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북아신문] 나이를 먹어갈 수록 내 마음에 맑은 내가 생긴다. 냇가의 조약돌과 햇빛이 쟁그랑거린다. 그렇게 만들어진 동심은 곧 나의 시의 생명이 된다. 1.겨울 샤르르 녹아요맛있는 솜사탕눈가에도 입가에도 하얀 꽃 피워 가요포근한 엄마 품처럼달콤한 사랑의 꽃 2 눈비 눈도 친구가 있었네꽃같이 이쁜 천사라고뽐낼 줄 만 알았는데똑똑 떨어지는다정
[서울=동북아신문] 시는 자기 언어를 만들어가는 작업이다. 그 언어에 자기의 숨결과 생각과, 색깔을 담아야 할 것이다. 1. 엄마는 거실매트를 뜨고 있대요 엄마는 거실매트를 뜨고 있대요거미처럼 웅크리고 앉아새벽부터 한밤까지 뜨고 뜬데요당신의 숨결을 불어넣어한땀한땀 뜨고 있대요아무 것도 필요 없다는 딸한테아무 것도 해줄 게 없다는 엄마는맨발로 쏘다
[서울=동북아신문]시는 엉뚱한 발상에 비트는 요령이 내재되어야 한다. 그래야 나다운 시를 쓸 수 있다. 1. 길 떠난 사람들 누구는 가죽을 남기고누구는 이름을 남기고잉태될 때부터 소풍의 시간을 목에 걸고 온 사람들죽음으로 향한 길우에서 표정들이 다양하다 우리처럼 언성을 높혔다가얼굴이 울긋불긋 했다가 어느 순간 입을 닫고긴 수면을 취해버린 고인의
[서울=동북아신문] 시로 보는 동포문인의 정감세계... 시 1. 꿈에 고향에 갔더라 한영남 꿈에 고향에 갔더라고향은 꿈에도 어릴적 추억이기만 하더라 앞벌 가없이 펼쳐진 논에서는밤마다 개구리 울음소리 노래가 되고풀이 미여지게 자란 산골짝실개천은 숨어서 소리로만 가더라 머리 들어 하늘을 보면아무렇게나 걸려있는 흰구름기다려도 버스조차 오지 않는 언덕길이하루내내
[서울=동북아신문] 미국 유학 생활의 어려움을 이겨나가며 시 창작에 매진하고 있는 김서연씨의 내심세계를 가만히 훔쳐보다... 1. 가끔은… 하늘을 그리는 펀치의 날개가 부러워너의 하늘에서 주어진 자유를 만끽할수 있으니까바다를 누비는 거북이의 두 눈이 부러워너의 바다의 신비함을 마음에 담을수 있으니까바위를 빚고있는 바다사자의 손이 부러워너의 바위
[서울=동북아신문] 시로 보는 한국문인의 정감세계... 1.효자동 연가 효자가 산다기에 효자동 골목을 기웃거렸네만나는 사람마다 꽃이였네염천 하늘 아래서뭔가를 간절히 바라본다는 것은 간절한 그리움이라고담장 위에 핀 능소화가 말하네기쁨과 환희는 쌍둥이 같아서땅에 찍은 발자국마다 능소화 꽃잎이었네효녀 또한 효자와 피를 나눈 남매라네능소화 향기 가득한 안마당에서
[서울=동북아신문]시로 보는 한국문인의 정감세계... 1.단동丹東 안개 겨울 안개 속압록강이 얼어 있다강가에 서서 건너편 바라보는추운 사내들의 낡은 생애 몇안개에 반쯤 잘리고 없다그 사내들 곁에 줄지어 선 실버들실버들의 설화 얹은 머리칼도태반은 안개에 먹히고 없다그리운 것들은 반쪽만 이편에 남아강 건너편을 하염없이 바라보나?안개 저편에서 가끔실루엣으로 두런거리는 소리해독 안 되는 기호로 새어 나온다겨울 안개 속단동丹東의 아침 풍경이 얼어 있다 2. 고수촌古樹村의 그믐밤 눈 덮인 연변의 겨울밤 유난히 빨리 찾아온다. 나무울타리 안에
[서울=동북아신문] 시로 보는 한국문인의 정감세계... 1.날품 3 재 넘는 새벽달에낮게 깔린 어둠 걷히고앙금처럼 가라앉은 거친 숨소리서리진 새벽을 가른다버거운 삶 짊어진 채관심 주지 않는 생에 순종하는 허기진 눈망울 땅의 무게만큼 무거운 하루해에 저당 잡힌 육신은마디진 손 부여잡고 일어선다 조각으로 기워진 무지개 드리운 하늘 엉킨 실타래 풀리는 날이면산
[서울=동북아신문]시로 보는 한국문인의 정감세계.... 1. 이파리 없는 나무도 숨은 쉰다 가산(嘉山)/서 병 진 이파리 없는 나무는 계절에 따른 움츠림에 껍질로 감싸 안은 그 나목 숨소리 나는 좋아비바람 설한풍도 이겨내어 새로운 삶의 꿈을 간직하고 삶의 표상 새순을 틔우며 정열을 꽃피우는 나목의 기상풍상을 이겨내며 솟구쳐온 기백이며 펼쳐내는
[서울=동북아신문] 시로 보는 동포문인의 정감세계... 1.소와 아버지 소의 눈에는 아버지의 타다 남은 담뱃불이 아직도 타고 있었다 아버지와 소는 형제가 되여마주서서 속심말까지 나누고 있었다아버지는 담배 피우시고소는 그 담배불을 새김질 하고이렇게 수년을 엉켜 다닌 친구였다 소는 아버지의 담뱃불만 봐도아버지의 속을 알아챘고아버지는 고삐를 소머리에 얹으실 때마
[서울=동북아신문]시로 보는 동포문인의 정감세계... 1. 연변여자 심정지에서 깨어났단다버스 정거장에 무단히 다리가 부러졌던 그녀는일년 뒤에 철심을 뽑으러입원을 했다.한 살배기 아들과 남편은연길공원 다리 근처백평방 빈 아파트에 두고서울로 왔다.마취에 문제가 있다며동생이 성명서를 썼고동포들을 불러와데모를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아오백만원을 받아냈다.그녀는 돈 받
[서울=동북아신문] 시로 보는 동포문인의 정감세계... 1. 함지 고향에 들어서니 텅 빈 집들이 늘어섰다옆집 큰어머니한테서 건네받은 녹슨 열쇠뭉치집문 대신에 헛간 문을 열어볼까나 케케묵은 사계절 냄새가 밖으로 밀려나오고어둠 속의 헛간 귓모퉁이엔 낯익은 몸집이 벽에 기댄 채 거미줄과 먼지를 덮어쓰고 있다다름 아닌 연륜마저 지워진 저 나무통이…호랑
[서울=동북아신문] 소설로 보는 한국문인의 정감세계... 단편소설 봉숭아꽃물 김호운 친정엄마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게 된 건 달포 전이다. 첫아이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키고 나서야 친정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으니, 불효도 이런 불효가 없다. 내가 ‘엄마’라고 하지 않고 ‘친정엄마’라고 부르는 것 또한 그간 엄마와 나와의 거리가 너무 아득하여 쉬 ‘엄마’라는
[서울=동북아신문] 시로 보는 동포문인의 정감세계... 1. 들국화 여인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산기슭 후미진 곳의 들국화비바람에 흔들리어도햇살과 이야기하는 들국화누구와 보리 고개 넘어 왔던가그날의 아픔은어디로 동댕이쳤는가가을 서리를 머리에 이고노랗게 웃음 짓는들국화 여인(2002) 2. 겨울의 기도 생을 마무리 짓고조용히눈을 감는다 한 여름과 인연은 끊어지고
[서울=동북아신문] 시로 보는 동포문인의 정감세계... 1. 길 삶의 어느 구간쯤일까뭉텅 잘려차에배에비행기에실린다 상행선에서하행선에서임의로 잘려온 토막들 길이와 두께가 다른 인생토막들이 모여각을 잡는다변을 이룬다다각형 문화공간을 연출한다 좀 더 높이 서있어도좀 더 많이 가졌어도흩어지고 고립되면한낱 토막일 뿐 풍파 많은 삶의 교차로는두껍게 뭉쳐 흔들림에 버티
[서울=동북아신문]시로 보는 동포문인의 정감세계... 1. 망치와 마우스 (외 17 수) 망치와 마우스를 련결한 가는 선우에서나는 전류를 느껴팍 팍 튄다일에 지쳐 멍든 가슴병원에 눕혀놓고그것을 그린다끓는 피로 물든 빠알간 마우스망치와 마우스를 련결한 가는 선우에숱한 목숨들이 줄지어매달려 있다굶주림에 입을 짝 짝 벌린새끼를 위한 목숨들그것을 그리는 마우스는제
[서울=동북아신문] 시로 보는 동포문인의 정감세계... 1.바람의 흔적 무에서 무로 가는 바람에는 흔적이 없다고 합니다 서북풍이 불어와손을 뻗고 오므리는 튤립입니다 잡을 수도 안을 수도 가둘 수도 없는데모양도 빛도 냄새도 없는데귓속말로 속삭입니다 건강하냐고 멈추지 말라고행복해야 한다고엄마의 잔소리입니다 아빠의 거친 숨결입니다 흔적 없이 지나치는 저 헛것에드
[서울=동북아신문]시로 보는 동포문인의 시세계... 1. 하늘에 박힌 가시 내가 아이 때 엄마는 아버지를 욕한다는 것이“니 애빈 승얘(승냥이)네라, 승얘네라!”친구들 모아놓고 북 대신 미닫이문 밀고당기면서타닥탁탁… 둥둥둥둥…달 떨어지는줄 해 돋아나는줄 모르고 술 마셔대고 담배 피워대며애들 반찬까지 말끔히 먹어버리는 아버지가승냥이같기
[서울=동북아신문] 시로 보는 동포문인의 정감세계... 1. 사랑이 내게로 와서 문 두드릴때 1 사랑을 비 오듯이 하라사랑을 눈 내리듯이 하라사랑을 노래 부르듯이 하라사랑을 꿈꾸듯이 하라아픔이 없는 인생이 어데 있으랴미움이 없는 인생이 어데 있으랴사랑을 항상 오늘이 마지막인것처럼 하라하도 아프고 아파 어루만지면상처마다 뚝뚝 피고름이 흘러내리고덕지덕지 피눈물
[서울=동북아신문]시로 보는 동포문인의 정감세계... 1. 고향 오라는 이도 없는데 가서 무엇을 하나 말해도 가고 싶다.가서, 철없던 시절 머리채 잡아당기며 별명을 부르고 만날 때마다 울려놓았던 순이 찾아 그때는 미워서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가서, 가물에 쩍쩍 갈라진 논밭 물 때문에 주먹으로 눌렀던 철이 찾아 그때는 너무 했다고 말하고 싶다. 가서, 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