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8일 화요일
연출: 김경희 작가: 김경순
진행: 이소연, 전춘화

 KBS 한민족방송인 "보고싶은 얼굴 그리운 목소리-행복우체통"이 6월 8일 화요일에 방송되었다.  

광릉수목원의 어느 길에는 이런 표지판이 쓰여 있다고 합니다. "숲은 눈으로만 감상하는 곳이 아닙니다. 향기로도 느낄 수 있습니다."그래서 그곳에서 부터 눈을 감고 걸으면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그윽하게 바뀌는 향기를 느낄 수 있다고 해요. 시각이 우리에게 주는 정보가 너무 커서 때로는 후각이나 청각이 주는 정보를 소홀히 할 때가 있는데요.가끔 눈을 감아보면 알 수 있습니다. 세상은 훨씬 더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한다는 걸을요.< > 첫 곡으로 들으면서 <보고 싶은 얼굴 그리운 목소리> 시작하겠습니다.

KBS 한민족방송-보고싶은 얼굴 그리운 목소리-행복우체통 2021년6월 8일 화요일 방송

편지사연.. 1. <주방 일을 하면서> (, 70) 6/8

강효삼, 중국 흑룡강성 상지시

개혁개방이 되어 여성들의 사회적 진출이 부쩍 늘면서 조선족 거정생활의 눈에 띄는 변화는 주방의 주인이던 여성들을 대신하여 남성들이 주방으로 대거 <진출>한 것이다.나도 그 중 한 사람.내가 정식 주방 일을 하게 된 데는 2천 년대 초,아내가 북경에 나가 식당일을 하며 돈을 벌 때였다.

아내가 떠나고 첫 날 주방에 들어설 때였다.주방 일을 해본 경험이 없어선지 막상 잘해 보자니 일손이 서툴렀다. 밥과 반찬을 하다 막히면 장거리 전화로 밖에 나가있는 아내에게 가르침을 청하는가 하면 체면을 무릅쓰고 이웃집 여인들을 찾아가 작식하는 요령을 알아오기도 했다. 하지만 늘상 물어가며 할 수는 없고 료리 제작법이라 이름하고 신문과 잡지, 방송에서 본 것, 들은 것과 아내나 남들에게 물어 알게 된 붂음채, 랭채, 국류 등 내가 자주 해먹어야할 음식들에 대한 작식 료법들을 커다란 백지에 메모하여 주방의 바람벽에 붙여놓고 반찬을 만들다 막히면 그걸 보고 그대로 따라했다.

우리말 속담에 서당 개 삼년에 풍월을 한다는 말이 있다. 처음엔 밥조차 제대로 못해 3층 밥을 만들던 나지만 지금은 밥을 하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요, 반찬도 어지간한 것은 만들 줄 알아 때로 손님을 내 집에 청해다 음식대접도 하는데 한번은 개장까지 끓여서 대접한 적이 있다.하긴 이 모든 것이 내 솜씨라기보다는 지금은 전기 밥가마며 가스렌지 등 고효율적인 주방용 도구들이 있기 때문이다.주방 일을 하면서 한 끼 식사를 마친 후엔 늘 다음 끼는 무엇을 해먹을 것인가를 궁리하고 미리 갖춰놓는데 습관이 되었다.

주방일이 어느 정도 익숙해져 끼마다 식사를 장만하는 것에 대해선 큰 부담이 없는데 설거지만은 좀 부담스럽다. 물론 그렇다하여 아무런 실수도 없이 주방 일을 해온 것은 아니다. 가스 불을 켜놓고 밖에 나가 오랜 시간 까맣게 잊고 돌아치다 집에 들어오니 주방은 물론 온 방안이 죄다 매캐한 냄새로 꽉 차 숨도 바로 못 쉴 지경이 된 적도 있다.나 하나의 박봉으로 조금은 가난한 우리지만 내가 주방 일을 함으로써 밖에 나가있는 아내 마음 놓고 돈을 벌어 자식들 대학공부를 시킬 수 있었다.

주방 일을 하면서 매일 같은 일을 싫증내지 않고 반복하는 우리겨레 여인들의 근로함과 인내심에 재삼 감탄하면서 아내들의 존재와 가치를 더더욱 이해하고 존중하게 되어 잔소리를 하지 않게 되며 더구나 제일 고약한 음식 타박을 하지 않게 된다.참으로 가정주부들이 그 하루 하루 한 끼 한 끼의 먹거리를 식구들 입에 맞게 만들어야 하는 데는 그 얼마나 많은 지성과 공력이 드는 것인가.

편지사연.. 2. <아름다운 추억> (, 60) 6/8

김춘식, 대한민국 인천광역시 부평구

지금은 애완견을 많이 기르고 있지만 개에게 물려도 광견병 왁친을 사지 못할까 걱정하는 사람이 없다. 병원, 위생 방역소에서 얼마든지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30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상황이 아니었다.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나는 왁친을 사려고 동분서주했던 지난 일들을 기억하고 있다.

때는 1987년 여름이었다. 겨우 다섯 살 난 아들애가 하도 강아지를 기르자고 졸라 친구 집에서 겨우 젖을 뗀 강아지를 안아왔다. 그런데 며칠이 지난 어느 하루 저녁, 마당에서 놀던 애가 똥을 누다 그만 강아지에게 엉덩이를 물렸다고 했다. 우리가 사는 이 진에서도 개한테 물려 광견병에 전염된 사례가 있어 무작정 진병원으로 향했다.

그런데 애 상처를 보던 의사가 지금 진에서는 왁친을 구할 수 없다고 했다. 상처를 소독하고 소염제 주사를 한 대 놔주는 것이 전부였다. 이른 아침에 버스를 타고 현성으로 나갔다. 그런데 현 인민병원에도, 현 위생방역소에도 왁친이 없다고 했다. 그 길로 하얼빈으로 갔지만가는 곳마다 약이 없다고 했다. 네 번째로 찾아간 곳은 어느 의학연구소였다. 그런데 그 의학연구소에도 왁친은 없다고 했다. 내가 하도 초조해하니 의사는나를 위로하면서 장춘 모 연구소의 상세한 주소를 적어줬다. 도착하고 보니 이미 수백 명이 두 줄로 늘어서 기다리고 있었다.

고마운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나는 끝내 12시간을 견지해 오후 세 시 반이 돼 주사를 맞힐 수 있었다. 10여 원밖에 안 되는 싼 약이었지만 1인당 한 통으로 통제돼 있었다. 애에게 광견병 왁친주사를 맞히기 위해 옹근 사흘 동안 천여 리 길을 달렸던 그때 그 일이 지금도 내 눈앞에 선이 떠오른다. 아들 위해 마음 졸이는 나를 위안하고 도움의 손길을 주던 의사, 간호사들이 지금도 고맙다. 아들에게 왁친 주사를 맞히려고 하도 혼났기에 나는 집으로 오는 길로 강아지를 남에게 줘버렸다. 아들애도 그 후로는 감히 강아지를 기르겠다고 조르지 않았다.

그러던 내가 20년이 지나 또다시 강아지를 기르게 될 줄이야. 대학을 졸업하고 집으로 돌아오던 아들애가 친구네 집에서 애완견을 얻어온 것이었다. 몇 달 기르다 보니 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왁친 때문에 고생한 나지만 이제 와서 애완견을 기르면서도 별다른 걱정이 없다. 애완견에게 예방주사를 놓은 것도 있고 또 요즘 세월에는 왁친을 얼마든지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가 발전하고 의학이 발달하니 생활이 편리해진 것도 사실이다. 왁친 사러 천리 길을 오가는 일이 중국에서 더 이상 재현되지 않을 것이다.


청취자 참여안내
청취자 참여안내

이소연(李素妍 ) 약력:

 

숙대 경제학과 졸업

KBS 공채 3기 아나운서 입사
현재 프리랜서 아나운서

<TV프로그램>
여성백과 / 토요초대석
누가누가 잘하나
<RADIO 프로그램>
영화음악실 /KBS FM 희망음악
음악과 시/ 오후의 교차로
우리들은 동향인/ 통일열차
종교와 인생/보고싶은 얼굴 그리운 목소리、、


전춘화(全春花) 약력:

·前 연변대학 외국어학부 영어전임강사

·前 다모 글로벌교육문화 협동조합 이사장
·現 홍익대학교 국제학생지원실 실장
·現 홍익대학교 상경학부 조교수
·現 한국공자문화센터 홍보부장
·現 공명국제인재개발원 원장
·現 (사) 조각보 이사
·現 공명 한중청년교류협회 지도교수
·現 다가치포럼 운영위원회 위원
·現 한중포커스 신문 자문위원
·現 KBS 한민족방송 행복우체통 고정출연
·現 TBS 라디오방송 시청자위원
·現 성남 상원여중 운영위원회 지역위원
·現 서울 외국인주민 및 다문화가족 지원협의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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