을겁니다.>>

카이란이 시집을 간 그 남자의 성이 막씨였다. 이름은 갑자기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성이 특이한 성이였기에 기억에 남아있은것이였다.

<<막씨가 맞습니다. 이름은...>>

관씨는 생각도 안하고 대답했다.

<<막씨라면 우리 황꺼우에는 한집밖에 없습니다.>>

<<그렇습니까?>>

<<예, 막씨는 60년대 대기근때 산동에서 피난온 사람입니다. 그집에 자매가 다섯이였는데 남자 셋하고 녀자 둘이였습니다. 막씨네 누구인지?>>

<<글쎄요. 막연하게 이름은 기억에 없구요, 아마 마흔 일여덟정도는 되였을가요?>>

관씨는 무엇을 생각하는듯 했다.

<<마흔 일여덟정도라... 그럼 머슈린인가?...>>

관씨가 머슈린이라고 중얼거리자 창호의 기억이 반짝하고 그 이름을 기억해냈다.

<<아 맞습니다. 머슈린이지요.>>

<<그래요? 잘 아는 사이였습니까?>>

관씨의 표정은 관심이 있는 모양이 아니였다. 창호가 대답했다.

<<잘 아는 사이가 아니라 전에 들어본 이름이라서...>>

관씨는 그럼 그렇겠지 하는 상을 지었다.

<<머슈린, 그 사람 지금 없습니다.>>

창호는 내심 놀랐다. 없다니? 죽었다는 말인가?

관씨가 시무룩 웃었다.

<<죽지는 않았지요. 정신이 돌아버렸다니까요.>>

<<정신이 돌-아-요?>>

관씨는 담배를 꺼내 창호에게 권하고 자기도 한대 물고는 후 하고 한숨을 쉬였다

<<그사람도 참 불쌍한 사람이지요. 그게 어느땐가?... 비림비공(批林批孔 문화혁명후기 림표와 공자를 비판하던 운동)때니까 이십오륙년 되였나?... 아마 그때쯤일겁니다. 머슈린이란 사람이 꽃같은 색시를 얻어왔어요. 저도 결혼식에 갔더랬으니까요. 그땐 모두 젊은 청년들이라 가까이도 지냈구요. 결혼날 보니까 색시가 완전 서시같더라니까요. 근데 그 색시가 말이예요, 왕창 울기만 하는거예요. 그래서 우린 색시가 붙여주는(동북지방 사람들은 결혼식날 신부가 손님들에게 담배불을 붙여주는 관습이 있음. 례의상 담배불을 붙여주면 신부에게 돈을 주어야 함) 담배불도 못붙였다구요. 참, 지금 생각해보면 무슨 사연이 있어 그랬겠는데 우린 시집오는 색시가 우는건 당연하고 생각하고 그러려니 했지 뭐겠습니까... 근데 그 새색시가 결혼해서 석달만에 깜쪽같이 사라져버린겁니다. 처음엔 산에 갔다가 길을 잃은줄 알고 온 산을 헤매고 다녔지요. 그런데 보니까 입던 옷가지라던가 하는것이 없어졌다는겁니다. 그래서 가출한거라고 판단을 한거지요... 머슈린은 색시를 찾는다고 흑룡강성이고 산동이고 사처로 다녔지요. 갈데가 있음즉한곳이면 다 찾아다녔지요. 그렇지만 작정을 하고 나간 사람을 어데가서 찾는단말입니까... 반년만에 돌아왔는데 사람이 뭐 멍하더라구요. 돌아오니 림장에서는 반년간 무단결근을 했다고 로동자적을 취소버렸구요. 그때 월급을 받는 로동자가 된다는게 쉬운 일이였습니까? 국가배치인데... 그래 멍해서 기차가 올때면 <소화차>역에만 가서 기다리던게 어느날 영 돌아버렸지 뭡니까...멀쩡하니 착하고 순한 사람이였는데...>>

창호에게 있어서 이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였다. 카이란의 임신과 가출, 그리고 이어진 머슈린의 이야기, 멀쩡하니 착하고 순한 사람이였다는 말을 듣은 순간, 창호는 가슴에 스며오는 아픔을 느꼈다.

<<그래서 그 머슈린은 어떻게 되였습니까?>>

관씨는 지나간 이야기를, 그것도 아는 사람의 이야기를 멋지게 했다는, 자부심같은 미소를 짓고 대답했다.

<<어떻다니요. 영 돌았지요. 병을 뗀다고 그 집에서 병원이라는 병원은 다 다녔지만 정신병이라는게 뭐 낫는 병입니까? 망했지요. 망했다니까요. 그래서 고향인 산동으로 돌아갔습니다... 갈때요, 목재를 한차바곤이나 싣고갔다구요. 고향에는 목재가 귀하다나나요. 타마디! 나무가 없는 세상이라니. 나무가 없는 세상이 있습니까. 참, 더럽게 이상한 곳이 다 있단말입니다...>>

창호의 귀에는 더는 관씨의 말이 들어오지 않았다. 창호가 사랑을 잃은 아픔을 과거로 밀어던지는 동안, 또 다른 하나의 령혼이 울고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미쳐버리고있었다. 그리고 카이란은 누구도 알지 못하는 세상 어느곳에서인가 사랑의 상처를 달래고있었다. 그 잊으려고 해도, 잊을수 없는 그 과거의 현장을 찾아 창호는 달리고있는것이였다. 그곳에서 창호의 인생과 어느 누구의 인생이 어느 순간의 TV련속드라마처럼 하나의 작은 장면으로 과거라는 필림속에 정지화면으로 굳어있었다.

삼림렬차가 올리막을 오르고있는지 느릿느릿 했고 기관차가 뿜는 증기가 창가를 스치고있었다. 산악은 눈속에 파묻겨있고 숲은 우울하게 뒤로 밀려가고있었다. 기관차가 숨을 톱으며 캥캥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인가가 난로에 장작을 쑤셔넣으며 더러운 날씨라고 투덜거리고있었다. 어느 아낙네가 며느리의 흉을 하는라고 목소리를 높이고있었다. 이 평화로움, 살아간다는것, 일상은 어제도, 그리고 더 먼 그날에도 이랬을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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