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20일 화요일
연출: 김경희 작가: 김경순
진행: 이소연, 전춘화

 ▶ 편지사연.. 1. <황혼의 행복> (남, 70대) 6/20 

손홍범, 중국 길림성 도문시

수 십년 교원사업을 충실하게 마치고 정년 퇴직한 지도 오래다. 행운스럽게 우연히 이름난 작가로부터 글짓기를 즐겨 보라는 간곡한 권고였다. 우선 간단한 글 시조 짓기부터 배우기로 하였다. 옛사람의 지혜와 글재주에 탄복하면서 명인들의 시조를 읽고 외우고 하는 가운데서 점차 미립이 트기 시작하였다.

시조는 말 그대로 간단하여 나같은 황혼 인생에는 안성맞춤 하였다. 내용 배비형식도 중국 당조 때의율시와 꼭 같아서 원래부터 당시에 흥미를 갖고 있는 나에게는 아주 익숙한 것이었다. 마지막 장이 관건이다. 남다른 표현법, 특이한 느낌, 독특한 견해, 기이한 주장으로 읽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으면 완성이라 하겠다.

한동안 연습했더니 인젠 제법 즐길만하게 되었다. 매일같이 평범하게 지내던 예사로운 일상생활에서도 시감이 생기고 늘 보아 눈에 익은 사물도 다시금 돌아보며 시를 더듬어 보려니 참 기분이 난다. 마누라가 인젠 날씨가 더워졌다며 두터운 옷은 죄다 치워 두잔다. 자연스럽게 한 수 지어졌다.

마누라는 나에게 엄지손을 내밀어 보였다.

(손홍범 낭송) 자기야 무슨일로 갑자기 차거웠지?

미안해 저도 몰래 괜시리 골이 났어 괜찮아 삼복간에도 추운날 있을라니 서쪽하늘엔 저녁노을 빨갛다. 가을단풍도 붉게 불타지 않았던가? 똑같은 빨간색이 머리를 스친다.

(손홍범) 서럽다 노을 타고 하루가 넘어가고 애닯다 단풍위로 한해가 도망간다 세월아 가겠거들랑 나만 두고 가렴아

나의 이름은 아버님께서 고르고 골라 지어 준 것이란다. 그 이름 덕이랄까. 기나긴 세월 무난히도 견뎌왔다.

(손홍범) 산같은 기대담아 내 이름 지었다오

다정히 부르시며 내 삶을 지켰다오

소중히 간직할게요 아버님의 금선물

나는 피천득 선생님의 명함을 대단히 좋아한다.

무슨 일이나 천 번 거듭하면 반드시 성공한다는 말이라고 알고 싶다. 나도 시조를 천수를 바라고 짓고 지으면 선생님처럼 책을 낼 수 있지 않을까 꿈도 꿔본다. 이미 적지 않게 지어 냈고, 더러는 신문과 간행물에 실리기도 했다. 그렇다. 희망을 가지고 흥취가 있는 일을 하여 나아가리라.


▶ 편지사연 2. <약속> (여, 10대) /

최은진, 중국 길림성 화룡시신동소학교 6학년

(아빠) 은진아, 일본식품 사러 가자.

(최은진) 네? 정말요. 우리 아빠가 최고!

나는 약속을 지킨 아빠에게 엄지손가락을 내들었다. 며칠 전부터 나는 친구들이 산 놀기도 하고 먹을 수도 있는 일본식품을 보면서 아빠를 졸라 사기로 마음먹었다.

엄마한테 부탁하면 다 큰애가 무슨 놀이냐며 단번에 거절당할 것이 불 보든 뻔하니까. 아빠는 여태껏 한 번도 내 부탁을 거절한 적이 없다. 나와의 약속은 무조건 지키는 아빠의 철 같은 원칙이다.

아마 하늘의 별도 따오라면 따오는 그럴듯한 흉내도 낼 아빠이다. 그래서 내 마음속 아빠는 언제나 짱이다. 우리 화룡 시내에서 유일하게 일본식품을 파는 슈퍼에 도착한 나는 아빠의 눈치를 살피며 하나를 골랐다. 그런데 아빠는 사고 싶은 걸 더 고르란다. 나는 얼싸 좋다고 염치를 불구하고 다섯 개나 샀다. 슈퍼를 나서며 시간을 보니 글짓기학원에 갈 시간이 다 되었다.

나는 학원에 늦어서 아빠 차를 타고 부랴부랴 학원으로 갔다. 학원 친구들은 벌써 조용히 앉아 독서를 하고 있었다.

(최은진) 아차, 이 정신 봐 급히 차에서 내리느라 아빠한테 고맙다는 인사도 하지 않았구나. 걸상을 찾아 앉았지만 선생님의 강의가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평시 같으면 머리 속에 쏙쏙 들어왔겠는데 말이다. 집에 가서 일본식품을 가지고 놀다가 먹으면 엄마가 이상한 눈길을 보내지 않을까 하는 이런저런 잡생각에 빠졌다.

(선생님) 은진학생, 지난주에 갖고 오라던 잡지는 갖고 왔어요? 선생님의 말씀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가방부터 뒤졌다. 아무리 찾아봐도 깜빡 잊고 잡지를 가져오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최은진) 서, 선생님, 잡지를 가져오지 않았어요. 미안해요. 고개를 푹 숙이고 혀아래 소리로 중얼거리는 나를 보면서 선생님은 더 따지지 않고 자신이 보던 <꽃동산>잡지 한 권을 건네주었다.

아빠는 나와 한 약속을 꼭꼭 지키는데 나는 선생님과 한 약속을 오늘도 지키지 못했다. 덤벙거리는 성격도 있지만 약속을 꼭 지키려는 의지가 부족한 것 같다. 준비물은 학원에 오기 전에 준비를 해야 되는데 텔레비전을 보다가 아빠가 슈퍼에 가자니 그냥 가방을 달랑 메고 나온 내 잘못이다. 아빠의 훌륭한 딸이 되기 위해선 작은 약속이라 꼭꼭 지키는 습성을 길러야겠다. 오늘의 독후감도 약속에 관한 내용으로 쓰기 시작했다.


청취자 참여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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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연(李素妍 ) 약력: 

숙대 경제학과 졸업

KBS 공채 3기 아나운서 입사         

현재 프리랜서 아나운서

<TV프로그램>
여성백과 / 토요초대석
누가누가 잘하나
<RADIO 프로그램>
영화음악실 /KBS FM 희망음악
음악과 시/ 오후의 교차로
우리들은 동향인/ 통일열차
종교와 인생/보고싶은 얼굴 그리운 목소리


전춘화(全春花) 약력: 

·前 연변대학 외국어학부 영어전임강사

·前 다모 글로벌교육문화 협동조합 이사장

·前 TBS 라디오방송 시청자위원
·現 홍익대학교 국제학생지원실 실장
·現 홍익대학교 상경학부 조교수
·現 한국공자문화센터 홍보부장
·現 공명국제인재개발원 원장
·現 (사) 조각보 이사
·現 공명 한중청년교류협회 지도교수
·現 다가치포럼 운영위원회 위원
·現 한중포커스 신문 자문위원
·現 KBS 한민족방송 행복우체통 고정출연
·現서울외국인주민 및다문화가족 지원협의회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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