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1TV <다큐 3일>/ 27일 오후 9시 40분

   
잠들지 않는 대한민국의 첫 관문, 인천국제공항 공항에 가보셨습니까?

현실을 벗어나는 출구, 꿈을 찾아가는 입구 인생의 전환점을 맞은 사람들이 지나는 통로, 긴 여정의 희로애락이 녹아있는 곳, 공항. 여행이 시작되고 끝나는 인천국제공항 출입국장. 그 곳에 피어나는 만남과 이별 그 3일간의 기록입니다. 한 해를 마무리 하는 12월, 당신은 지금 누구와 어디에 있습니까?

- 54개국 하늘길을 이어주는 인천국제공항

우리나라와 해외 54개국, 164개 도시를 연결하는 인천국제공항. 2001년 개항 이래 하루 평균 8만 여명, 우리나라 출입 인원 10명 중 8명이 거쳐 가는 곳이다. 작년에 찾은 친부모와 연말연시를 보내려고 입국한 해외입양동포, 이민 간 자식을 보기 위해 휠체어에 의지해 12시간 비행에 나선 아흔 노모까지.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인천공항을 통과해 여행을 시작한다. 국제공항이라고 해외여행객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돈벌이를 위해 한국행을 선택한 해외산업연수생, 한국으로 시집오는 동남아시아 여성부터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떠나는 해외 이민자까지. 공항은 인생의 전환점을 온 몸으로 부딪히고 있는 사람들의 통로이기도 하다. 축구장 60배 넓이 50만㎡에 달하는 방대한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그곳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

- 공항에서 발견한 2008년 오늘

들뜬 여행객들로 가득 찬 공항. 하지만 입출국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시대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고환율로 해외여행 떠나기도 두려운 요즘, 인천공항의 출입국인원은 작년 대비 15%정도 감소했다. 반면, 엔화의 강세로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여행 오는 일본인은 증가했다. 이처럼 공항은 세계 경제에 민감하게 반응 하는 곳이다. 또한 한국 사회의 오늘을 비춰주는 거울이기도 하다. 방학을 맞아 귀국 하는 조기 유학생, 결혼 적령기를 훌쩍 넘긴 솔로들의 도깨비 여행, 취업 비자를 연장받기 위해 잠시 한국을 떠나는 중국동포, 없는 돈 쪼개 자식 얼굴을 보러 가는 기러기 아빠까지. 공항을 보면 우리 시대의 얼굴이 보인다. 대체 우리는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 걸까.

- 인생의 통로‘공항’을 지나는 사람들

▶ 공항 여객터미널 - 환갑에 중동으로 일 하러 떠나는 아빠와 든든한 지원군

“아빠 보내려고 공항 처음 와봤어요. 그래서 저한테 공항은 슬픔의 공간이에요”

만남의 설렘과 헤어짐의 아쉬움이 가득한 공항 여객터미널. 몇 분 뒤 비행기에 몸을 실을 예순 살 가장과 가족들의 릴레이 인사가 이어진다. 고국에서 첫 휴가를 보내고 이란의 일터로 돌아가는 길, 여수에 사는 아내, 세 딸, 손자손녀까지. 온가족이 총출동 한 것. 퇴직할 나이에 어려운 도전을 한 아버지,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아는 세 딸은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다. 아버지를 타국에 보내기 위해 처음 찾은 공항. 그들에게 공항은 헤어짐의 통로, 슬픔의 공간이다. 내년 봄, 아버지의 두 번째 휴가 마중 길, 공항은 이 가족에게 만남의 통로, 기쁨의 공간이 될 것이다.

▶ 1층 입국장 - ‘중국’ 부인을 기다리는 ‘한국’ 남편, 그들의 두 번째 만남

“동생 결혼시키려고 결혼상담소를 10군데 넘게 다녔어요. 우여곡절 끝에 오늘 우리 제수씨가 옵니다”

아침 일찍부터 꽃다발을 들고 입국장을 서성이는 사십대 남성. 그리고 그를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는 두 남자.

세 남자가 기다리는 이는 중국 심양에서 한국으로 시집오는 새색시이다. 마흔이 넘어 외국에서 배필을 찾은 새신랑을 위해 그의 형님과 결혼중개소 직원이 동행 한 것. 한여름 중국에서 결혼식을 올린 후 오늘이 두 번째 만남이다. 입국장에 기다리던 아내가 모습을 드러냈지만 꽃을 든 남편은 쉽사리 다가가지 못한다. 부부의 연을 맺기 위해 세월의 길을 돌아 온 신랑, 하늘길을 돌아 온 신부. 그들은 13살의 나이 차이와 국적, 세상의 편견을 초월하고 이 땅에서 부부로 정착할 수 있을까.

▶ 3층 출입국관리소 - 중국동포 가장의 쓸쓸한 휴가

“월급 200만원 못 받고 가요. 며칠을 쫓아다녀도 돈을 안 주더라고요. 고향 갔다 오면 다시 가봐야죠”

우리나라 경제에 낀 먹구름은 돈벌이를 위해 한국을 찾은 중국동포들에게까지 드리웠다. 한국살이를 포기하고 떠나는 중국 동포들이 작년과 비교해 20% 증가한 것. 위안화 대비 원화의 가치가 떨어졌고 일자리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

출입국관리소 앞, 각인각색의 외국인들 사이에 선 중국동포 임성길 씨. 3년 만에 첫 귀향길, 재입국 허가를 받기 위한 것이다. 가족을 위해 하루 종일 볕도 들지 않는 지하실 공사현장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그의 손에 들린 것은 작은 옷 보따리와 전기밥솥뿐이다. 밀린 월급을 받지 못해 발걸음이 무겁다. 더위와 추위를 견디고, 외로움과 싸우며 번 돈이다. 그가 휴가를 마치고 한국으로 다시 돌아올 때, 우리는 이방인 가장에게 따뜻한 품을 내어줄 수 있을까.

- 잠들지 않는 공항을 지키는 사람들

24시간 비행기 통행이 가능한 인천국제공항. 하루 평균 400여대의 비행기가 뜨고 내린다. 그런데 쉬지 않는 것은 공항 활주로만이 아니다. 잠들지 않는 공항을 생업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24시간 환전소, 하루 종일 구석구석을 돌며 쓸고 닦는 환경미화원, 공항을 지키는 보안요원들까지. 여의도에 18배 넓이의 공항은 3만 5천여 명의 삶터이기도 하다. 3층 출국장 밖, 공항버스 짐칸에서 여행객들의 짐을 꺼내주는 이환일 씨. 사업을 접고 이곳으로 흘러든 지 1년. 그는 하루 15시간, 공항버스 정류장을 뛰어다니며 새 삶에 적응 중이다. 일터에서 한 해를 마감하는 공항사람들의 새해 소망을 들어본다.

여행이 시작되고 끝날 때 스쳐 가는 공항.

그곳에는 모든 여행객의 긴 여정이 녹아있다.

한 해가 저물어 가는 12월.

<다큐멘터리 3일>은 인천국제공항 출입국장에서

72시간 동안, 23만 여명 인생의 여정을 마주했다.

2009년, 당신은 어디로 떠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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