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Caraz(카라즈)컵 세계 조선족 글짓기 대회 응모글

 

 

 

응모글 제25편 허순애 <나와 천사들> 심사평

황유복 중앙민족대학 한국문화연구소 소장

 

허순애의 작품 <나와 천사들>을 읽으면서 먼저 중증장애인으로서 세계적인 리론물리학자로 된 스티븐 호킹의 명언이 생각난다. “인간의 노력엔 어떤 한계도 없습니다. 삶이 아무리 험난해도 우린 뭔가 할수 있고 해낼 수 있습니다. 살아 있는 한 우리는 희망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종종 일상에 갇혀서 자신이 쳐놓은 울타리 안에서 살아가지만, “한계도 없이” 노력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삶의 세계를 무한히 넓혀간다. 자신이 친 “울타리” 말고도 훨씬 넓은 세계가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글쓴이는 “녕안시 편벽한 산골에서 소학교 교원인 아버니와 마을의 위생소에서 간호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3녀 1남중의 복딸로 축복을 받으며 태여났다.” 그런데 불행하게 그녀는 “출생 11개월만에” 소아마비를 앓게 되고 “그 후유증으로 두 다리 모두 불구가 되였다.” 아버지와 할머니 등에 업혀 소학교를 다녔고 집에서 “독학으로 초, 고중 과목을 다 완성했다.” 

<나와 천사들>은 참다운 자아의 삶을 추구하려는 한 장애인의 인생통과의례 기록이다. 누구나 사랑 받고 싶듯이 누구나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 그러나 적지 않은 사람들은 자신의 꿈을 이루어보려 할 때 종종 이런저런 유혹에 빠지거나 꿈을 실현하는 과정에 따른 어려움과 고통을 감당할 수 없어 서글프게도 꿈을 포기하게 된다. 그런데 글쓴이는 일단 삶의 목표를 선택하고 선택에 따른 어려움과 고통을 감당하면서 두 다리 장애인으로서 억척스런 생존경쟁 속에서 “한계도 없는” 노력을 거쳐 자신의 꿈을 실현한다.

할머니와 옆집양복점 재봉사로부터 재봉기술을 배웠고 북경의 복장학원에 가서 복장디자인과 봉제기술을 배운다. 목단강시에서 “영순복장”가게와 “영순복장 학원”을 꾸렸고 가게와 학원의 지명도가 높아지면서 글쓴이의 “나 홀로서기의 창업의 길이 자리잡혔다.” 다시 시장조사를 거쳐 "영순한복" 가게와 "영순이벤트대행센터" 를 개업하였고 2014년에는 목단강시정부로부터 “소수민족영세기업 창업선봉"으로 지정되고 2015년에는 글쓴이의 "한복제작"과 "조선족 돌잡이” 두 항목이 목단강시 무형문화재로 입선된다. 그리고   글쓴이가 목단강시 지체장애인협회 주석을 15년간 연임하면서 장애인을 위한 공익사업을 “한복업과 병행하면서” 그녀는 “사회의 최하층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중증 장애인들을 섬기게 된다.”

인간이라면 삶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이루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 글쓴이는 장애인으로서 무엇이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지를 깨닫고 남의 도움으로 살아가는 삶보다는 나 홀로서기의 삶과 “중증 장애인들을 섬기는” 공익사업을 삶의 궁극적 목표로 삼아 끈질긴 노력 끝에 그 목표를 이루어간다. 글쓴이의 “인생통과의례 기록”은 생동한 사실로 “천재는 노력하는 능력에 다름 아니다.” 라는 잠언을 우리 모두에게 보여주고 있다.

<나와 천사들>에는 글쓰기의 본질로 되는 풍성한 콘텐츠가 있기 때문에 독자들이 이야기의 참 재미를 느끼게 해줄 뿐만 아니라 중증장애인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글쓴이가 보여준 윤리적 열정은 장애인 독자들뿐만 아니라 일반독자들도 감동되고 공감할 수 있다. 그리고 글쓴이의 문학적 수양은 그 어떤 독자도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선택했다는 점에서뿐만이 아니다. 그녀는 글에서 속담, 경구, 잠언을 적시적지에 사용함으로써 글을 재미있고 문학적인 비유와 사유가풍부한 텍스트로 만들었다.

 

"옷 깃을 스쳐도 인연" 이라고 아마 이런 인연도 흔치 않은것 같다.”

"흥취는 선생"이고 "세상의 어떤 일도 남이 시켜서는 못한다"

“게으른 사람앞에는 모두가 산이고 부지런한 사람앞에는 모두가 길이라고”

 “음악에도 고저 장단이 있고 길도 올리막과 내리막이 있듯이 모든 사물도 그 변화와 굴곡이 크다.”

 

“난 또 갈림 길에 섰다. 종로로 갈까? 영등포로 갈까?”

“기회는 항상 준비되여 있는 사람에게 온다고 나에게 절호의 기회가 왔다.”.

“무엇이나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난 이 항목을 선정하면서 역시 잘 되기를 기원하면서 정성껏 준비하여 선 보였다.”

"’정성이면 돌 우에도 꽃이 핀다’ 고 한복을 만져도 못 보았던 내가 하루 이틀 한달 두달 열심히 노력한 결과 한복이 빛을 바랬다.”

 

“내가 장애인협회 주석을 맡아하면서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손은 몰라도 된다’는 신조로 오직 자원봉사의 차원에서 많은 천사들을 위하여 열심히 일을 추진해 나갔다”

 

글쓴이는 글에서 광고나 드라마의 대사 같은 화려함을 추구하지 않고 글의 수사에 차근차근 삶의 무늬를 짜 넣어 아름다운 삶의 감각이 빛을 반짝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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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모글 제26편 허해란 <딸아이와 우리글 공부>심사평

김학송 시인 국가1급작가

 

허해란씨의 응모글 “딸아이와 우리 글 공부”는 모어에 대한 어머니의 극진한 사랑과 간절한 마음을 담아낸 글이다.

“조선말 할줄 모르면 우리 민족이 없어진다”는 위기감을 안고 딸애의 한글공부에 정혼을 쏟는 작자의 모습이 글의 행간에 잘 드러나있다. 민족의 정체성과 뿌리를 기어코 지키려는 확고한 의지가 구체적 서사를 통해 드러나면서 깊은 공감을 준다.

조선족주말학교를 “구세주”로 비유하고 우리 글을 “우리 몸에 흐르는 뜨거운 피”로 표현할 만큼 우리글에 대한 작자의 사랑은 남다른데가 있다. 중.한 번역관의 꿈이 자라고 있는 딸을 기뻐하는 작자를 보며 독자들도 그 기쁨을 공유하게 된다.

“우리 조선족은 두 가지 언어를 동시에 구사할 줄 아는 축복 받은 민족이다” , “우리 글의 존재와 우리 민족의 미래는 전적으로 학부모들한테 달렸다”는 각성과 깨달음에는 어떤 절박감을 내면에 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치의 오차도 없이 삶의 진실앞에 마주선 작자의 정신세계가 드러나있어 좋다. 모어에 대한 백열화된 사랑의 결정체여서 독자에게 주는 메시지가 강하고 뜨겁다.

주제를 에워싸고 군더더기 없이 조리있게 엮어진 글을 보면서 우리 민족과 우리 글과 우리 문화를 한없이 사랑하는 작자의 순결한 마음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글은 결국 작자의 마음의 그릇안에서 나오므로 더 좋은 글을 써낼 잠재력이 충분히 있어 보인다.

사물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바탕으로 형상능력을 좀 더 키워나가면 금후 훌륭한 작가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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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모글 제27편 오기활 <울 줄 모르는 사람은 웃을 줄도 모른다>심사평

서옥란 연변대학교 특별초빙교수, 신문방송학과 교수, 박사지도교수

 

울음을 만끽하는 남자

이번 공모전에서 투고자 저마다 부지런하게 살아온 삶을 들여다보면서 가슴이 뭉클할 때가 많았지만, 이 글은 찐한 감동과 함께 긍정적인 희망을 전해주는 글로서 그야말로 “울다가” 다시 “미소가 저절로 떠오르는” 표정으로 바뀜을 느끼게 된다.  70대 중반의 로인이 머리로 쓴 글이 아니라 온 몸으로 살아 있는 글이다.  “2살에 엄마를,  10살에 아버지를 잃은 고아”로 살아온 자신의 두 번의 큰 울음과 그 울음이 웃음으로 변하게 된 70여 년의 세월의 수기를 눈물이 없이 읽을 수 없는 글이다. 더구나 우리 민족의 말과 글에 대한 애착과 그것을 지키려고 애쓰는 저자의 노력에 저절로 머리가 숙여지며 이런 어르신들이 계셔서 우리의 “오래된 미래”인 고향을 아름답게 가꿀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다행이고 축복인가.

이 글은 제목부터 참으로 철리적이다. 기꺼이 울어본 사람이야말로 그 반대편에 있는 웃음이 무엇인지 안다는 뜻으로 풀이되는데, 이 글을 읽노라면 저자의 삶은 그야말로 처절하게 울음으로부터 웃음으로 관통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개인의 삶과 민족의 운명이 연결될 때만이 진정 의미 있는 인생임을 피력하고 있다. 글은 “곡문”과 “소문”이라는 두 개의 큰 틀안에서 형님네 대가족에서의 큰 사랑, 그리고 자신의 가족을 이룬 뒤 자식에 대한 사랑, 손자손녀에 대한 사랑으로부터 다시 우리 민족의 말과 글에 대한 큰 사랑으로 승화시킨다. 저자는 “내가 이 글에 특필하려고 함은 아들의 ‘제철효도’로 우리를 남들이 칭하는 ‘기쁨이네 가정’ 웃음 얘기다.” 라면서 “소문” 즉 웃음의 문이 열리게 된 것은 바로 아들의 효도인데, 그 효도인즉 아들네 가정의 ‘가훈’이 “우리말로 해라”라는 것이다. 수많은 효도 중에서도 저자는 바로 우리 민족의 글과 말을 지킴으로서 우리 말로 손자손녀와 교류하고 편지도 주고 받는 것을 가장 큰 기쁨으로 생각한 것이다. 이는 이국타향에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수많은 우리 민족의 젊은이들에게 큰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저자는 자신을 한없이 낮춘다. 웬간한 자극에서 “눈물을 잘 흘리는 남자”, 어리석은 것 같지만 “울음이란 하늘의 선물을 만끽하면서”, 무엇이 “어리석지 않는 살맛 나는 기쁜 삶을 사는 인간” 인지에 명쾌하게 답을 제시해 주었다.

수필이나 수기의 결론은 보통 의미화, 의론화하는 작업으로 끝나 여운을 남기는 것으로 감칠맛을 더 하는데 이 부분이 살짝 아쉬운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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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모글 제27편  "울 줄  모르는 사람은 웃을 줄도 모릅니다" (오기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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