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19일 화요일
연출: 김경희 작가: 김경순
진행: 이소연, 전춘화

 KBS 한민족방송인 "보고싶은 얼굴 그리운 목소리-행복우체통"이 10월 19일 화요일에 방송되었다.

▶ 편지사연.. 1. <엄마의 언어> (여, 30대) 유려, 북경시 조양구

내 딸애는 엄마한테 약간 애착이 지나친 편이다. 엄마가 문밖에 쓰레기 버리러 갈 때도 따라나설 정도로 엄마를 떠나지 못하기에 나는 그 애한테 껌이라고 별명을 부쳐주었다. 빨간 옷을 입으면 딸기껌, 초록색 옷을 입으면 수박껌, 노란색 옷을 입으면 병아리껌… 딸애는 그런 별명이 재밌는지 해해 웃으며 내 꽁무니를 더욱 따라다닌다.

북경에서 살면서 우리말을 견지하기 위하여 비싼 한국 유치원에 보내는데입을 열면 나오는 사투리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또 한족 말을 하는 동네아이들 틈에서 약간 어울리기 어려워하는 딸애, 그래서인지 더욱 엄마 꽁무니를 따라다닌다. 겉으로는 허허 웃으며 딸애를 껌이라고 놀려주는 내 마음에는 사실 허둥댐이 있었다. 내가 잘못 키우는 것은 아닐까 자책이 드는 것이다.

중국어로 모든 교류는 되지만 내 감정을 유독 내밀하게 백 프로 담아낼 수 있는 말은 우리말이기에 나는 딸애와 간극이 없는 정서적 교류를 위하여 우리말을 견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또래들 사이에서 왠지 어중간해지는 딸아이의 언어실력에 내심 조바심이 나는 것이다. 엄마에게 가장 편한 언어로 이 세상을

제대로 알려주고 엄마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 그러면서 엄마의 모든 사랑을 제대로 받으면서 건강하고 풍부한 감수성을 키우는 것, 그래서 감정이 풍부하여 다른 이의 마음을 제대로 살필 줄 아는 바로 된 인간으로 키우는 게 내 목표가 아니던가? 이런 불안감 덕분에 아이에 대해서, 교육에 대해서 훨씬 풍부하고 깊은 고민을 하게 되는 이 상황에 감사한 것도 사실이긴 하다.

우리말로 딸애를 키우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고 또한 나와 엄마와의 관계를 많이 돌아보는 게 참으로 나한테는 너무나 소중한 과정이듯… 우리 딸애도 그랬으면 좋겠다. 그러면서 언젠가 엄마가 그리워지는 나이가 되면 엄마가 겪어온 문화에 대해서 그 엄마의 엄마가 겪은 문화와 역사에 대해서 호기심을 가지게 되며 자신과 민족이라는 공동체에 대해 두루 깊게 사고하며 인류사회에 대한 사명감 의식을약간 아는 아이였으면 좋겠다.

아이가 인간에 대해서 제대로 된 사고 할 수 있게 해주는 게 바로 엄마가 가르쳐주는 언어라고 하면 너무나 거창한 것일까?

편지사연.. 2. <석양에서 느낀 황혼의 감동> (, 70) 10/19 리정화, 중국 길림성 연길시(봄빛문인회회원)

빨갛게 물들어가는 석양을 바라보며 남편과 함께 산책한다. 활화산처럼 타오르는 노을에 “와!...”하고 감탄이 흘러나온다.파란만장하게 살아온 나의 황혼도 저 노을처럼 아름답게 물들어 갔으면 좋으련만, 칠순 잔치를 치르고 난 뒤로 나도 모르게 불쑥불쑥 감탄이 새어나오면서 유난히 감동을 잘 먹는다. 우리 부부의 칠순잔치를 준비하느라 분주히 돌아칠 무렵이었다. 요즘은 다들 환갑 년이나 칠순이 되는 해에 여행을 간다고들 한다. 그러나 사람들을 좋아하는 남편이라 육십 회갑을 십 년이나 미뤄 온 칠순을 그냥 여행으로만 성에 찰리 만무했고 그 고집을 누구도 꺾을 수 없었다. 며칠 후, 얘들에게서 예식장, 사회자, 반주자, 가수를 모두 예약 해 놓았다는 소식이 왔다. 그러면서 우리 부부 앞으로 한복, 신발, 속옷까지도 새로 맞추라고 미리 돈도 보내왔다.

2020년 1월 2일, 드디어 우리 부부는 잔칫날을 맞이했다. 예식장에 들어서니 장내는 벌써 잔치 분위기로 후끈했다. 곳곳에서 찾아온 친척들과 남편 친구들이 일찌감치 와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멀리 청도, 한국에서 온 시집 조카들의 얼굴도 보였다. 40여 년간의 우정을 지켜온 친구들, 동네 이웃들, 문학 친구들의 얼굴도 보였다. 너무 감격스럽고 고마워서 눈시울이 뜨거웠다. 우리부부는 잔칫상에 나란히 앉았다. 자녀들의 부모에 대한 감사 편지 예식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손님들은 자식농사를 참 잘 지었다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두 딸과 손군들까지 나서서 코믹 댄스로 장내 분위기를 화끈하게 달구었다. 칠순 잔치 날은 그야말로 감동에 감동을 거듭한 하루였다. 여행으로 대체하지 않고 잔치를 치르기를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40여 년간의 어려운 고비들을 넘나들면서 줄곧 조연으로만 살아온 우리 부부가 오늘은 드디어 주인공이 된 듯한 크나큰 기쁨과 감격으로 하여 가슴이 마냥 뿌듯하기만 했다. 형제자매와 친척들, 이웃, 친구들의 따뜻한 도움과 응원이 없었다면 파란만장한 운명의 가시밭길을 어떻게 헤쳐 나갈 수 있었을까?

버젓이 앉아 절만 받지 말고 우리가 엎드려 모든 분들에게 절을 올리고 싶었다. 여행에 색다른 즐거움이 있겠지만 이 같은 깨달음과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까? 길가의 들풀도 나무들도 손 저어 반겨 주며,평범한 일상 속에서 행복을 찾아 수많은 감동을 만들고 그 감동을 먹고 되새기며 감동의 눈물로, 감동의 물결로 석양 노을을 아름답게 물들어야겠다고 다짐하는 나를 응원해주고 있었다.

청취자 참여코너
청취자 참여코너

이소연(李素妍 ) 약력:  

숙대 경제학과 졸업

KBS 공채 3기 아나운서 입사         

현재 프리랜서 아나운서

<TV프로그램>
여성백과 / 토요초대석
누가누가 잘하나
<RADIO 프로그램>
영화음악실 /KBS FM 희망음악
음악과 시/ 오후의 교차로
우리들은 동향인/ 통일열차
종교와 인생/보고싶은 얼굴 그리운 목소리


전춘화(全春花) 약력:

·前 연변대학 외국어학부 영어전임강사

·前 다모 글로벌교육문화 협동조합 이사장 

·前 TBS 라디오방송 시청자위원
·現 홍익대학교 국제학생지원실 실장
·現 홍익대학교 상경학부 조교수
·現 한국공자문화센터 홍보부장
·現 공명국제인재개발원 원장
·現 (사) 조각보 이사
·現 공명 한중청년교류협회 지도교수
·現 다가치포럼 운영위원회 위원
·現 한중포커스 신문 자문위원
·現 KBS 한민족방송 행복우체통 고정출연
·現서울외국인주민 및다문화가족 지원협의회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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