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1월23일 화요일
연출: 김경희 작가: 김경순
진행: 이소연, 전춘화

▶ 편지사연 1. <뜻깊은 동창모임> (남, 70대) 1/23 화

김중섭, 중국 길림성 연길시 (천광일)

1960년에 초중을 졸업한 나는 가끔  그때 졸업사진을 볼 때면 그때 그 시절이 그리워지며  동창 모임을 하고싶은 생각에 무척 애를 썼다.  그래서 동창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하여  사처에 전화 련계를 달아보니 60년이 지난 세월이다 보니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때 우리 반에는 43명 학생이 있었는데 이젠 병고와 사고로 죽은 사람이 15명이나 되었다. 그리고 살아 있음에도 어디서 사는지 련계가 되지 않는 사람을 빼놓고 실제로 모인 사람은 20명 밖에 되질 않았다. 그렇게 오랜 세월 속에 우리 동창들은 잘된 사람은 공정사, 의사가 된 사람 또 벼슬자리에 올라 사업을 하여온 사람도 있지만 또 어떤 사람들은 여러 가지 원인으로 잘 되지 못했기에  동창이라 하여도 정작 만났어도 퍽 어색하다 보니 잘된 사람은 잘된 말만 하고 못된 사람은 쓸쓸한 말만 하니 모임의 분위기가 펵 랭랭하였다.

그중에 나로 말하면 비교적 잘된 사람 줄에 든다. 문화 사업을 하면서 정녕 퇴직하였고 나라의 퇴직금을 받고 있으니 먹고 입을 근심걱정은 없다. 그러면서 오랜만에 동창 모임이건만 만나서 신세타령만 하는 것을 보노라니 나는 저으기 생각이 좋지 않아 소리쳤다.

(최문) 어이, 동창들~ 신세타령은 그만하고

그때 그 시절을 회억하면서 오늘 재미있게 보내기오! 그런데 유독 박성철이라는 동창은 아무말 없이 구석에 앉아 한숨만 쉬는 것이였다. 나는 그에게 다가가서 “어째 이러우”라고 하니 그는 원래 이번 동창 모임에 오지 않으려 했다는 것이였다. 집에 아내가 몇 해 전에 사망하였고

아들이 있는데 장애가 있다 보니 제노릇을 못하다 보니 집에서 그 애를 돌보기에 동창 모임에 올 기분이 없는 것을 억지로 왔다는 것이였다. 그 사연을 들은 나는 박성철 동창의 기구한 사연을 동창들한테 이야기하니 여러 동창들은 너도나도 모두 자기 돈지갑을 열어 박성철 동창에게 위로의 말을 하면서 돈을 건너 주었는데 중국돈 삼 천 원이나 되었다.

박성철 동창은 너무나 감격되어 눈물을 흘리며 연이어 미안하오, 죄송하오, 감사하오 하면서 동창들의 뜨거운 정에 연신 굽석거리며 인사를 건넸다. 우리는 그날 그립던 학교 시절을 추억하면서 먹고 마시고 춤추면서 마음껏 즐겼다. 이렇게 뜻깊은 동창모임을 마치고 헤어지면서 서로 늙으막에 건강한 몸으로 행복한 세월을 보내자고 약속하면서 빠이 빠이 하였다


▶ 편지사연 2. <친구의 사랑> (남, 10대) 1/23 화

리준송, 중국 길림성 안도현조선족학교 4학년

어느 날 나는 어머니께서 주신 점심 밥값을 집에 두고 학교에 갔습니다. 점심때가 되자 여러 친구에게 돈을 빌리려고 했지만 그것도 쉽지 않았어요. 친구들은 간식 사먹을 돈 밖에 가지고 있지 않았거든요.

(리준송) 오늘은 영락없이 굶게 됐네. 이걸 어쩌지?

아침에 지각할까봐 밥을 적게 먹고 왔더니 더 배고프네... 나의 배에서는 어서 밥을 달라고 자꾸 신호를 보내왔습니다. 바로 그때 지성이가 내 곁에 다가오더니 돈 5원을 주면서 어서 밥을 사 먹으라고 했습니다.

(리준송) 너는? 너도 돈 없잖아. 나한테 주면 어떡해?

난 지성이의 사정을 뻔히 알기에 돈을 되돌려주고자 했습니다.

(지성이) 난 아침에 밥 많이 먹고 와서 배고프지 않아.

그래도 나는 차마 그 돈을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지성이가 거짓말하는 게 뻔했기 때문입니다. 나는 다시 돈을 그에게 돌려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성이는 내 호주머니에 돈을 넣어주고는 얼른 다른 쪽으로 가버리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나는 지성이의 돈으로 밥을 더 맛나게 먹었습니다.

그러나 나 때문에 지성이가 굶게 된 게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나와 책상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앉아 있는 지성이를 몇 번이나 쳐다보았습니다. 지성이는 배가 고픈지 수업 중에도 계속 배를 쓸고 있었습니다. 난 날 위해 일부러 거짓말까지 하면서 돈을 빌려준 지성이가 고마웠고 동시에 미안했습니다. 오늘도 친구의 사랑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보면서 감동에 젖어듭니다.


청취자 참여코너
청취자 참여코너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