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11월21일 화요일
연출: 김경희 작가: 김경순
진행: 이소연, 전춘화


▶ 편지사연1 . <영화 그리고 그 추억> (여, 50대) 11/21 화

김점순, 중국 길림성 연길시 제10중 학교 김점순

내 동년시절의 문화생활은 단조롭고도 소박했다. 문화생활이 메말라 있었던 그 시절에 영화를 본다는 건 사치였다. 현방영대에서 각 촌을 돌면서 1년에 몇 번씩 영화를 돌렸다. 마을 탈곡장이 로천영화관이었다. 아이들은 영사막을 칠 때부터 “영화 한다.”를 외치며 동네방네에 소식을 전한다. 영화를 하는 날이면 사원들은 여느 때보다 일찍 밭에서 돌아온다. 엄마들은 영화 볼 때 먹을 콩이며 강냉이를 볶느라 분주하다. 우리 아이들은 영사막을 칠 때부터 걸상을 가져다 미리 자리를 맡아놓는다. 당시 우리는 한족과 조선족이 거의 반반씩인 동네에서 살았는데 오른쪽은 한족들이, 왼쪽은 조선족들이 앉아 영화를 보곤 하였다.

그날이면 가족끼리 긴 걸상에 나란히 앉아 영화를 본다. 다음날부터 우리는 방영대를 따라다니며 이미 본 영화를 또 보러 간다. 같은 영화를 전 향의 각촌을 순회하면서 돌리기 때문이다. 이웃마을에서 영화를 할 때면 이웃마을 애들은 길에 함정을 파놓기도 한다. 주인행세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때는 동네 큰 행사 중 하나가 1년에 한 번씩 단체로 20여 리 떨어진 현성인민영화관에 가 조선영화를 보는 것이었다. 모내기가 끝나면 사원들은 경운기를 타고 조선영화를 보러 간다. 조선영화를 할 때면 동네 로인들도 모두 영화 보러 간다. 말을 알아 들을 수 있고 또 고향이 조선인 로인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아무튼 현성에 영화 보러 가는 날이면 동네 잔치날이었다. 이날이면 우리 동네만이 아닌 전 현의 조선족 동네 사람들이 구름처럼 영화관으로 몰려왔다.

나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처음으로 영화관에서 가서 영화를 볼 때 내 자리는 4패 3호였고 표값은 15전이었다는 것을. 그런데 집안에서도 편히 누워 영화를 볼 수 있는텔레비전이 세상에 있다고 한다. 동네에서 십여 리 떨어진 공장마을에 가면 시내 거리에 걸어놓은 텔레비전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동네돌이를 하던 우리 아이들도 청년들이 오르는 경운기에 따라 올랐다. 개혁개방의 물결은 마침내 우리에게 오매에도 꿈꾸던 텔레비전을 선물하였다. 우리 동네에서 제일 처음으로 흑백텔레비전을 산 사람은 옆집 아저씨였다. 동네사람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저녁 밥술을 놓기 바쁘게 텔레비전을 보러 옆집아저씨네 집에 몰려들었다.

흑백텔레비전은 칼라텔레비전으로 바뀌었다. 우리는 더 많은 작품들을 접했는데 가장 잊을 수 없는 것이 한국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였다. 요즘 그냥 폰 하나로 모든 것을 접할 수 있는 시대에 살건만 왜인지 공허하다고 하는 걸까? 왜 옛것들이 자꾸만 생각나는 걸까? 나는 흘러간 추억 속의 영화, 드라마를 되새기며 오랫동안 만끽 못했던 설레임과 그리움을 하나, 둘 찾아본다.


▶ 편지사연 2. <배추김치 하던 날> (여, 10대) 11/21 화

손유미, 중국 길림성 연길시 연남소학교 3학년

지난 일요일 아침, 요란한 도깨비방망이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어요. 할머니께서 배추김치를 담그려고 고추 양념을 하고 있었어요. 나는 아침밥도 먹지 않고 할머니가 하시는 것을 자세히 보았어요.

(손유미) 할머니 저도 해볼래요?

나는 할머니를 도와 빨간 고추 양념을 배추에 버무렸어요.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 옷과 그릇에 고추 양념이 가득 발라졌어요. 그래도 할머니께서 차근차근 가르쳐주시는 대로 천천히 하였어요. 차츰 배추를 한 잎 한 잎씩 넘기면서 고추 양념을 바르는 속도도 빠르고 김치 속과 겉도 골고루 빨갛게 물들게 발랐는데 너무도 보기가 좋았어요. 할머니도 내가 한 김치를 자세히 검사하시더니 이렇게 칭찬하셨어요.

(할머니) 이젠 우리 손녀가 다 컸구나. 김치도 보기 좋고 맛있게 양념을 버무렸네.

할머니의 칭찬에 나는 너무 신나서 배추김치 한 잎을 똑 뜯어 할머니께 맛보시라고 했어요. 그리고 나도 한입 맛보았어요. 내가 버무린 배추김치여서인지 “사각사각” 하는 것이 정말 꿀맛이었어요. 나는 너무 신이 나서 할머니와 약속했어요. 이제부터 할머니를 도와 더 많은 일을 하겠다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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