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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 단 전화벨이 자지러지게 울린다. 윤정은 벌떡 일어나 전화기로 달려간다. 손은 이미 송수화기를 잡았으나 곧 멈춰선다. 딸애의 전화가 아니다. 벌써 전화가 끊긴지 사흘째 되는 딸애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대답이나 하듯 딸애의 목소리가 귀에서 왱 하고 들린다. 《엄만 한국서 10년간 아무 일도 없었슴까? 정말 그렇게 살았단 말임까?》 그리고는 문을 탕 소리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기자
2007.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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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에 나는 일곱살이 됐다. 미운 일곱살이네 하고 막내고모가 질색을 하지만 나는 주변사람들한테 꽤 사랑받는 꼬마이다. 우리 엄마는 내가 세살되던 해에 한국으로 갔다고 한다. 그리고나서 지금까지 한번도 본적도 목소리를 들은적도 없다. 그 흔한 전화도 엄마는 한번도 해준적 없다. 내 짝인 연희네 아빠는 로씨야란데서 잘도 전화가 오건만. 처음에는 그냥 엄마가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기자
2007.1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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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놓이를 하는 녀자가 있다. 가을바람이 나무가지를 설레설레 흔들어 남자의 손바닥 같이 너부죽한 오동잎이 휘적휘적 흩날리는 밤이면 은은한 불빛이 새여나오는 유리창사이로 그녀의 얼굴이 보인다. 바싹 마른 얼굴, 가늘게 휘여진 눈섭, 얄팍한 입술을 꼭 다물고 고개를 다소곳이 숙여 수놓이하는 녀자. 저녁마다 녀자는 그렇게 수놓이를 한다. 표정마저 하얗게 비여있는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기자
2007.10.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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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가. 연변작가협회 회원. 용정거주 엄마의 우물에는 향기로운 사랑이 있고 잔잔한 미소가 있으며 맑은 소망이 있다. 그 우물에 가면 나를 울리던 금이 간 물바가지가 있다. 그리고 애달프게 들여다보이는 우물속의 하얀 조약돌이 있다. 또한 퐁퐁 솟는 샘물도 있다…엄마는 봄이면 앓곤 했다. 의사의 말이 산증이라고 했다. 엄마는 얼굴이 팅팅 부어오를 때면 신경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기자
2007.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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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길을 간다. 사람의 자취 끊어진 그윽한 산길을 시인이 훠얼훨 간다. 바람이 불 때는 바람에 밀리듯이, 구름이 흐를 때는 구름따라 흐르듯이. 들꽃을 만나면 들꽃 찾아 나선듯이, 산새가 울면 산새에 불려온 듯이. 그는 긴 세월을 허비해 두개의 상반된 세계와 인식을 거쳐왔다. 쓸쓸하고 슬퍼 오히려 아름답게 보이는 유년과 불 같은 젊은 날의 태반을 바쳐 먼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기자
2007.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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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어를 가지고 재밌는 얘깃거리를 만든 작가들은 얼마든지 많다.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 공주」가 되겠고, 그 다음으로 유명해진 것은 몇 년 전에 우리 나라에서 개봉된 미국 영화 「스플래쉬」 같은 것이 될 것이다(나는 그 영화를 보며 여배우 〈데릴 한나〉의 백치미에 홀딱 반했었다).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의 동화작가 강소천(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기자
2007.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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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젊음이 남아돌아 주체할수 없었을때가 있었다. 우리는 그때를 청년이라고 부른다.저녁술을 놓기 바쁘게 그들이 찾아가는 곳은 말라깽이네 허름한 헛간을 개조하여 만든 곁채였다. 백곰과 삼식이 그리고 똥개까지 그들 넷은 한식구가 되다싶이 저녁마다 모여서 어떻게 보냈으면 좋을지 모르는 시간을 보내였다.말라깽이는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어머니와 동생들뿐이여서 엄연이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기자
2007.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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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유금호: 42년 전남 고흥 출생. 6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소설집' 하늘을 색칠하라' '깃발' '새를 위하여' '여자에 관한 몇 가지 이설, 혹은 편견' 등과 장편소설 '고려무' '내 사랑, 풍장' '열하일기' 등. 후광문학상, 한국소설문학상 등 수상. 현재 목포대 국문과 교수, 문학박사. 1. 조각 하나 1년 내내 비가 내리지 않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기자
2006.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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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경향신문 신춘 문예 단편소설 | 소설, 수필 2006.01.02http://blog.daum.net/johta0625/6005326 탈의실에서 나온 여성 고객은 알몸이다 . 군살 하나 없는 각선미가 할로겐 등불에 매끈하게 빛난다. 동유는 순간 아차, 했다. 어제 세탁한 타월을 탈의실에 비치하는 걸 깜박했다. 개어놓고 보관함에 그대로 두었던 것이다.
문화·문학
이동렬 기자
2006.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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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조선족의 문학발전에 일조해 온, 이미 3년에 걸쳐 동포작가 8명에게 상을 수여해 온 동포지기 '한민족글마당문학상'- 한국어문학의 고급화와 전세계 한민족문학의 평등을 지향하는 순수문학인 모임인 [한민족글마당]이 그 해의 한민족전체의 문학인 중 가장 우수한 문학인한테 수여하는 올해의 문학상이다. 한민족글마당 문학상은 1년에 한번 한민족글마당 편집위원에서 선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기자
2006.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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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이름은 아야(彩), 물론 그녀는 일본인이였다. 언제부터인가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길이 곱지 않았다. 나는 왜서 그녀의 눈길이 갑자기 싸늘하게 변해가는지 그 리유를 알수 있었다. 내가 단순히 중국에서 왔다는 리유때문만은 아니였다. 만약 정말로 그런 리유에서였다면 나는 언녕 그녀를 용서하지 않았을수도 있었을것이다. 그녀의 눈길을 다시 따스한 눈길로 되
동포문단
꽃잎.낙엽 퍼옴
2006.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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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자.아니, 너무 위대해서 나에게는 신이나 다름없는 그 녀자를 향해 천리타향에서 달려왔었다.신설급행렬차도 초음속으로 달리는 내 마음을 운송하기에는 버거운지 굼벵이마냥 꿈지럭거리기만 했다.달려와 얼싸안고서 웃고 떠들며 환락의 축제를 벌리려고 했었는데…그런데 이 경사스러운 날에 꿈에서라도 만날가 두려워하던 그 징그러운 난봉군, 도적놈이 불쑥 나타나다니?!게다가
동포문단
꽃잎.낙엽 퍼옴
2006.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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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해마다 추석이 지나고 그뒤 얼마동안은 단풍을 타게 하는 해빛이 푸짐하게 쏟아진다. 이 가을빛은 계절을 타는 사내의 빈 가슴을 담기엔 너무도 잔인할만큼 화사했다. 가을해빛은 중년남자에게 우습도록 진진한 일탈을 부추긴다. 마흔이 넘으면서 나는 심각하리만큼 가을을 타는데 국경절 전후로 방황이 절정에 달하면서 공중에 떠있다는 막막한 체공감에 삭신이 왕소금에 절은
동포문단
꽃잎.낙엽 퍼옴
2006.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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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옌볜(延邊)소설가학회(회장 정세봉)가 세계 조선족 작가를 대상으로 제1회 김학철 문학상을 공모한다. 정 회장은 23일 "처음 실시하는 이 문학상은 우선 소설(단.중.장편) 부문만 공모한다"며 "마감은 오는 10월말"이라고 말했다. 올해 말 발표하는 대상작과 입선작은 소설가학회 학회지 `소설문학'에 게재할 예정이다. `마지막 독립군 분대장'인 김학철(1
동포문단
동북아신문 기자
2006.01.26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