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최후의 만찬 흥수는 오늘 아침 무섭게 화를 내였다. 녀편네한테는 종종 큰소리도 쳐보곤 하는 그였지만 아이들에게 그러기는 처음이였다.그럴수록 딸애 송이는 잉잉....울음속도를 높여가고 있었다. 아들애 철복이도 마침내 외면을 하면서 주먹으로 눈물을 뻑 훔친다.이번에는 녀편네까지 주근깨 투성이의 얼굴을 보기싫게 일그러뜨리며 애읍을 터뜨리고 있었다.10평방도 되나마나한 굴속같은
문화·문학
이동렬 기자
2024.04.06 18:17
-
[서울=동북아신문] 긴 터널속이다. 빛이 분명 있을 텐데 보이지 않는다. 계속 더듬거린다. 출구를 찾기 위해서다. 어디지? 이쪽? 아니 저쪽? 왜 아니지? 햇살이 넘쳐나는 출구가 분명 눈앞에 있다고 했고 또 그렇게 추호의 의심도 없이 믿고 있는데 갑자기 종적 없이 사라지다니? 그녀는 계속 헤맨다. 시력을 확 잃어버린 머리는 엄섭하는 공포로 가득 채워져 있고 용암처럼 치솟는 단말마적인 머릿속의 아우성은 쇼크하기 일보 직전이다. 아 꿈이었나? 아니 꿈같지 않다. 이것은 현실이다, 아닐거야, 인긴힘을 다하여 이제 진짜 육체의 눈을 뜬다.
문화·문학
이동렬 기자
2024.04.05 07:50
-
유학생 북경외국어학원 캠퍼스 중앙도로를 죽자 살자 달리는 자전거, 앞에 주차하고 있는 저 버스가 눈에 안 들어오는지, 여학생은 앞 바퀴만 보고 달리고 있다. “아아앗~!” 급히 핸들을 왼쪽으로 돌렸는데 맞은편에서 불쑥 다른 자전거가 투우처럼 들이 닥친다. 비명과 동시에 여학생은 버스 엉덩이의 라이트를 부시면서 반대편 자전거와 얽혀 넘어졌다. 투우사(鬪牛士)는 자전거 밑에 깔려 당황한 소리로 “뚜이부치! (미안해요) ”를 연호하고 여학생은 일어나려 버둥거리지만 왼쪽 다리가 바퀴에 끼어 움직이지 못했다. 투우사는 밑에 깔린 자세로 여학
동포문단
엄정자 기자
2024.03.04 17:23
-
“뭐, 반려견 장례식에 참가하라고요?”나는 전화를 받고 어이가 없어 멍하니 창밖을 내다보았다. 난생처음 듣는 ‘개 장례식’에 꼭 참가하라니 정말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아무리 옛날부터 개는 인류와 제일 가까운 영장동물이라고 해도 사람이 어찌 반려견 장례식에 참가할 수 있단말인가? 그래도 나는 반드시 참가해야 할 처지였다.나는 현재 자그마한 철물점 가게를 운영하고 있으며 때로는 자물쇠 교체, 열쇠 복사 작업도 하고 있다. 겨울의 어느 일요일 오후, 집에서 TV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휴대전화기가 울리고 전화에서 다급한 여자의 목소리가
문화·문학
이다연 기자
2023.11.12 17:56
-
남태일이라는 작가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모른 채 그의 소설을 먼저 접하게 되었다. 작년에 처음으로 (이하 )라는 그의 소설을 읽고 얼마전 출간을 앞두고 이 소설집에 수록될 작품 다섯 편을 다시 읽게 되었다. 강렬한 인상을 남긴 에 이어 이번의 다른 네 편의 소설도 나의 뇌리를 강하게 강타했다. 그의 소설에서 나는 작가의 연륜이 느껴졌고 한국인의 삶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 소설에서 작가의 정체성이 궁금해졌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초기의 조선족 작가들과 달리 요즘의 몇몇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2023.11.03 21:24
-
오늘로 우리 부부의 삶은 끝났다. 법적 이혼으로 끝낸 것이다. 장장 몇 달간을 나 혼자 미련스레 버텼으나 더는 무리였다. 안간힘을 다했지만, 나의 육중한 몸이 곧 쓰러지려고 했다. 진작부터 주제 파악을 못 한 건 아니지만…. 나는 이별이 싫었다. 솔직히 이별이 두렵고 무서웠다. 이제 나는 종전의 사별이 아닌 현재 남편과는 이별로서 아내의 자리에서 물러나 곧 이 집을 떠나야만 한다. 당장 어디로 갈 것인지 나는 알지도 못하고 마땅한 곳도 아직은 내겐 없다. 서울 하늘 아래 고립된 섬처럼 나는 지금부터 철저히 혼자가 되었다. 지지리도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2023.05.06 12:40
-
메이는 몇달을 앱에서 검색하며 찾아 헤매던 중고 폭스바겐을 드디어 자가 명의로 계약하고 핸들을 잡게 된 날 엄마와 쌍둥이 오빠 길을 동시에 생각했다. 다리 관절이 아파 먼 길 떠나기를 꺼려하는 엄마를 폭스바겐에 태워 아쿠아리움의 살아있는 돌고래를 보여주고 싶었다. 물론 엄마는 처음 보는 것에 대해 아이처럼 신기해하거나 그닥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고래는 그저 고래고 꽃은 그냥 꽃이었다. 엄마는 고래를 보고 있으면서도 수심 깊은 얼굴에 늘 하던 걱정들을 곱씹을 것이고 꽃 향기를 맡으면서도 지끈지끈 느껴지는 두통에 미간을 한껏 찌푸릴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2023.02.27 20:59
-
"루돌프, 루돌프~!"산타의 하얀 수염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습니다. 헤쳐진 선물보따리엔 찢겨진 인형 따위가 지저분하게 널려있었습니다. 쵸콜릿껍질과 바나나껍질과 과자부스레기는 산타의 워낙 붉은 얼굴을 더욱 붉어지게 만들었습니다.어떻게 준비한 선물인데!산타의 눈앞엔 서까래마을 판자집에 살고있는 칠석이, 팔석이형제가 눈앞에 선히 떠올랐습니다.아빠는 러시아장사길에서 실종되였고 엄마는 한국에 돈 벌러 나갔다가 메돼지같은 남자를 만나 살면서 자식마저 내친 지독한 사람이였습니다. 등 꼬부장한 할머니의 슬하에서 외로움과 가난속에서 세월 보내는
동포문단
김현순 기자
2022.12.21 23:08
-
“언니, 코로나 기간이라 많이 힘들지? 장사도 안되고 애들 키우느라 돈도 많이 들고….”“응, 이게 언제 끝이 나려나….”이틀 전에 동생 경아가 이렇게 물어본 거 같은데 오늘도 경아는 또 똑같은 말을 한다. 친정에 무슨 일이 생겼나 보다. 수아는 바다 건너 멀리에 있는 동생의 핸드폰에서 흘러나오는 수심의 늪이 이미 자신의 무릎 위까지 슬몃슬몃 차올라 차츰 조급해지는 자신을 느끼고 있었다.“집에 먼 일 생겼어?”“아니, 혹시 요즘 언니가 엄마가 엄마 돈 가져가는가 해서….”수아는 침묵했고 동생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한참을 있다가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2022.12.04 11:43
-
․ 童話 ․ 삐용이의 진주구슬□ 김현순 (1) 삐용~뿅~이크, 이게 무슨 소리람?헤헤, 방귀 뀌는 소리지. 누구도 삐용이의 진짜 이름이 뭔지 모른답니다. 삐용이의 아빠도 그렇게 부르고 친구들도 그렇게 부른답니다. 삐용이란 이름은 아기때부터 방귀를 잘뀐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랍니다. (2) 어느날 삐용이 아빠는 황당시 개발구에 있는 련꽃늪에 낚시 하러 갔다가 금빛 잉어 한 마리를 잡아왔어요. 그런데 무엇이 그리 원통한지 눈도 감지 못하고 이내 죽어버렸어요.“할수 없군. 삐용이에게 붕어탕이나 끓여줘야지.”혼자소리로 중얼거리며 삐용이
동포문단
김현순 기자
2022.11.05 13:35
-
★★ 동화 ★★그림자 제리 김현순------------------------------ 제리는 쫑돌이가 태여날 때 함께 태여난 아이랍니다. 어디를 가든 쫑돌이와 한시도 떨어져본적이 없는 딱친구랍니다. 그런데 제리는 빛만 없으면 무서워 쫑돌이의 몸속에 제꺽 숨어버리지요. 그걸 내놓고는 제리에게 두려움이란 존재하지 않는답니다.엊그제 쫑돌이가 마을밖 애꾸눈할아버지의 참외밭에 기여들어 참외를 훔칠 때에도 용감하게 함께 하였답니다. 물론 애꾸눈할아버지가 몽둥이를 들고 뒤쫓는 바람에 참외밭의 참외들을 마구 짓밟으며 이리 저리 들뛰다가 겨우 빠
동포문단
김현순 기자
2022.11.01 21:04
-
2022 "호미문학대전" 이 8월 13일, 바다와 문화가 어우러지는 경북 호미곶에서 펼쳤다. 이날 시상식에서 재한동문인협회 홍연숙 시인이 “중국조선족 문학상”에 당선되는 영예를 안아 중국조선족 시단의 주목을 받았다. "호미문화대전"은 호미곶에서 문화관광 예술의 특수성을 개발하여 문화 예술의 르네상스를 이루고 호미곶이 포항 문학과 예술의 정신적인 중심지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함이 목적이다. 그리하여 연호왕세오비 추모제, 국립등대박물관, 새 천년기념관, 화려한 조형물, 상생의 손, 푸른 물결이 넘실거리는 동해바다 등 다양한 볼거리를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2022.08.14 10:16
-
단편소설이 무슨 멜로디인가아르투어 슈니츨러[오스트리아] 동화같이 들리는 이야기가 있었으니 어떤 소년 하나가 시골집 창가에 앉아서 눈 아래 넓게 펼쳐진 숲을 이따금씩 내려다보았다. 숲은 그 시골집과 경계를 이루며 적막 속에 잠겨 있었다. 숲 어느 곳에서도 나뭇가지 하나 흔들리지 않았다. 졸음이 밀려오는 여름날 오후였고, 뜨겁고 검푸른 공기가 대지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소년은 창문턱에 악보용지를 올려놓고, 머릿속에 막 떠오르는 악상을 무턱대로 적어 나갔다. 가능하다고 여겨지는 모든 악상들을 생각하는 동안에도 그의 손만큼은 아주 기계
문화·문학
김태권 기자
2022.05.21 15:49
-
단편소설푸른 개의 눈가르시아 마르케스[콜롬비아] 그때 그녀가 나를 쳐다봤다. 나는 그녀가 처음으로 나를 쳐다봤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잠시 후, 내가 램프 뒤로 돌아섰을 때에도 계속해서 등 뒤에서 미끄러지는 그녀의 시선을 어깨 위로 느꼈다. 그러자 문득 나는 그녀를 처음으로 쳐다보는 것은 바로 나였다는 것을 깨달았다.나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의자의 뒷다리 하나에 균형을 유지하면서 의자를 돌리기 전에 매큼하고 독한 연기를 빨아 마셨다.그런 후, 매일 밤처럼 난 그녀가 거기 있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램프 옆에 멈춰 서서 나를
문화·문학
김태권 기자
2022.05.19 08:20
-
[名詩 산책]해 지는 땅의 비가한스 카로사[독일] 해 지는 땅의 비가 / 한스 카로사 나는 그대의 숲에서 나이 들고,그대의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을 배웠다.지금 나는 내 기억을 불러내어다시 한 번 상기한다. 초목이 아는 것,창밖으로 보이는 해바라기가 아는 것,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 하나의 별이라는 것을,누가 이것을 잊게 하는가? 초침이 멈춘다면,천년을 계획하는 것,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이제 불행한 사람들은 무서운 일들에 익숙해진다.이제 곧 그들의 사랑의 촛불은 꺼지고한 사람이 말하면, 다른 이는 그것이 틀렸다고 한다아직도 빛을
문화·문학
김태권 기자
2022.05.12 17:43
-
단편소설엠마 순스보르헤스(아르헨티나)1922년 1월 14일, 방직공장에서 돌아온 엠마 순스는 현관 안쪽에 떨어져 있는 편지 한 장을 발견했다. 그 편지에는 브라질 소인이 찍혀 있었고, 편지를 읽어가는 도중 그녀는 아버지가 사망했다는 것을 알았다. 처음에, 외국 봉투와 우표는 그녀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고, 이어 낯선 필적은 그녀로 하여금 이상스러운 불안 속으로 빠져들도록 만들었다. 9,10줄의 글들은 멋대로 끄적거려 놓아 거의 편지지 전체를 메우려 들고 있었다. 엠마는 마이에르 씨가 실수로 다량의 베로날(수면제
문화·문학
김태권 기자
2022.05.09 21:51
-
우수 (忧愁)이 슬픔을 누구에게 호소할까?황혼이었다. 커다란 눈송이는 불이 켜진 가로등 옆을 너울거리면서 지붕이며, 발등, 어깨 모자위로 떨어져, 얄팍하고 포근한 보료를 이루곤 하였다. 마부(馬夫) 요나 포타포프는 마치 유령처럼 전신이 하얗다. 그는 최대한도로 몸을 굽히고 마부석에 앉아 잠자코 있었다. 설령 그 위에 눈사태가 떨어지더라도 눈을 털어 버릴 필요를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말도 온통 하얗고 꼼짝하지 않는다. 그 부동의 자세, 변모된 모습, 말뚝처럼 꼿꼿한 다리로 하여 아이들이 좋아하는 1카페이카 짜리 설탕과자 처럼 보였
문화·문학
김태권 기자
2022.05.05 09:13
-
서로 서로 도리스 레싱 (영국) "당신 오빠가 다시 찾아오겠지?" "아마도 그럴지 몰라요." 넥타이를 매만지고 깃을 세우며, 면도가 잘 되었는지 확인하려고 턱을 이리저리 돌려보는 동안, 사내는 계속해서 싸늘한 등을 돌리고 있었다. 이제는 핑계거리도 없다. 그런데도 넥타이 매듭에 손을 댄 채온몸에 긴장을 풀지 않았다. 자기 왼쪽 뺨 너머로 거울에 비친 아내의 몸을 바라다 보았다. 오른쪽 팔꿈치에 무게의 중심을 둔 아내는 침대에서 멋진 자세로 누운 채 희디흰 두 팔로 손톱을 매만지는 동작에 몰두하고 있었다 사내는 손을 아래로 내리고 물
문화·문학
김태권 기자
2022.05.01 10:58
-
시간만큼이나 오래 머무르지 못하고 쉬임없이 이동하는 것이 서부 저지대 부근 붉은 벽돌 지구의 일부 대다수 주민들이다. 집은 없지만 한편으로그들은 수백 개의 집을 갖고 있기도 하다. 그들은 가구가 딸린 셋방에서 다른 가구가 딸린 방으로 옮겨다니는 영원한 단기 체류자들이다. 주거가 일정치 않은 방랑자들일 뿐만 아니라, 그들의 마음과 감정 속에서도 방락벽은 살아 있는 것이다. 그들은 *렉타임으로 < 홈 스위트 홈>을노래하면서 손가방에 그들의 가재(家財)도구를 넣어 갖고 다닌다. 그리고포도나무와 무화과나무를 지붕 삼아 그 아래에서 살기도
문화·문학
김태권 기자
2022.04.20 12:24
-
그는 지금 감옥에 있다. 그래서 그의 이름을 밝히지 않으려 한다. 알다시피 그건 좋은 일이 아닐 테니까 - 혹 당신은 너무나 잘 알만하다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5,6천 마일이나 떨어진 그곳에서 너무 성급히 결론을 내리지 마시기 바란다. 당신이 이곳에 살고 있다면 그것 말고 다른 것은 이해하리라 - 충성의 표현이 학교 운동장에서 손을 잡고 있는 어린아이들에게는 괜찮은 것이라고 친구들은 생각한다. 우리에게는 그런 것들은 사치며 중요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어쩌면 위험스러울 수도 있다. 만일 내가 반 국가죄로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흑인
문화·문학
김태권 기자
2022.04.18 18:27