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Caraz(카라즈)컵 세계 조선족 글짓기 대회 응모글

 

응모글 제13편 금룡 <담배 한 곽> 심사평 

리동렬 동북아신문 대표, 재한조선족작가협회장, ‘도서출판 바닷바람’ 발행인

식상한 소재에 담긴 잔잔한 감동

'담배 한 곽'은 담배에 인이 박힌 아버지가 시집간 딸을 만나서 흡연을 하다가 “구박”당한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그것도“지구 반대편”에서 오랜만에 친정나들이를 와서 “담배를 피우겠으면 밖에 나가 피우라”라며 아버지를 냉정하게 밖으로 쫓아낸다. 아버지 건강과“애들한테 나쁘다”는 이유에서다. 그후 작자는 삼년이란 시간이 흐른 뒤에 유럽에 가서 딸과 상봉을 한다.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아 부모와 오래 떨어져 살아온 딸은 그동안 많이 변해 있었다. 아파트에 흡연실까지 마련해놓고 아버지한테 “비싼 담배 한 곽”을 건네며 “담배가 인체에 안좋으니 점차 끊어보시기를 바란다”고 은근히 권유한다. 이에 작자는“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을 담배 한 곽으로 표현한 딸”이라며, “사랑이야말로 역병 물리칠 저항력이 아닐가”라고 깊은 감회를 토로한다. 즉 이 글을 쓰게 된 동기(주제)를 제시하고 있다.

글은 무엇을 쓰느냐가 중요하다. 글의 소재(글감)를 찾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글의 소재는 식상하다. "담배를 피우지 말라", "담배를 피우는데는 어때서?" 이런 사회적 대립구조는 우리 사회에서 오래전부터 형성돼 왔고, 또 그런 갈등이 가정이나 직장에서 너무 흔하게 발생하다 보니 “과연 이런 소재로 글을 써서 독자들의 공감을 얼마나 불러일어킬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기게 한다. 선진국은 물론, 중국에서도 아주 오래전부터 금연운동을 통해 흡연의 위해성을 알리며 금연을 제창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공공장소에서, 어린애들이 있는 곳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상식적으로 용납이 안되며, 흡연 자체만으로도 폭력행위가 될 수가 있다고 요즘 사회는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여기까지는, 이 글에서도 흡연자와 비흡연자 간의 식상한 갈등을 고스란히 보여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것은 흡연자가 있는 가족이라면 누구라도 겪었을 법한 갈등이기 때문이다.

“기가 차서, 지금 어느 세월인데 아직도 담배를 피우지?”하고 독자들은 오히려 작자를 나무람하게 될 것 같다. 이는 누구나 다 알 법한, 뻔한 소재를 찾아 글을 썼으니 읽을 흥미가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슬그머니 반전이 일어났다. 글감이 매우 식상하다고 생각했는데 글을 마지막까지 읽고 나니 가슴이 따뜻해나며 저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진다. 왜, 그럴까?

이 글의 가장 큰 장점은 글을 “진실”하게 쓰고자 노력했다는데 있다. 글을 씀에 아무리 미사구려를 많이 넣어 아주 그럴듯하게 써도 독자들한테 “진실”이 먹혀들지 않으면 감동이 오지 않는다. 바로 죽은 글이 된다. 그럼 글을“진실”하게 쓰자면 어떻게 해야할까? 한마디로 작자의 체험 의식을 아주 진실하게 반영할 수밖에 없다. 설사 그것을 문학적으로 가공했다고 해도 그 “문학성”은 “진실”한 인물이나 정경을 더 잘 그려내서 더 “진실”하게 보여주기 위해서야 할 것이다.

몇 가지 예문을 들어 이 글의 “진실성”을 살펴보자.

담배를 피우다 딸한테 쫓겨났을 때: “거의 애걸 하다싶이 말했는데도 가차없이 제 애비 몸을 떠밀어 밖에 나가 피우라니 어쩐지 딸 자식이 내 낳은 자식 맞나 할 정도로 섭섭한 그 무엇이 갈마 드는걸 어쩔 수 없었다.”

유럽에서 딸 자식을 만났을 때: “어찌나 추운지 손발이 얼고 낯이 죄여들었다. 하지만 마음만은 형용 할 수 없이 기뻤다.”

담배를 피우고 싶었을 때 : “나는 담배 초기 든 상태라 얼른 가로채듯 가지고 어디서 피워야 하는지 살피고 있을때… 일단 담배에 불을 붙이고 초기를 말리는데 담배가 지금까지 내가 피우던중 제일 맛이 좋았다.”

딸이 주는 ‘담배 한 곽’을 받았을 때: “한 순간 지나고 한참 지나서야 딸이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을 담배 한 곽으로 표현 했다는 것을…”, “부모자식 다 커서 떨어져 산다는 것도 어찌보면 순리겠지만 마음으론 여전히 한 지붕을 쓰고 산다는 것을 새삼스레 실감하게 되면서 가슴 한 구석에 영원히 잊지 못할 담배 한 곽에 담긴 부녀사랑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다.”, “아무리 역병이라도 혈육의 정은 막을 수 없다는걸 새삼 실감하면서 행복해하는 딸 가족 모습에서 오기를 잘했구나 사랑이야말로 역병 물리칠 저항력 아닐가...”

등의 묘사와 의론에서는, 글이 잘 다듬어지지 않았음에도 작자가 체험한 절실한 감수가 그대로 느껴지고 있다. 아마 독자들도 코로나19를 겪다보니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깨닳았기에 동감이 생기는게 않을까 생각이 된다.

한마디로 이 글은 식상한 소재로 결코 식상하지 않는 이야기를 썼다는 점에서 점수를 주고 싶다. 그러나 “식상한 소재”를 썼기 때문에 결국 그게 또 단점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이 글의 단점으로 구성이 아주 단순하다는 것도 지적하고 싶다. 담배를 피우다가 구박당하던데로부터 딸의 이해를 받게 된 이야기가 전부의 내용이다. 평소에 담배로 인한 마찰과 오해부분을 더 디텔하게 삽입해 넣고 묘사를 했더라면 글이 좀더 풍성해지지 않았을까 싶다.

글을 매끈하게 다듬지 못한 부분도 아쉽다. 특히 서두 부분을 보면 긴 복합문을 써서 글이 쉽게 읽혀 내려가지 않는다. 서술문과 대화문을 한데 이어놓아 문장이 엉켜붙은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글을 다듬고 다듬어야 문맥이 순통해지고 작자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도 막힘없이 전달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로년에 인생의 경험적인 주제를 철리적으로 풀어내고자 애쓴 노력과 저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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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모글 제13편 담배 한 곽 (금룡) ◀

 

응모글 제14편 박향화 <열정이 이끄는 나의 삶심사평

전은주 문학평론가, 재한동포시치료연구회 대표

이 글의 필자는 독서를 통한 자신의 ‘놀라운 삶의 변화’에 대해 썼다. 그는 어떤 과정을 통해 독서의 소중함을 발견했으며, 그것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는 ‘자기성찰의 힘’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성찰은 자신의 삶을 방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식 밑바닥에 있는 어떤 능력, 이를테면 ‘삶의 열정’ 등을 스스로 찾는 것을 말한다.

필자는 아기를 갖게 된 후 남편과 토론한 결과, 자신은 “직장생활에서 한발 물러나서 아이와 가정을 전면적으로 돌보는 전업주부가” 되기로 작정한다. 물론 계획을 세우고 결행한다고 그것이 쉽게 다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계획은 시작일 뿐이지 결과가 아니다. 그 자신도 “몇 개월 동안은 마냥 좋았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텅 빈 집에 홀로 고독하게 보내는 시간이 너무 싫었고, 바쁜 출근족과는 달리 남아도는 게 시간 뿐인지라 매일이다 시피 커피점이나 백화점 돌이나 친구와 수다를 떠는” 그런 일상을 견디지 못한다. 물론 처음에는 “놀고먹는 거 외에 하는 게 없는 전업주부”라는 딱지에 들어맞는 생활을 했다. 가장 기본이 되는 청소나 빨래를 해놓고 “나머지 시간은 하루 종일 소파에 누워서 눈이 빠지도록 한국 드라마 삼매경에 빠져 있다가 아들의 하학시간에 맞춰 학교에 가서 아들을 픽업해주는 것과 애랑 같이 숙제를 하는 것이 하루일과의 전부인” 그런 생활을 했다.

그러다가 자신을 성찰하기 시작한다. “남편은 직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아이도 잘 커가는데 자신은 점점 불안과 초조함으로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열등감 속에서 허우적 거리기 시작했다. 이제는 남편과 아이가 오히려 자신에게 맞춰 주기만을 바란다. 이는 애초의 선택과는 전혀 다른 결과이다.

그는 열정을 지니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할 때 가장 큰 행복감을 느낀다는 것을 상기해낸다. 그리하여 자신에게 숨겨진 ‘열정’을 가지고 자신의 행복을 찾는 과정에서 스스로에게 알맞는 ‘요가’를 찾아낸다. 힘든 첫 3주일을 견뎌내고 열정적으로 일 년 정도 몰두하다 보니 허리디스크도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요가와 더불어 명상의 시간도 늘어났다. 그 명상의 덕분인지 다행스럽게도 그 열정이 요가에서만 끝나지 않았다.

그것은 다시 가정교육과 책육아로 발전한다. 반년 간 하루도 빠짐없이 온라인 강연을 듣고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아이도 책의 흥미로운 세상에 빠지게 되었고, 100일 동안 아이한테 읽어준 책이 무려 300여권에 이르게 되었다. 아이도 점점 사고를 확장하면서 책에서 배운 내용들을 다양하게 활용하기 시작했다. 필자는 아이의 발전도 놀라웠지만 자기 자신이 독서에 몰입하는 그 자체가 놀라웠다고 한다. 그는 첫 몇 개월 동안에는 아이가 잠들고 나면 저녁 11시부터 새벽까지 “지칠 줄 모르는 무뿔소처럼” 항상 책속에 파묻혔다. 그에게 ”책은 배움과 깨달음 그리고 용기와 위안을 선사하였다“. 그는 점차 책을 자신의 동반자이자 든든한 버팀목으로 삼았고, 독서를 열애하는 사람으로 변해갔다. 그렇게 읽은 책이 재작년 하반년까지 60권 정도였고, 2021년에는 ‘100권 읽기’에 도전하여 그 목표를 달성해냈다.

그는 아주 다양한 책을 통해, 자신의 사유형식과 인식이 바뀐다는 점, 저자의 지혜와 훌륭한 인생철학을 배워 어느새 자신도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그리고 그는 단순히 책을 읽는 데만 그치지 않고, 독서 노트를 만들어 정리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필자는 독서에서 얻은 명귀를 가슴에 새기고 있다.

“가치 있는 일을 아니 한 날 그 날은 잃은 것이다.”

“그대가 낭비한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다.”

이 두 문구를 자신의 채찍으로 삼았다. 그가 독서에서 얻은 소중한 결론은 그 누구도 열정 없이는 아무것도 이뤄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열정이 이끄는 현재의 삶을 사랑한다고 글을 끝맺는다.

물론 자신의 심리적 변화를 짧은 글로 다 담기는 쉽지 않다. 그러므로 그 변화 과정을 고르게 묘사하기는 쉽지 않다. 어떤 경우에는 오히려 설명이 장황해질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이 지니고 있는 몇 가지 작은 결함에도 불구하고, 이 글은 독자들에게 자기성찰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장점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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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모글 제14편  열정이 이끄는 나의 삶 (박향화) ◀

응모글 제15편 리해월 <한국에서의 직장생활 수기> 심사평

황유복 중앙민족대학 한국문화연구소 소장

리해월의 <한국에서의 직장생활 수기>는 한국에서 자신이 직접 겪었다기 보다는 보고 들었던 다양한 소재의 삶의 이야기를 무심하게 말하기로 비유되는 이야기형식으로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 글쓴이가 한국에 가서 취직한 부품회사의 업무에 대한 소개, “7개 나라의 직원들로 이루어진 글로벌 회사”소개, “회사창립 30주년 기념” 가을 야유회”소개, 글쓴이가 일하는 부서에 대한 상세한 소개, 부서주임님 소개, 남반장님 소개…… 그리고 “한국에서 일은 비록 힘들었지만 직장 동료들과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 속에서 나는 그나마 행복하게 지냈다.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세계 여러 민족들과 함께 직장생활을 하면서 다문화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고 회사직원들과의 소중한 인연으로 나의 삶은 더욱 다채롭다.”라는 마무리하는 한마디말로 자신의 직접 겪었던 삶의 경험을 이야기한다.

오늘날은 글로 소통하는데 익숙해진 소셜 미디어시대이기 때문에 모두가 글쓰기에 대한 욕망이 점점 강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글쓰기는 사실 글 읽는 이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기 때문에 우리가 쓴 글이 수필이던 수기이던 모두 독자들과 소통하는 글을 써야 한다. 자신만을 위한 일기를 제외하면 우리의 글쓰기는 “독자를 위한 글 쓰기” 여야 한다. 이게 글쓰기의 본질이다.

리해월의 수기는 한국직장에서의 생활을 중심이 없이 라열하고 있기 때문에 가정주부의 가계장부쓰기와 같은 느낌을 강하게 주고 있다.

“우리 회사는 직원이 100여명 되는 초정밀 에칭제품제조 전문회사이다.”로 시작되는 수기의 시작부분에서 글쓴이는 전문분야의 직원이나 전문가가 아니면 거의 알 수 없는 여러 가지 외래어로 된 부품명칭들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 글을 읽어 내려갈 용기가 있는 독자가 있겠는지 싶다.

“한번은 내가 남반장님한테 한국에 오시게 된 계기와 금방 한국에 오셨을 때 어떻게 지내셨는지 궁금해서 물었다.” 로 시작한 부분에서는 남반장이 한국으로 나오게 된 과정을 너무 상세하게 소개하면서 심지어 남반장이 기독교교회 신도로 되는 과정도 마치 교회 광고를 하듯이 상세히 쓰고 있다. 물론 남의 이야기를 쓸 수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한국에서의 직장생활 수기>에서 자기가 직접 체험한 이야기보다는 남의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한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의 수기에는 풍성한 콘텐츠가 있기 때문에 남의 이야기 보다는 자신이 경험한 삶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독자의 립장에 접근하면서 읽는 이들이 이야기의 참 재미를 느끼게끔 글을 줄이고 보태다 보면 좋은 수기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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