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23일 화요일
연출: 김경희 작가: 김경순
진행: 이소연, 전춘화

▶ 편지사연 2. <할아버지네 과수원> (여, 10대) /

리은서, 중국 길림성 룡정시북안소학교4학년

우리 할아버지네 집에는 엄청 큰 과수원이 있습니다. 하여 할아버지는 사계절을 과수원 일에 바삐 보내십니다. 우리 할아버지는 봄부터 시작하여 차를 몰고 과수원에 가서는 물을 주고 농약도 칩니다. 점심이 되어도 집에 오시지 못하고 과수원에서 쪼그리고 앉아서 식사를 하시고는 또 일을 합니다.

(할아버지) 비가 내리니 배들이 잘 자라겠다.

그리고 비가 오는 날에는 이렇게 기뻐합니다. 배꽃이 필 때에는 더 열심히 쉬지 않고 일을 하십니다. 그 많은 과수들마다 화분을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집 과수원의 사과배는 크고 맛이 있습니다. 제일 큰 사과배는 한 근이 거의 갑니다. 사과배를 맛본 손님들은 엄지손가락을 내들며 맛있다고 칭찬하곤 합니다. 이런 말을 들으며 우리집 식구들은 기분이 좋아서 어쩔 줄을 모릅니다.

가을이 되면 우리 집은 참으로 바쁩니다. 사과배도 따고 일일이 포장해서 팔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여 휴식일이면 나도 가서 일손을 도와 드립니다. 그때마다 할아버지는 배를 팔아서 용돈도 많이 주겠다고 약속합니다. 오천 그루도 넘는 배밭을 할아버지 혼자서 일일이 가꾸느라 할아버지는 일 년 사계절 휴식할 사이도 별로 없습니다. 겨울이면 배나무의 전지도 하느라 한가한 겨울에도 할아버지는 쉬지 못합니다.하여 할머니랑 엄마가 할아버지한테 배밭을 다른 분한테 더러 주라고 해도 할아버지는 듣지 않습니다.

지금 과수를 하는 분들은 대부분 한족분들입니다. 전에는 모두 조선족들이었는데 외국으로 돈 벌러 가면서 한족들한테 주는 바람에 이제 과수를 하는 조선족은 할아버지 밖에 없다고 합니다. 할아버지 말씀으로는 우리 조상들이 심어서 가꾼 배밭이기에 떠날 수가 없어서 남들이 내놓는 것을 가지다 보니 과수가 엄청 많아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사과배는 사과와 돌배를 접목시켜서 키운우리 연변에만 있는 과일이라고할아버지는 엄청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할아버지가 이처럼 일을 열심히 하기에 그래도 돈을 많이 버는 것 같습니다. 나는 이런 부지런한 할아버지가 있어서 참 뿌듯하고 행복한 것 같습니다. 나는 더 많은 사람들이 할아버지 과수원의 사과배를 맛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편지사연.. 1. <트로트는 나의 인생> (남, 70대) 8/23 화

김중섭, 중국 길림성 연길시

나는 어릴 적부터 노래 부르기를 좋아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다른 과목의 성적은 그저 쑬쑬해도 음악 성적만은 늘상 95점이 상을 맞았다. “세 살 때 버릇이 80까지 간다”는 말이 있듯이 원래 천성이 그래서 그런지 이젠 할아버지가 된 지금에도 자주 흥얼거리며 노래를 부르곤 한다. 글쎄 전업 가수는 아니건만 그 어디 가서도 노래를 부르면 잘 부른다는 소리는 들었어도 못한다는 소리는 못 들었다. 사람들이 모인 장소에 가면 제멋에 노래를 부르고 싶고 한 곡 넘기면 사람들은 박수를 치면서 내가 분위기를 돋우어 준다고 하면서 칭찬을 보내곤 한다.

친척, 친구나 생일잔치에 가서도 마이크를 잡아쥐고 축하의 노래를 부르면 모두가 환호하면서 진짜 가수보다 못지 않다면서 춰줄 때면 어깨가 으쓱해 나면서 행복감이 넘쳐난다. 문화 오락을 모르는 사람은 생활의 낭만이 없다. 전문가들의 말에 의하면 닭, 소, 돼지와 같은 짐승들도 음악소리를 들으면 잘 자라고 닭은 알을 잘 낳으며소나 돼지는 새끼를 잘 낳는다고 한다. 그러니 음악 노래 소리는 인간에게나 동물에게나 심리 상태를 흥분시키는 점착제와 같다. 하기에 나는 텔레비젼이나 라지오의 음악 프로를 빼놓지 않고 보고 듣는다.

한국의 KBS 일요일 전국노래 자랑과 수요일 이야기 노래 대회, 아이넷 방송 가요, 매주 월요일 가요무대... 하여튼 노래가 나오는 절목이면 유심이 보고 또 배운다. 나는 지금 한국 가요 천곡이나 들어있는 록음기를 메고 켜놓고 큰길로 들으면서 다니곤 한다. 그럴 때면 사람들은 나를 쳐다보면서 웃어 보인다. 어떨 적이면 내가 록음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춤을 출 적이면 사람들이 날 부러워한다.

(지인) 야, 당신은 한평생 늙지 않겠소.

백 살까지 살겠소. 지금 여러 가지 음악이 있지만 나 같은 나이에는 트로트가 부르기 좋고 다른 노래는 가사와 곡을 이해할 수 없고 배우기 힘들다. 트로트는 가사 내용이 사랑, 애정이 넘치고 인간 생활의 이모저모를 진실하게 표현하기에 마음에 와 닿는다. 그런데 지금 코로나라는 전염병 때문에 일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 보니 안타깝기 그지 없다. 거리에나 공공장소마다 마스크를 낀 사람들이 오가면서 조용하게 보내고 있으니 나도 덩달아 할 수 없이 말도 못 하고 노래도 부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트로트에 애착이 있으니 집안에서 혼자라도 날마다 노래를 부르면서 고독을 달래면서 트로트 내 인생을 보내고 있다. 언제쯤이면 몹쓸 놈의 코로나가 없어지고 마음대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그런 날이 꼭 오리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청취자 참여코너
청취자 참여코너

이소연(李素妍 ) 약력: 

숙대 경제학과 졸업

KBS 공채 3기 아나운서 입사         

현재 프리랜서 아나운서

<TV프로그램>
여성백과 / 토요초대석
누가누가 잘하나
<RADIO 프로그램>
영화음악실 /KBS FM 희망음악
음악과 시/ 오후의 교차로
우리들은 동향인/ 통일열차
종교와 인생/보고싶은 얼굴 그리운 목소리


전춘화(全春花) 약력:

·前 연변대학 외국어학부 영어전임강사

·前 다모 글로벌교육문화 협동조합 이사장

·前 TBS 라디오방송 시청자위원
·現 홍익대학교 국제학생지원실 실장
·現 홍익대학교 상경학부 조교수
·現 한국공자문화센터 홍보부장
·現 공명국제인재개발원 원장
·現 (사) 조각보 이사
·現 공명 한중청년교류협회 지도교수
·現 다가치포럼 운영위원회 위원
·現 한중포커스 신문 자문위원
·現 KBS 한민족방송 행복우체통 고정출연
·現서울외국인주민 및다문화가족 지원협의회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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