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Caraz(카라즈)컵 세계 조선족 글짓기 대회 응모글

응모글 제16편 장범철 <위대하지 못한 유산> 심사평 

김학송 시인 국가1급작가

 

장범철씨의 응모글 “위대하지 못한 유산”은 남녀간의 애틋한 감정을 아련하게 묘사한 재미나는 글이다.

 

우선 제목부터 암시성이 있는 표현으로 주제를 에둘러 나타낸 솜씨가 돋보인다.

 

글의 서두에 일본 그림영화, 드라마에 얽힌 어릴적 얘기로 시작하다가 일본에 꼭 가야할 리유가 려행을 좋아해서만이 아니고 선이를 만나기 위해서라고 고백하며 독자들의 궁금증의 유발시킨 점이 재치 만점이다.

 

동년의 추억을 공유한 외삼촌의 딸 선이와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우정에 대한 구체적인 서술을 통해 “사람들의 관계는 우리가 생각하는것보다 더 취약하다”는 결론에 도달한 작자의 감오가 새롭다.

 

친척집 누나에 대한 아리숭한 그리움을 담아낸 이 글은 주제나 소재가 특이하고 범상치 않아 독자에게 깊은 감명으로 다가선다. “문명이란 일종 저주일지도 모른다”는 대목을 읽으면서 작자의 깊은 번뇌와 아쉬움의 깊이를 알게 된다.

 

이 글은 주제가 새롭고 인생에 대한 독특한 시각이 깃들어 있어 좋다.처음부터 끝까지 궁금증을 갖고 읽게 만드는, 지극지순한 마음이 담긴 유치찬란한 글이여서 무척 호감이 간다. 

 

문맥의 흐름에는 다소 거친데가 있지만 잘 다듬으면 훌륭한 작품이 되리라는 예감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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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모글 제16편  위대하지 못한 유산 (장범철) ◀

 

 

응모글 17편 김홍련 <20대의 끝자락심사평

서옥란 연변대학교 특별초빙교수, 신문방송학과 교수, 박사지도교수

 

청춘이니까 아프다

요즘은 청년들이 제일 힘든 시기인것 같다. 이 글에서도 요즘 20대 청년들의 취직, 인간관계, 직장생활 등 일상속의 크고 작은 어려움과 아픔과 그것을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 고백하듯 들려주고 있다. 현재 좌절하고 실연하고 무기력증과 우울증에 시달리는 수많은 젊은이들은 이 글을 보면 그 아픔을 절실하게 공감하고 마음이 끌릴 것 같다.  

 

글에서는 주로 자신의 첫 직장생활, 그리고 고향에 돌아와서 자신의 가치를 실현해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으며, 다른 하나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야기 그리고 그 속에서 내가 어떻게 성장해왔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 글을 읽노라면 한국 서울대 김난도교수가 쓴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 떠오른다. 현시대 과도한 경쟁으로 고통받는 청년들을 위한 힐링의 내용을 담았는데 이 글을 읽고나면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아니라 “청춘이니까 아프다”라는 생각이 든다. 

 

“김리안, 여, 29살, 백수, 이룬 건 하나 없지만 행복을 찾고자 한다”라고 서두를 떼는 저자는 대도시에서 대학을 다니고 석사공부까지 마쳤지만, 워낙 경쟁이 치열하고 직장생활의 지나친 심리적 압력과 도시생활의 경제적 부담때문에 고민하던 끝에 남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과감하게 고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물질적인 것으로 성공을 가늠하는 요즘 사회에 대도시에서 고향으로의 발걸음은 그 반대 면인 실패로 보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저자는  ‘행복의 의미’를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고향에서 한글교사를 하면서 공무원시험도 준비하고 있는데 아직도 딱히 미래에 대한 해답은 없고 여전히 불안하다. 하지만 저자는 포기하지 않는다. 

 

“불안과 방황도 이기려고 하는 것보다 느긋하게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자. 이제는 머리로만 알고 있는 것을 몸과 마음이 깨닫도록 시간을 줘야겠다.”라면서 치유와 새로운 선택을 향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더 확실한 미래를 위해서는 20대의 끝자락에 있지만 자신의 성장에 투자하고 그걸 통해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싶다는 메시지다. 두번째 부분에서는 신경질적이고 다혈질인 어머니와 깡마르고 “일하기 싫어하는”아버지와 나의 이야기로, 투닥투닥 싸우고 그다지 화목하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유지해나가고 있는 나의 가족을 그린 이야기다. 

 

어렸을 때는 이런 가족이 다 싫었지만 어느날 쭈그려 있기를 좋아하는 아버지의 모습과 동시에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너무 닮아 있음을 발견한다.  “내 안에서 비집고 나오는 부모님의 모습과 마주하는 순간이 자꾸 늘어나자 나는 부모님을 조금 더 알게 되었다. 나는 어느덧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만큼 세상에 이리저리 치인 나이가 됐다.”라고 끝을 맺는다. 저자는 “거울 속에 비친 나”, “아버지에게서 보이는 나”를 보면서 “나 안의 나”와 소통과 화합하고 포옹할 뿐만 아니라 그렇게 “싫었던 가족”과 이미 화해하면서 자기성찰로 나아간다. 결국 이 글에서는 “나와 나의 가족”이 겪고 있는 아픔이라는 개인사를 통해 이 시대 모든 평범한 사람들의 인생사의 한 면을 그리고 있다. 

 

아쉬운 점이라면 제1부분은 고향인 연변에 돌아온 “나”의 현재 시점을 다루고 있으나 제2부분은 다시 한국에서의 생활을 그리고 있어서 구조적으로 잘 맞물리지 못한다는 느낌이 든다. 만약 서로 다른 “20대 끝자락”의 이야기라면 제2부분의 제목을 “나”가 들어가게 설정하지 않는 게 독자들의 이해에 도움이 됐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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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모글 제17편   20대의 끝자락 (김홍련) ◀

 

 

응모글 제18편 량춘옥 <산은 언제나 거기에서> 심사평

이동렬 동북아신문 대표, 재한조선족작가협회장, ‘도서출판 바닷바람’ 발행인. 

 

“시처럼 글쓰기” 기법의 참신성과 한계점    

량춘옥의 '산은 언제나 거기에서...'는 시처럼 써내려간 등산 기행문이다. 이런 글쓰기 방법은 평소의 서사식 글쓰기 관습에서 탈피해 짧고도 감각적인 언어로 문장을 시처럼 엮어 독자들로 하여금 단숨에 글을 읽어내려게 한다. 물론 이렇게 시를 쓰듯 문장을 엮어내려가기는 수필이나 일기를 쓰는 것처럼 편하게 씌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요즘 스마트시대에서 우리는 하고 싶은 말을 문자 메시지로 주고 받고 인터넷 기사에 댓글을 달고 SNS에 짧은 문장으로 일상을 공유하는 연습을 많이 해왔기에 이런 글쓰기 방법이 결코 낯설지 않다. 

 

이런 기법으로 글을 쓸 때 명심해야 할 점은 글이 응축되어야 하고 작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가 아주 정교하게 고안된 것"이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일반 서사문보다 쓰기가 결코 쉽지 않다. 한마디로 시적 감각과 내공이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작자는 의도적으로 이런 글쓰기 방법을 시도해서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이 글은 우선 기승전결이 분명하다. 출발직전, 출발, 등산, 하산, 하산후 맛나는 식사와 등산 소감 등 순으로 시간과 장소의 변화에 따라 조리정연하게 엮어졌다.  

제목부터 보자. “산은 언제나 거기에서..” 라고 시적으로 달아서,“ 산이 거기에서 어쩌고 있느냐?”는 사색의 여지를 남겼다. 제목을 보면 답이 그냥 나올 것 같은데, 그래도 그게 뭘까? 하고 읽어내려가게 된다. 더욱이 3년간 코로나19로 옴짝달싹 할 수 없이 갇혀 있어야만 했던 일상을 탈피하고 싶은 마음이 독자들로 하여금 이 글을 단숨에 읽어내려가게 만든다. "그래 산이지, 순수한 자연에 몸을 맡겨보자"하고, 그곳에 애인이 기다리고 있기라도 하듯 은근히 부푼 기대감을 품게 해주고 있다. 

 

작자는 기승전결이 분명한 이야기 구조속에서 글의 주제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일행은 후지산을 마음껏 바라보며 등산을 하다가 카와구찌꼬에 와서는 "한폭의 그림같은 정경에 넋을 읽고 바라보노라니 시간의 흐름이 멈춘 것 같습니다"라고 쓰고있다. 또 "오늘의 목표" 열두 봉우리를 톺고 암벽을 타면서 "씩씩하게 끝까지 도전하는 정신"을 보여주면서 "전원 산정상에 올랐다"고 "오손도손 하하호호"하며 가슴 뿌듯한 기쁨을 토로했다. 

한마디로, 이 글의 주제는“씩씩하게 끝까지 도전하는 정신”과 그로하여 얻어지는 심신의 안위와 기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주제가 비록 가볍고 조금 식상하지만 그래도 뭔가 찡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아마 코로나19를 하루 빨리 탈피하고 싶은 독자들의 심리를 잘 파고든 것이 주효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시적 특점을 살려 글을 간결하고 함축성 있으면서도 재밋게 쓰고 있다는 점도 돋보인다. 이를 테면 "엥? 언제나 1빠 선배님이 안보이네???"하는 묘사나, "나도 돌아보고/너도 바라보고/손도 내밀어주고/엉덩이도 치켜올려주고"하는 시적 표현이나, "그리고 산은/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언제나 거기서/일편단심 우리를 기다려 줍니다"라고 주제 제시 결속어들이 그러하다. 

 

분명 한계점도 있다. 이런 형식의 글로 얼마만큼의 울림을 줄 수 있느냐 하는 의문이다. 주최측이 요구하는 "이야기"라는 서사적인 글의 구조와는 좀 거리가 있지 않을까 싶다. 설사 그것이 서사시 형태로 씌어졌다고 해도 감동을 주기에는 역부족이다. 그것은 이야기를 담는 문체의 “그릇”이 너무 작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모 글을 내기에는 좋은 선택이 아니지 않을까 싶다. 어차피 “시처럼 글쓰기”를 선택했다면 좀더 함축성이 있게 시적으로 다듬었으면 하는 바램도 가져본다. 

 

어쨌거나 새로운 형식의 글쓰기를 선택한 작자의 용기와 재치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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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모글 제18푠  산은 언제나 거기에서...(량춘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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