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태여 났고, 중국국적이 있고, 중국주민등록증도 있다. 주민등록증에는 민족은 조선, 이름은 조선 글과 한어, 두 가지로 표기하였다. 당연히 중국조선족들은 중국에서 떳떳이 살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은 사정이 좀 틀리다.

조선 글과 한글이 다른가? 글자도, 말씨도, 조선말, 한국말 다르다.

조선 글은 순수 우리말로 적은 것은 인데, 한국말은 거의 절반이 외래어(영어) 위주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회사직원들과 대화를 하다가, 회사직원이 “중국에서 왔는데 어떻게 한국말을 이렇게 잘하지?” 의아해 하기에 두 말없이 법무부에서 발급해준 외국인등록증을 꺼내 보여주었다. 나의 외국인등록증을 한참 들여다보던 회사직원은 “중국인인데 왜 CHINA-KOREAN이라고 적혀져 있지?” 하고 고개를 젓는다. 보다 못해 나는 중국에서 왔는데 조선족 출신이라고 했다. 그런데 “조선족을 왜 KOREAN 안으로 쓰지?” 역시 이상하다는 뜻이다.

당연히 외국인 등록증에는 국적도 중국, 이름도 영문자, 외국인 등록증에서 한글로 중국조선족을 대표할 수 있는 글이 없었다.

외국인등록증에는 이름을 조선 글이 아닌 영문자로 씌어져 있다.

중국에서 조선족들은 (洪吉童 hóng jí tong)을 홍길동으로 발음을 하지만, 한국인들 훙지퉁으로 발음을 하는 데 이는 한국식발음이고, 한국말이었다. 중국연변을 쭝꿔옌뼨이라 하듯이.

현실이 이렇다 보니 당연히 중국조선족들은 한국에서 조선이름을 쓸 수가 없었고, 외국인 이름을 그대로 쓰는 가련하고 처량한 민족이 되어 버렸다.

그러니 조선족들이 한국 와서 고국이요, 같은 민족이라고 외쳐대니 얼마나 많은 한국인들이 뒤에서 손가락질했고 비웃었겠는가.

다행히 한국인들은 정이 많은 민족이라, 이름이 영문자로 되건 말건, 일터에서는 조선족도 한민족이라고 눈가림해주고, 이름을 그냥 조선 글 이름을 쓰게 했던 것 이다. 특히 은행에서 계좌번호를 신청할 때 외국인등록증을 내밀면서 영문자 이름을 불러주니 “자존심도 없는가, 한글이름을 쓰라”고 하면서 눈을 흘기던 은행직원 여성동무의 말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지금은 한글을 쓰지 못하고 외국인등록증에 영문자를 그대로 쓰게 한다.

오늘도 힘든 하루를 지냈다. 건설현장에서 마지막 마무리 작업을 끝내고, 내일부터는 또 다른 일자리를 찾아 용역회사를 찾아가야 한다. 국가적으로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내일부터 일을 할 수 있을지?…

지하쪽방에서 2년째 생활하면서 저녁은 라면으로 떼우고 지친 몸을 벽에 기대여 누우면서 주머니에서 나온 외국인등록증을 보면 서러움만 쌓여간다.

언제면 한국에서 나의 이름을 조선(한글) 글로 떳떳이 쓸 수 있을지? 외국인등록증이 아닌 재외조선인(한인)등록증을 발급 받을 수 있을지?

한해가 지나고 또 다른 새해가 다가왔다. 올해에는 희망이 있을까???

 

2009년 01월 07일

저녁 10시 35분, 서울 가리봉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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