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Caraz(카라즈)컵 세계 조선족 글짓기 대회 응모글

 

응모글 51편 김은혜 <한 여름날의 꿈> 심사평

전은주 문학평론가, 재한동포시치료연구회 대표

 

「한 여름날의 꿈」은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글이다. 필자는 4년 전에 일본으로 유학을 갔지만 코로나 때문에 한 번도 귀향하지 못한다. 그러다가 자신이 원하던 회사에 취직을 하고 신입사원연수를 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사람들의 따뜻한 친절에 ‘허기진 마음’을 채울 수 있게 된다. 그게 바로 ‘사람 냄새’였다. 이 글은 전체적으로는 아주 담담하게 자신의 일상을 서술한다. 특히 이 글의 결말 부분에서 그 ‘사람 냄새’는 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 글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세 부분은 사건의 구성으로 나눈 것이다.

 

첫째 부분은 도쿄로 유학 온 사실에 대한 것이다.

이 도입 부분은 간략하게 요약되어 있다. 이를테면 ‘강제’로 타향살이를 하며 자신이 겪었던 삶의 고초에 대해서도,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은 다 겪는다는 번아웃(*몸과 정신이 지쳐 고갈된 상태 : 비평인)도” 여러 차례 거쳤다는 식으로 줄여 말한다.

 

둘째 부분은 이 글의 중심인데, 이 글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필자는 원하던 회사에 취직했지만, 신입사원연수 장소가 4년 동안 살던 도쿄가 아니라 오사카라는 점에서 잠깐 망설인다. 그에게 일본은, “몸담고 살지만 마음 붙이고 살아본 적은 없는 곳”이었다. 그러나 오사카에 가서 연수를 하는 시간이 흐를수록 “아무 이 유없이 나를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들어 주”는 그곳 사람들의 다정함에 젖어들기 시작한다. 그러나 “햇살 같은 미소 뒤에 살얼음 같은 마음을 지닌 일본사람들”을 많이도 경험해왔기 때문에 “사적으로는 얽히지 않으려는 마음의 경계가” 마음 한쪽에서는 늘 남아 있었다. 그러나 그 경계가 허물어지는 경험을 자주 한다. 또 어느 날 회식을 끝나고 난 늦은 시간, 한 전기기술자의 권유로 자전거 뒷자리에 앉아 역까지 가는 과정에서 그 모든 경계심이 녹아내리는 듯한 경험을 한다.

 

물론 이것은 전적으로 그 사건 때문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셋째 부분은 필자가 ‘사람 냄새’’를 찾은 마음을 표현하는 것에 해당된다.

 

필자는 “질서정연하고 모든 게 교과서대로 돌아가는” 듯한 일본에 감탄하면서도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그곳에 발붙이기 위해서 애를 쓰다 보니 자신이 “오랫동안 사람냄새를” 잊고 살았던 것을 발견한다. 그래서 스스로 “타지에서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어디 쉬운 게 있을가, 먹고 살기 바쁜데 마음까지 채우는 건 사치 아닌가 라며 현실과 대충 합의 보며 외로운 마음을 안고” 그렇게 살아왔다. 그런데 자전거 뒷자리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고향의 풍경과 너무나 닮아 있었다. 그래서 “그 아름다운 세상이 나는 너무 좋았던 철없이 순수하고 맑기만 하던 내 어린시절의 세상을 너무나 닮아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귀향한 것도, 같은 민족인을 만난 것도 아닌데도 빈 마음이 채워졌다. 차갑게 느껴져 춥던 일본에서 사람 냄새를 맡은 것이다. 그것은 고향의 그것들과 꼭 닮아있었고, 까마득히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 자신이 꾼 한 여름날의 꿈으로 다가와 따뜻하게 위로하고 있었다.

 

필자는 그 푸근한 마음으로 모든 디아스포라에게 축원한다,

“타지에서 살아가기 위해 애쓰는 사랑스러운 당신을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한다. 불운 속에도 행운이 있듯, 누릴 수 없는 축복은 존재하지만 누릴 수 없는 축복의 자리에 한 여름날의 꿈이 찾아와 매일 애쓰는 그대의 심심한 위로가 되어주기를 감히 기도하고 싶다.”

 

이 글이 주는 감동은 오사카 사람들이 필자에게 ‘조건 없이 베푸는’ 따스한 관심을 주는 그 상황이 아니다. 필자가 그곳에서 맡은 ‘사람 냄새’의 본질이 ‘고향 냄새’라는 점이 감동스럽다. 물론 ‘사람 냄새’는 세상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자전거 타기’나 그곳 사람들의 친절함 등은 필자에게 고향의 어린시절을 상기시켜주는 계기가 되었을 뿐이다. 그러므로 모든 디아스포라가 지니는 이런 ‘마음의 허기’를 채울 수 있는 요소는 외부의 어떤 계기가 아니라 우리 마음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고향 냄새’ 또는 ‘고향 그리움’일 것이리라.

 

작품보기

▶ 응모글 제51편  한 여름날의 꿈 (김은혜) ◀

 

 

응모글 52편 박은화 <피보다 더 끈끈한 정> 심사평

김학송 시인 국가1급작가

 

박은화의 응모글 “피보다 끈끈한 정”은 인간의 정을 생동하게 그려낸 재미나는 글이다.

 

유학시절 일본에서 만난 양부모와의 특별한 인연과 정분이 독자의 가슴에 봄해살처럼 따사롭게 스며들어 좋다.

 

작자는 양부모와 얽힌 사연을 소상하게 그려내면서 “피는 물보다 진하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피보다 더 끈끈한 무언가가 있다. 그게 바로 정이다.”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정이 뚝뚝 흐르는 풋풋한 이야기여서 독자들은 그 말의 진실에 충분히 공감하게 된다.

 

문맥이 순탄하고 필치도 무척 정서적인것으로 보아 작자가 풍부한 감수력과 인생에 대한 섬세한 표현력을 갖춘 녀성임을 알수 있다.

 

작품의 구성과 표현력이 안정감을 주고 부드럽고 명쾌한 필치가 즐거움을 주기에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 더구나 반갑다.

 

타국에서의 이색체험을 통해 인간의 정에 대한 깊이 있는 사색을 던져주는 글이다.

 

작품보기

▶ 응모글 제52편  피보다 더 끈끈한 정 (박은화) ◀

 

 

응모글 53편 전익순 <딸 반성문> 심사평

서옥란 연변대학교 특별초빙교수, 신문방송학과 교수, 박사지도교수

 

이 글은 코로나를 겪으면서 생긴 삶의 변화와 그 변화속에서의 소중한 일상을 아름다운 시간들로 승화시킨 한편의 수기이다.

 

글은 엄마아빠의 높아지는 언성에서 시작된다. 외손주도 볼겸 상해로 온 엄마와 아빠의 “잠깐”이 코로나로 인해서 “거의 2년”이란 시간으로 되고 말았고, 그 과정에 매일과 같이 반복되는 엄마의 ‘옛날’모습에 다시 어릴때 안좋은 추억들이 떠오르며, 엄마를 미워하고 원망하게 된다.코로나로 봉페된 공간에서 가족이나 연인이 함께 머물게 되면서 생기는 관계의 어려움이 이 가족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나와 엄마의 사랑과 증오가 시루떡처럼 쌓여간다. 그러다 일본에 두달간 가 있는 사이에 웬지 엄마와 집이 그리워진다. 여기서 부모와 자식간의 가장 보편적인 감정을 역설한다. 뗄레야 뗄수 없는 그 천륜의 도리를. 엄마의잔소리야말로 가장 진정한 사랑이고, 엄마아빠가 싸우는 집이야말로 사람 냄새나는 가장 행복한 공간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생각이 달라지면 행동이 달라지고 주변도 같이 변하게 된다. “하지만 또 뭔가 변해있다. 엄마아빠의 다툼에 난 더 이상 짜증이 나지 않고, 제발 20년만 더 저렇게 힘껏 다퉈주길 기도한다. 엄마도 변해있었다.” 이제 엄마에 대한 원망이 녹아내리니 엄마의 사랑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엄마와의 화해, 그것은 곧 자신과의 화해인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문장의 마지막에 “나는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진짜 엄마를 얻었고, 어렸을 적 자신과 화해를 한 진짜 나를 만났다.”라고 맺는다. 결론의 승화가 매우 돋보인다.

 

이 글은 담담하고 차분하게 ‘코로나’를 계기로 변화된 가족관계를 다루고 있다. 문장의 흐름이 평온하며 꽤 섬세하고 촘촘한 문장 구사력도 돋보인다.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제목이 “딸의 반성문”이라면 보통 편지체, 혹은 자아고백 형식의 문장으로 각인되는 경우가 많은데 내용은 일반 수필형태로 되어 있어서 제목달기에 조금 더 고민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작품보기

▶ 응모글 제53편  딸 반성문 (전익순) ◀

 

 

편집자: 전체 응모작품과 심사위원들의 구체적인 프로필은 여기를 클릭하면 볼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