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30일 화요일
연출: 김경희 작가: 김경순
진행: 이소연, 전춘화

▶ 편지사연 1. <풋옥수수에 깃든 엄마 이야기> (남, 60대) 8/30 화

손홍범, 대한민국 서울시 관악구 손홍범

8월은 옥수수가 살찌는 계절이다. 해마다 이때면 어머님에 대한 그리움이 곱절 더해진다. 사무친 그리움은 들판에 넘쳐나는 푸르른 옥수수 수풀처럼 내 가슴 미어지게 차 넘친다.

1952년 8월 말 어머님은 시냇물 건너 멀리 떨어진 채소밭으로 가서 푸른 옥수수를 커다란 광주리 한가득 뜯어 담아 머리에 이고 간신이 집으로 돌아왔단다. 그 해의 첫 옥수수를 가마에 가득 안치고 불을 때다가 나를 낳으셨단다. 먹거리도 변변치 못한 그 세월 임신하여 줄곧 쉼 없이 일만 하시다가 해산날까지 휴식을 못 했으니 그 고생 무슨 말로 형언하랴. 그래서인지 나도 태어날 때부터 신체가 특별히 허약해 걸어야 할 나이가 되어도 걷지 못했단다.

이런 자식을 두고 엄마는 얼마나 마음 아팠으랴. 그저 밥을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이려고 애쓸 뿐이었다. 뜨락에 심은 채소가 자라면 제일 먼저 익은 토마토는 나에게 주고 오이도 자라기 바쁘게 먼저 뜯은 건 내 몫이었다. 내가 숟가락 들기 시작하니 밥숟가락에 배추김치를 찢어서 얹혀 주면서 잘 먹는다며 칭찬해주던 그 즐겁던 일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또 해마다 옥수수 철을 기다려 풋옥수수를 구워서 손수 알을 뽑아 입에 넣어 주던 일, 그리고 풋옥수수 갈아 열콩 넣고 찐 떡을 입에 넣어주시던 엄마의 사랑을 생각하면 콧마루가 쩡해진다.

그 보살핌에 기적적으로 끝내 아홉 살 나던 해 걷기 시작하여 겨우 소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어머님의 사랑은 옥수수와 갈라놓을 수 없다. 내가 태어난 후로부터는 내 생일날이면 한해도 빠짐없이 수십 년 어김없이 첫 옥수수를 뜯어 다가 가마에 안쳤다. 그때마다 내 생일날에 날 기쁘게 해주시려는 엄마의 그 정성과 사랑을 깊이 느끼곤 했다. 오늘도 고향의 기름진 밭에는 옥수수가 푸른 숲을 이루었으리라. 타향으로 온 지 몇 년이 되지만 해마다 8월이면 나의 눈앞에는 자꾸 이미 저 세상으로 가신

엄마와 풋옥수수가 번갈아 눈앞에서 얼른거릴 때가 많다. 엄마도 저 세상에서 8월이면 풋옥수수를 기억하실 것이다. 어릴 때 듣던 수수께끼다. 애기를 업고 밭에 서 있는 것이 무엇이냐? 나는 옥수수가 아니라 바로 어머님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이 수수께끼는 나에게는 눈물이다. 어머님을 고생시킨 죄송함이다. 내가 아홉 살에 겨우 걸었으니 그 기나긴 세월 어머니 등은 나의 요람이 아니었겠는가! 오늘따라 하늘이 더없이 푸르다. 창문가에 다가서서 하늘을 쳐다보니 고생 많던 어머님의 가녀린 모습이 옥수수가 열린 푸르른 옥수수 그루로 내 눈앞에 다가온다.


▶ 편지사연 2. <잊을 수 없는 탁구시합> (여, 10대) /

리은서, 중국 길림성 룡정시 북안소학교 3학년

나는 지난 여름방학에 친구랑 장춘에 가서 탁구시합에 참가하게 되었어요. 탁구를 배운 지 일 년밖에 안 되는 내가 시합에 참가한다고 하니 기쁘기도 하였지만 겁도 나고 시합에서 지면 어쩌나하는 근심에 길을 떠나는 발걸음이 무겁기만 하였습니다.

장춘에 도착한 우리는 먼저 연습을 하면서 몸을 풀었습니다. 긴장해서 그런지 탁구써클에서 훈련할 때보다 공도 잘 넘어가지 않았고 대방의 공도 제대로 받지 못하였습니다. 지도원선생님이 원래 하던대로 하면 된다고 말씀하셨지만 그래도 긴장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습니다.

얼마 후 시합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습니다. 그런데 소조편성이 잘못되었는지 아홉 살인 내가 나보다 다섯 살이나 위인 언니와 한 조가 되어 치게 되었습니다. 첫판에는 어쩌다보니 생각지도 않게 내가 이기게 되었습니다. 나는 조금 신심이 생겼습니다. 두 번째 판부터는 어쩔 사이도 없이 두 판이나 연속으로 지고 말았습니다. 3판에서 두 번이나 진 나에겐 네 번째 시합이 아주 중요한 시합이었습니다. 나는 도정신하여 언니의 공을 받아 넘기며 십 대 십까지 버텼습니다. 그런데 대방이 힘차게 날려 보내는 공을 받기가 그리 만만치 않았습니다. 승부를 가르는 마지막 판에 내가 실수로 넘긴 공이 그물에 걸리는 바람에 그만 지고 말았습니다.

나는 걸상에 앉아서 슬프게 울었습니다. 첫 시합에서 지다보니 정서가 떨어진 나는 다른 시합에서도 연달아 코밥을 먹고 말았어요. 결승전에는 나와 쳤던 언니가 오르게 되었는데 옆에서 구경하는 내가 다 흥분되었어요. 나와 칠 때는 몰랐는데 결승전이라서 그런지 엄청 잘 쳤어요. 언니는 받기 어렵게 날아오는 공들을 모두 받아내며 연속 대방을 몰아 부치더니 결국 우승을 하게 되었어요… 내가 부럽게 바라보는 것을 본 지도원 선생님은

(선생님) 넌 이제 겨우 일 년밖에 안쳤는데 저 언니와 쳐서 한판이라도 이겼으니 그게 얼마나 대단한 건 줄 아니?

하며 저로 위로해주었어요. 비록 이번 시합에는 등수에는 못 올랐지만 기술이 좋은 선수들과 겨루며 배웠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기쁩니다. 아까는 철없이 나보다 나이 많은 선수들과 쳐서 졌다고 생각하며 울었던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앞으로는 더 열심히 훈련하여 꼭 이름난 탁구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이소연(李素妍 ) 약력: 

숙대 경제학과 졸업

KBS 공채 3기 아나운서 입사         

현재 프리랜서 아나운서

<TV프로그램>
여성백과 / 토요초대석
누가누가 잘하나
<RADIO 프로그램>
영화음악실 /KBS FM 희망음악
음악과 시/ 오후의 교차로
우리들은 동향인/ 통일열차
종교와 인생/보고싶은 얼굴 그리운 목소리


전춘화(全春花) 약력:

·前 연변대학 외국어학부 영어전임강사

·前 다모 글로벌교육문화 협동조합 이사장

·前 TBS 라디오방송 시청자위원
·現 홍익대학교 국제학생지원실 실장
·現 홍익대학교 상경학부 조교수
·現 한국공자문화센터 홍보부장
·現 공명국제인재개발원 원장
·現 (사) 조각보 이사
·現 공명 한중청년교류협회 지도교수
·現 다가치포럼 운영위원회 위원
·現 한중포커스 신문 자문위원
·現 KBS 한민족방송 행복우체통 고정출연
·現서울외국인주민 및다문화가족 지원협의회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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