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Caraz(카라즈)컵 세계 조선족 글짓기 대회 응모글

 

응모글 34편 김은실 <간병인의 수기> 심사평

전은주 문학평론가, 재한동포시치료연구회 대표

 

이 글은 필자인 김은실이 한국으로 온 뒤, 간병인이 된 과정을 서술한 글이다. 이 글을 읽으면, 우리가 구태여 알고 싶어 하지 않고 외면했던 ‘간병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게 된다.

이 글이 지니는 장점을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이 글은 ‘실감’을 준다.

실감은 독자가 글을 통해 필자가 실제로 체험한 것을 함께 느끼는 것이다. 그러므로 실감을 준다는 것은, 필자가 자신의 주관적 체험을 얼마나 잘 객관화 시켰느냐를 뜻한다. 그러므로 이는 글솜씨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그러나 아무리 글솜씨가 뛰어나도 그 글에 필자의 진정성이 담겨져 있지 않으면 그 실제 감동은 오래 가지 못한다.

이 글이 실감을 주는 이유 중의 하나는 간병인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소개한 부분이다. 간병인의 도움이 필요한 환자는 대체로, 죽음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기력이 거의 없거나 치매처럼 도저히 혼자 힘으로는 살아갈 수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런 환자를 돕는 일은 고통을 수반한다. 보통 사람은 자신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고통을 외면하고 싶은 속성이 있다.

그러나 간병인은 이런 환자를 돕기 위해 4 가지 역할을 한다. ①환자의 식사, 대소변 처리, 목욕 등의 일. ② 환자의 체온, 맥박, 호흡 수, 음식과 배설 양 등의 체크, ③ 약 복용과 확인, 건강 상태 등에 대한 파악, ④ 심리적 안정 등의 일을 한다. 물론 간병인의 이러한 역할은 간호사 등 의료인이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필자는 현재의 요양원 체계에서 그런 역할을 간병인이 다 떠맡는다는 실상을 생생하게 잘 보여준다.

둘째, 이 글은 독자 자신을 성찰하게 한다.

여운이 짙은 감동을 주는 글이란, 독자가 자신을 성찰하게 하는 글을 말한다. 이 글은 독자들이 지닌 자신의 선입견을 성찰하게 해준다. 그러므로 한번 읽고 내려놓는 글이 아니라 책장을 덮고 오래 사색하게 만들어준다.

셋째, 이 글은 인식을 확장시켜 준다.

이 글은 독자 자신의 자기성찰을 통해 종래에 지니고 있던 간병인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게 해준다. 필자가 표현했듯이 많은 사람들이 간병인에 대해 “거의 경멸에 가까운 어조에 싼 동정심까지” 섞어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이 글의 필자도 처음에는 엄두도 낼 수 없는 일이었지만, 어떤 할머니 환자가 필자의 도움을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그 인사 때문에 자신의 인식도 바뀌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필자는 할머니 환자의 고통을 통해, 간암으로 돌아가신 아버지를 추억한다. 그리고 “우리 아버지도 아빠도 저렇게 아프셨겠구나!” 하고 자신의 경험을 더 확장시킨다. 나아가서 그 글을 읽는 독자의 인식도 확장시켜 준다.

이 글은 자신이 간병인이 되기까지의 심리적 변화를, 그리고 현재 요양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간병인의 역할 등을 구체적인 상황을 통해 잘 그려낸다. 그러면서도 필자는 자신의 이런 글쓰기를 겸손하게 표현한다. 자신의 글쓰기 실력으로는 “모든 간병인들의 마음을 대변할 수도 없고, 죽음을 마주한 환자들의 그 다양한 색깔의 마음”과 “부모 또는 남편, 아내를 요양병원에 보내고 안타까워하는 그 가족들의 마음도 다 담아 낼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간병인들의 가족들이 더는 남들 앞에서”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랑스럽고 당당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고 밝힌다.

그런 점에서 이 글에는 필자의 따뜻한 성정과 풍부한 이해력이 잘 드러나 있다.

부연하면, 두번째 소제목인 “정 주지 마라!”의 의미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겠다. 이는 환자의 고통을 자신의 것으로 삼아 잘못 판단하거나 스스로 고통받지 말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간병인의 마음을 차갑고 냉랭하게 바꾸라는 게 아니다. 필자가 그러하듯이 정은 지니되 휩쓸려 상처입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려면 자신이 지닌 그 마음의 흐름을 알고 이것을 잘 다룰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물론 이 글이 지니고 있는 아쉬움은 마무리가 좀 미흡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런 작은 단점은 이 글이 지닌 큰 장점에 비추어보면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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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모글 제34편  간병인의 수기 (김은실) ◀

응모글 35편 강희선 <약속시간>심사평

서옥란 연변대학교 특별초빙교수, 신문방송학과 교수, 박사지도교수

 

"내리사랑, 손주사랑"

 이 글은 코로나로 인하여 태어난지 두돌이 넘는 외손주를 만나지 못한 한 외할머니의 절절한 그리움과 애틋한 사랑을 보여주는 편지형식의 수기이다. 편지에서 할머니는 손주에 대한 사랑만을 그린게 아니다. 어떤 역병속에서도 서로 사랑하고 아끼는 따뜻한 가족의 사랑, 그리고 우리 말과 글에 대한 애착도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가 막 터지기 시작한 시점에 손주의 태어남은 온 집안의 기쁨과 희망이 되였다. 할머니는 손주에 사랑과 한없는 모성애를 격정적으로 쏟아냈다. “너를 발견한 순간 이 험한 세상에 아름답고 신비한 새 생명을 도래시킨 경이로움으로 만감이 교차하는 그 기묘한 감정에 휩싸여 얼굴에는 눈물이..” 새 생명에 대한 예찬과 더불어 모성의 위대함을 잘 그려냈다. 그러면서도 이야기 도중에 작은 에피소드도 재치있게 적었다. 바로 빨간 옷 사건과 사돈간의 기싸움이다. 저자의 마음 같았으면 갓 태어난 손주에게 흰 배냇저고리를 입히고 싶었지만 병원에서 안겨서 나오는 외손주는 빨간 옷을 입고 있었다. 살짝 실망하고 서글프고 어이없는 마음이 있었지만 인형같은 귀여운 손주는 그런 토라질번한 마음을 싹 씻어주었다고 한다. 얼마나 이쁘고 귀한 손주였을까. 세상 모든 할머니들의 마음을 그대로 그려내, 읽는 이들을 감동 가득하게 하는 순간이다. 잠간 집안일로 다시 한국에 돌아간 할머니는 이제 다시 입국하기가 참으로 어려운 상황이 되였다. 매일매일 그리운 마음으로 영상통화를 하면서도 잠간이라도 우리 말로 대화하는것을 잊지 않는다.

이 글을 읽느라면 할머니의 손주에 대한 한없는 사랑과 동시에 위대한 모성애를 가슴으로 느끼게 한다. 또한 손주를 만나지 못해서 안타깝고 애타지만, 절망보다도 오히려 희망이 더 많이 보인다. 더욱 좋은 세상에 대한 바램과 더 건강하고 밝은 모습으로 상봉할 그날에 대한 절절한 기대로 넘친다. 이런 감정들을 “향긋한 젖냄새와 솜사탕같은 너의 하얀 손과 발을 얼마나 만지고 싶었는데”, ”그렇게 바람이 차고 마음 시린 겨울날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슬펐던 이별이였어” 등등 소박하면서도 섬세한 표현력으로 잘 구사하고 있다. 살짝 아쉬운 점이라면 제목이 “약속시간”이라 구체적인 시간을 가리키는 줄 알았는데 편지의 끝에 와서야 “약속의 날”이라는 것을 알 수있었다.  “약속의 날” 혹은 “약속의 시간”이 더 자연스러운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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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모글 제35편  약속시간 (강희선) ◀

 

응모글 36편 김무성 <택시> 심사평

김학송 시인 국가1급작가

김무성씨의 단편소설 “택시”는 출근길에 만난 택시기사와의 에피소드를 소재로 삼아 안정적인 필치로 인간성의 미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소설은 생활의 한 단면을 포착하고 작고 평범한 사건과 형상으로 인간의 순수하고 진실한 감정세계를 그려냄과 동시에 작자의 심적리상도 드러내 보인다. 이야기 속에 숨어있는 삶의 온기가 느껴지는 점과 삶의 근원적인 문제를 디테일하게 그려낸 형상능력을 높이 사주고 싶다.

작자의 인간성 형성과정이 소시적 엄마와의 추억으로 이어져 합리성을 얻고 있다. 특히 두 주인공의 풋풋한 대화가 소설의 슈제트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정경묘사와 심리묘사도 인물형상을 둘러싸고 합리하게 전개된 편이다.

소설은 설득력이 있는 구성으로 외국생활의 특이한 분위기를 전달함과 동시에 인간의 본질에 대한 존재론적인 사색을 불러준다. 소설의 앞뒤가 잘 조응되여 여운을 남기는 묘미도 있다.

생활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탐구와 개성적인 생활어의 발굴로 자신의 창작세계를 더 튼튼히 다져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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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모글 제36편   (단편소설) 택시 (김무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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